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윤진 기자] 코스닥 상장사 ‘비덴트’가 빗썸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본래 빗썸의 지분 51%를 인수할 예정이었던 BTHMB 홀딩스(김병건 BK그룹 회장이 설립한 컨소시엄)가 9월 30일까지였던 잔금납입을 지키지 못하자, 비덴트가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덴트의 ‘빗썸 인수 자금’ 출처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향후 인수 확정에 걸림돌이 될지 관심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비덴트는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경영 참여 목적으로 빗썸 지주사인 ‘비티씨홀딩컴퍼니’ 지분 2324주를 1150억3800만 원에 양수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총자산의 40.81%를 차지하는 지분이다.

비덴트는 전날 계약금 500억 원을 지급했고, 잔금 650억3800만 원은 오는 22일 지급한다. 양수가 완료되면 비덴트는 기존 지분까지 더한 총 3274주(32.74%)로 비티씨홀딩스컴퍼니의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이는 지난 2018년 빗썸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김병건 BK그룹 회장의 지분이다. 김 회장은 일부 대금을 지불하고 이미 빗썸 주식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비덴트는 “김병건 회장이 9월 30일까지 빗썸 인수 잔금을 납입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후 비티씨홀딩스컴퍼니 주주들이 지급한 실물 주권에 대해 실권 실행 후 잔금을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비티씨홀딩컴퍼니의 1차 질권실행에 따른 처분 주식 수는 2324주다.

비덴트는 이 2324주 양수를 위해 비티원, 버킷스튜디오, 아이오케이 등 총 3개의 상장사의 도움을 받는다. 김재욱 비덴트 대표가 대표이사로 있는 비티원이 비덴트 주식 611만8000주를 550억82만 원에 취득하면, 비티원은 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김재원 대표가 이끄는 버킷스튜디오에 145억5000만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이어 아이오케이가 전환사채로 비덴트의 주식을 취득한다.

인수가 진행될 경우 빗썸 지배구조는 ‘비덴트’, ‘버킷스튜디오’, ‘비티원’에서 다시 비덴트로 이어지는 구조로 상장사 간 순환출자가 발생한다. 김재욱 대표는 빗썸 코리아(구 비티씨코리아닷컴) 지분 8.44%를 보유한 '옴니텔'의 사외이사이기 때문에, 인수가 마무리되면 적은 자금으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빗썸의 순환출자 고리 형성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권장하는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과 반대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신규 순환출자 금지에 해당하진 않지만, 복잡한 순환출자를 이용해 적은 자금으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빗썸 자금으로 빗썸을 사들인다는 의혹도 불거질 수 있다. 앞서 비덴트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17년~2018년에는 실적을 큰 폭으로 개선했다. 이는 지분법손익에 따라 비덴트가 보유한 빗썸코리아 지분 10.55%의 관련 이익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분투자로 회계상 타기업에 영향을 발휘하면, 투자한 기업은 투자받는 기업의 당기순이익을 본인의 손익에 반영할 수 있다. 실제로 비덴트는 2017년 주 사업인 방송용 디스플레이 제조 및 판매에서는 6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빗썸의 성과로 6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빗썸으로 번 돈으로 빗썸을 양수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병건 회장의 행방도 관심이다. 김병건 회장은 지난 2018년 10월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BTHMB홀딩컴퍼니를 통해 비티씨홀딩컴퍼니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계약금 4억 달러 가운데 1억 달러를 이미 납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1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한 김 회장이 아무런 대응 없이 지분을 넘기진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 기자회견을 통해 인수 완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딜이 진행될 때 대부분 계약 불발 가능성에 대비해 2차, 3차 안전책을 마련한다”며 “질권 회수와 같은 초강수에도 김 회장이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계약금 잔금 납입이 지나, 법적 조치하겠다는 비덴트의 공시를 두고 다수의 언론에서는 김병건 회장과 빗썸 대주주간의 법적공방을 예상했다. 김 회장이 반격에 나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비덴트 역시 빗썸 인수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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