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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유시민 이사장, 우리는 조국이 아닙니다

 

"조국 사태를 통해 우리 모두는 언제든 구속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됐다."

"검찰이 조국 가족을 털 듯하면 안 걸릴 사람이 없을 것이어서 우리는 항상 검찰과 법원에 감사해야 한다."

‘조국 대전’을 아직도 계속중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강연에서 했다는 말이다. 조국 사태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취하든 개인의 자유이겠지만, 그의 이런 말은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느닷없는 모욕감을 안겨준다.

‘우리 모두’는 언제든 구속될 수 있다니? 구속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범죄혐의가 있어서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발부해야 이루어지는 것이 구속이다. 자식의 스펙 쌓기를 도와주고 증명서를 발급해줄 인맥이 주변에 존재하지도 않고 표창장을 어떻게 위조하는지도 알지 못할 뿐더러, 장학금 한번 받는게 쉽지않은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런 혐의를 받을 일 자체가 없다. 사모펀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며, 더구나 시세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사들이고 차명계좌로 거래하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문제로 조사받고 구속될 일이 없다. 그러니 언제든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가도 구속 한번 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인 것이다. 정경심 교수 등 조국 전 장관 가족들이 구속되었다고 해서, 검찰 마음먹기에 따라 누구나 언제든 구속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평소  교통위반 정도 말고는 법을 어기며 살 일이 별로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구속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진작에 문재인 정부에서의 ‘어용 지식인’을 선언했던 유 이사장이기에 그가 조국 수호의 선봉에 나선 것이 놀랍지는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국은 ‘선’, 검찰은 ‘악’의 구도를 만들기 위해 무고한 국민들을 ‘언제든 구속될 수 있는’ 사람들로 몰아가서야 되겠는가. 그저 소박하게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리 검찰이 털어도 걸릴 일이 없다. 유 이사장이라고 그것을 모를까. 모른다면 법 지켜가며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세계에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그런 말을 한 것이라면 정직하지 못한 자극적 선동의 어법이다.

유 이사장은 특정한 정파 혹은 진영의 기수가 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진실의 심판자가 될 자격은 애당초 없다. 조국 대전이라는 전쟁에 참전한 사람에게는 이기느냐 지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진실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이기려는 것이 전쟁의 속성이다.

그런데도 유 이사장은 진실을 파헤치는 심판자 행세를 하며 팩트 확인이 되지않은 주장들을 거듭해서 내놓는다. 그는 ‘알릴레오’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하며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고 주장했지만,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윤 총장의 반대설에 대해 상당한 오해라며 "추측이 있었던 듯한데 적어도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선 그런 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조 전 장관 지명 전 내사에 착수했다는 유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근거가 약하지 않느냐”는 반응들이 나왔다. 유 이사장은 풍문으로 들은 말들을 자신만이 알아낸 숨겨진 진실인 것처럼 폭로는 하되, 그 진위의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

유 이사장은 경기장 한복판에서 뛰고 있는 선수이지 심판이 아니다. 그렇다면 진실을 가리는 일에 대해서는 자신의 편파적 한계를 전제로 하고 겸허한 태도로 임해야 하는 것 아닐까. 진실이 무엇인가를 가리는 것 보다 승패만이 중요한 참전 용사의 입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려는 광경들이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유 이사장이 자기 진영의 승리를 위해 새로운 주장들을 꺼낼수록 진실에 다가가는 일이 교란당하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서초동에 모인 시민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조국이다”라는 구호가 외쳐졌다. 유 이사장도 그렇게 생각하길래 우리 모두가 언제든 구속될 수 있다고 말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조국이 되고 싶어도 아무나 조국이 될 수 없다. 그것이 오늘을 사는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 그러니 “우리는 조국이 아니다.” ‘조국 수호’를 위해 같이 엮지 말라.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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