“대선 관련해 제 이름 거론되지 않았으면... UN사무총장 직분 다할 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9일(현지시간) 국내정치에 뜻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간 꾸준히 대선후보로 거론돼 온 반 총장이 이 같은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차기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 총장은 이날 저녁 국정감사를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위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국내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대선에) 출마도 하지 않을 것이고, UN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무에 최선을 다 할 생각”이라고 말한 것으로 여야 의원들은 전했다.

반 총장은 “그동안 우리 언론들이 저를 국내정치와 관련해 보도하는 내용이 거의 리얼타임(실시간)으로 이곳에 전파되면서 UN에서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그런 보도들이 사무총장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악용되고 있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은 “제발 더 이상 정치권에서 (대선) 관련해 제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불편한 심기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그간 사적인 자리에서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으나 공개적으로 여야 정치인들에게 자신의 대선 출마설과 관련한 의중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 총장이 공개적으로까지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한 데는 최근 서양 일부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반기문 흔들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기 총장을 노리는 경쟁자 측에서 ‘반 총장은 사무총장보다 한국의 차기 대권에 더 뜻이 있다’는 취지의 말을 퍼뜨리면서 임기를 갓 절반 넘긴 반 총장을 노골적으로 흔들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 총장과 만찬을 함께 한 박진 외통위 위원장은 “반 총장이 국내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반 총장을 국내정치에 연계시키는 등 불필요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반 총장 개인이나 처음으로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에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고, 민주당 박주선 의원도 “차기 대선후보 관련된 보도 내용이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무수행에 상당한 지장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국 UN 대사 역시 “그런 거론 자체가 현재의 사무총장 업무 수행에 큰 도움은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한국 언론에서 대선 관련 여론조사 등에 반 총장을 포함시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우려의 뜻을 밝혔다.

박 대사 관저에서 열린 이날 만찬에는 박진 위원장을 포함해 한나라당 권영세, 이춘식 의원과 민주당 박주선, 이미경 의원 등 8명의 외통위 위원들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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