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5일 서울과 대전의 컨소시엄 참여기관 4곳
스위스 바젤, 규모3.4 지진 발생 30여분 뒤 압수수색과 대조
주관사 넥스지오 등 지진 유발 책임 규명할 증거인멸 가능성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포항지열발전소가 규모 5.4 강진 발생 뒤 가동이 중단돼 있다. <폴리뉴스 사진>
▲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포항지열발전소가 규모 5.4 강진 발생 뒤 가동이 중단돼 있다. <폴리뉴스 사진>

 

지난 2017년 11월 15일 국내 최악의 지진 피해를 초래하고 지열발전소가 유발한 것으로 원인이 규명된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발생한 뒤 2년여 만에 검찰의 첫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하지만 지열발전소 시험가동 중 규모3.4의 지진이 발생한 스위스 바젤의 경우 검찰이 30여분만에 운영사를 압수수색한 사례를 고려할 때 이미 장기간에 걸쳐 관련 증거들이 인멸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김윤희 부장검사)이 5일 서울과 대전 유성구 등지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한 대상은 포항지열발전사업의 주관사인 (주)넥스지오와 자회사인 (주)포항지열발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심지층연구센터 등 4곳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지진 발생 1년여만인 지난해말 피해주민 임종백 씨에 이어 올 3월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윤운상 넥스지오 대표와 박정훈 포항지열발전 대표 등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이날 포항지열발전소에서 지하 4.3km 깊이의 시추공을 통해 최대 89MPa(메가파스칼)에 이르는 초고압의 물주입 과정에서 최대 규모 3.1을 비롯해 최소 63회의 지진이 발생한 사실이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기관에 제대로 보고됐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자료들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 대해 "다수 국민이 피해를 사안이므로 객관적 자료를 확보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알려지자 그동안 포항지진의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해 활동해온 포항지역의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환영 입장과 함께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12일 시민 1821명을 대표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 (사)포항지역사회연구소 임해도 부소장은 "그야말로 만시지탄이지만 문재인 정부가 재해를 부패로 규정하고 척결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시험가동 중 규모3.4 지진이 발생하자 가동 중단에 이어 영구폐쇄된 스위스 바젤시 도심의 지열발전소에 대해 지난해 6월 포항공동연구단이 조사 당시 촬영한 폐 주입공. <폴리뉴스 사진>
▲ 지난 2006년 시험가동 중 규모3.4 지진이 발생하자 가동 중단에 이어 영구폐쇄된 스위스 바젤시 도심의 지열발전소에 대해 지난해 6월 포항공동연구단이 조사 당시 촬영한 폐 주입공. <폴리뉴스 사진>

임 부소장은 또 "감사원이 이미 10월말 1년여에 걸친 감사를 마무리하고도 명확한 이유도 없이 발표를 늦추고 있다"면서 "국가 기관 간 협조 차원에서라도 감사원 발표가 검찰 수사로 이어져 포항시민을 고통에 빠트리고 있는 사회적 재난의 실체적 진실이 더 철저하게 규명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포스텍과 한동대 등 포항지역에서 전문가들로 결성된 '11·15지진지열발전공동연구단'의 일원으로 지난해 6월 스위스 바젤 등 지열발전 피해도시를 둘러본 L씨도 검찰 압수수색의 실효성에 의문을 드러냈다. 

L씨는 "스위스 바젤시를 방문해 공무원들로부터 현지 검찰이 지진 발생 30여분만에 시행사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그동안 전세계에서 지열발전에 의한 유발지진 발생은 학계와 업계의 상식이었는데도 사업을 강행했던 관련자들이 이미 입을 맞추고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포항시민들의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요구가 이어지자 지진발생 4개월여 만인 2018년 3월 국내외 전문가들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을 구성했다.

이어 지난 3월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해외조사위원회 위원장 쉐민 게 교수 등은 '포항지진은 지층에 고압의 물을 주입하면서 지층 속 토양이 대거 유실되면서 촉발된 것'이라며 포항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 근거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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