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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외교

[이슈]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서 세계 향해 ‘세계 평화·헌법 수호’ 천명...아베와 대비

‘레이와(令和)’ 시대 연 나루히토 일왕 “헌법에 따라 일본 국민통합 상징으로 임무 다할 것”
‘전쟁 반대’ 아키히토 상왕 뜻 계승 의지 밝혀...아베·보수파들에게 부담될 듯
전문가들 “나루히토 메시지, 사실상 헌법 개정 반대...日국민에게 주는 상징성 클 것”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나루히토 일왕이 22일 즉위식에서 일본 주요 인사와 183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세계 평화와 헌법수호 의지를 전 세계를 향해 천명했다. 헌법을 고쳐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바꾸려고 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극명히 대비된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오후 도쿄에 있는 거처 ‘고쿄’ 영빈관 마쓰노마(소나무방)에서 열린 즉위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바라면서 국민에 다가서고, 헌법에 따라 일본과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며 자신의 즉위를 선포했다.

이어 “국민의 예지(叡智)와 해이해지지 않는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한층 발전을 이루고 국제사회의 우호와 평화, 인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할 것을 간절하게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의 부친인 아키히토 상왕에 대해서는 “항상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바라시며, 어떠한 때에도 국민과 고락을 함께하면서 그런 마음을 자신의 모습으로 보여주신 것을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지난 5월 아키히토 상왕의 퇴위 이후 제126대 일왕으로 즉위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연호는 ‘헤이세이(平成)’에서 ‘아름다운 평화(beautiful harmony)’를 뜻하는 ‘레이와(令和)’로 바뀌었다.

‘레이와(令和)’시대를 연 나루히토 일왕은 전후 태어난 첫 일왕이다. 그가 인사말을 통해 '헌법 수호 및 세계 평화'를 언급하고, 전쟁을 반대했던 아키히토 상왕에 대해 ‘깊게 생각한다’며 뜻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것은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아베 총리와 일본 보수파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일왕은 헌법상 정치적 권한을 가지지 못하며 정치행위가 금지돼 있다. 따라서 개헌에 대한 찬반 표명을 할 수 없지만, 일본 국민들에게는 이 같은 메시지가 큰 무게를 가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나루히토 일왕의 뜻과는 달리 아베 총리는 30년 만의 세대 교체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개헌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육해공군과 그 밖의 전력을 갖지 않는다고 명기한 ‘평화 헌법’을 고쳐 전쟁 가능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아베 총리는 일왕 즉위식 축사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평화롭고 희망이 넘치며 긍지가 있는 일본의 빛나는 미래,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맞대는 가운데 문화가 생기고 자라는 시대를 완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가겠다”며 일왕에 대해 만세삼창을 했다. 

호사카 유지 “나루히토 일왕 메시지, 사실상 평화헌법 개정 반대성명”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23일 YTN 라디오 ‘최형진의 오 뉴스’에 출연해 나루히토 일왕의 메시지는 아베총리와 대비되는 것이며, 사실상 헌법 개정에 대한 반대 성명으로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호사카 교수는 “나루히토 일왕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거의 일본의 전쟁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왔다”며 “전날도 ‘세계평화를 위해서 아버지 아키히토 상왕도 노력했기 때문에 자신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베 총리에 대해서는 “평화라기보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든다’는 신념이 있지 않은가. 이런 부분에서는 (나루히토 일왕과) 쭉 대립해 왔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사카 교수는 이어 “현 아베 정권은 개헌을 해서 현재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만 돼 있는 일왕의 위치를 ‘국가 원수’의 위치로 부활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그것이 일본 아베 정권의 개헌안 제2조에 기재돼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입각해 국민통합이라는 위치를 지킨다, 현재 헌법에 기재되어 있는 일왕의 위치를 지키겠다’는 나루히토 일왕의 메시지는 사실상 헌법 개정에 대한 반대성명으로도 볼 수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대 교수 또한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실질적으로 즉위식에서 평화헌법이라는 말을 넣는 것 자체만 가지고도 국민들에게 주는 상징성의 의미는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아베 내각이 헌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해 심사위원회 열겠다는 것을 전략적인 목표로 세우고 있다”며 “평화헌법을 지킨다는 입장의 일왕계에서 보면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아키히토 전 일왕 같은 경우는 아버지 쇼와 일왕의 전쟁 문제에 대해서 항상 속죄의식을 가지고 ‘평화여행’ 등을 많이 해 왔다”며 “아마 그 정도의 정신은 지금 현재 나루히토 일왕이 계승하고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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