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종 모두 수출 허가··· 日업계 타격 부메랑에 명분 쌓기 분석도

[폴리뉴스 강필수 기자] 일본 정부가 16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 처음으로 반도체 생산라인용 액체 불화수소(불산액)에 대한 수출을 허가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수출 허가와는 별개로 수입처 다변화·국산화는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관련 규제가 강화돼도 영향이 없는 수준으로 대비책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개별허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는 우리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수출 승인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종(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불화수소)의 수출 규제 4개월 만에 모든 품목의 수출을 허가했다.

승인된 건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지난 7월 규제 발표 직후 주문한 물량의 일부다. 일본 정부는 수출 요청을 지난 8월에 접수했고 서류보완을 이유로 반려된 건에 대해 수출이 허가됐다. 수출 신청에 대한 심사 기간이 90일로 규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외에 지난 8월에 포토레지스트 수출 2건과 기체 불화수소(에칭가스) 수출 1건, 9월에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출 1건이 승인됐다.

이처럼 개별 수출은 일부 허가하지만 수출 규제는 지속되고 있다. 교도통신이 지난달 30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불화수소의 지난 9월 한국 수출액은 372만3천 엔으로 전년 동월 대비 99.4% 줄었다.

따라서 수출 승인을 일본 정부의 근본적 입장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

WTO(세계무역기구) 분쟁을 대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업계와 정부에서 지배적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9월 규제에 대해 WTO에 제소했다. 양국은 다음 주 WTO 2차 양자협의를 갖고 합의하지 못하면 재판절차에 들어간다.

일본 정부는 허가를 계속 미루면 수출 통제로 받아들여질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11조는 수출 금지 또는 수출 수량 제한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GATT를 정면으로 위배하지 않도록 해 분쟁해결 절차에서 문제의 소지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수출 규제에 따른 일본 기업의 타격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수출 승인을 받은 스텔라케미파는 세계 고순도 불화수소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업체다. 수출 규제가 시행된 3분기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88% 급감했다.

게다가 일본 내의 시각도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 8일 한국 정부가 지난 7월 규제 강화 이후 첨단 부품·소재의 국산화에 나섰으나, ‘탈일본’의 벽이 높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중요한 기술을 장악하고 있고 한국의 본심은 일본의 부품·소재 기업과의 거래 지속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은 지난 달 2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규제에 대해 “군사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수출관리를 적절히 한 것인데 WTO 협정 위반으로 제소당했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대책으로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해 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체 경로로 소재 확보 전략을 펴고 있다. 일본 기업의 유럽·중국 합작사에서 물량을 가져온다. 해외 합작사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 수출 규제 권한이 없어 물량 확보가 용이하다. 또한 이번 일본 정부의 수출 허가와는 별도로 국산화를 지속한다. 일본 정부의 수출 허가가 일시적일 수 있고 앞으로 규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므로 국산화는 필수적으로 진행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