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혜선 의원 “심사기간 20% 지났는데 완료율은 4%…부실심사 우려도”

<사진=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연합뉴스>
▲ <사진=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심사에 투입된 한국주택금융공사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사 처리건수로 등수를 매기는 등 주금공 사측이 실적을 강요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1일 한국금융산업노조에 따르면 현재 주금공 직원들은 업무 과부하와 실적 압박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오는 11월 말까지 심사를 끝내야 하는 안심대출 신청 건수(24만 건)가 처리 가능 물량의 6배를 넘겼기 때문이다.

노조 자체 집계를 보면 주금공 내 심사관련 인력은 150여 명, 1인당 일일 처리 건수는 최대 6.2건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당초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두 달의 안심대출 심사기간(10~11월) 동안 처리할 수 있는 건수는 3만7200건에 불과하다.

이에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1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두 달간 24만 건의 심사를 처리하라는 금융위의 계획은 재앙과 같다”며 “주금공이 노동자들을 살인적인 노동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추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장에서 “주금공의 수요 예측이 빗나가 예상보다 많은 신청이 들어온 데다, 제 기간에 심사를 끝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며 “노동자들을 쥐어짜거나 부실심사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겐 “심사기간이 약 20% 지난 시점인데도 심사완료율은 4%”라며 “심사 속도를 높인다 하더라도 12월 말 완료도 어렵지 않겠느냐”며 금융위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지난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회세종회의장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국가보훈처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지난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회세종회의장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국가보훈처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주금공 직원들이 감당 중인 업무량은 심각한 수준이다. 강민태 금융노조 주금공지부 수석부위원장은 “현재 심사담당 직원 1명에게 주어지는 안심대출 일일 심사처리 할당량은 40건으로 터무니없이 많은 양”이라며 “과거 심사 실적이 높아 포상을 받았던 우수 직원들의 일일 심사처리 건수도 10건을 넘긴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심사와 무관한 본사 직원들도 1인당 11~13건의 할당량을 받고 있고, 본업을 하면서 동시에 안심대출 심사를 처리해야 한다”며 ”심사담당 직원들도 하루 평균 10건을 심사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본업이 따로 있는 직원들이 할당량을 처리하려면 본업을 등한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주어진 과도한 업무량은 결국 대출신청자들의 민원으로 이어진다”며 “52시간 근무가 도입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민원을 피하기 위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거나 휴일근무를 하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지난 17일 주금공의 블라인드(직장인 익명커뮤니티 앱) 게시판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호소문이 게재됐다. 자신을 주금공 직원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회사측이 심사건수로 등수를 매겨 감시하고, 뒤쳐진 직원은 불러내서 (실적을) 압박한다”며 “휴가를 내면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사내 카페 매출이 늘어난 것을 두곤 ‘직원들이 한가한 모양’이라며 망언까지 한다”고 폭로했다.

또 안심대출 심사 상황에 대해선 “대부분의 안심대출 신청 건은 서류보완이 필요한 데다, 콜센터에서 받은 기초서류마저 일일이 직원들이 전화해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며 “온라인으로 정보제공동의가 되지 않는 경우도 수두룩해 심사 진행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자살기도를 했다는 글이 (블라인드 내부 게시판에) 올라올 정도로 주금공 직원들의 분위기는 최악”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출장 나간 사장은 직원들의 심사 건수를 매일 보고 받으며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의 국정감사에서 이정환 한국금융공사 사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의 국정감사에서 이정환 한국금융공사 사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강민태 수석부위원장은 “실제로 심사 초반 이틀간은 직원들의 안심대출 심사 처리 건수를 체크해서 공표하기도 했다”며 “구시대적 조치라는 항의 끝에 지금은 비공개 체크만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사실 인사부 직원까지 안심대출 심사에 매달릴 정도로 주금공의 거의 모든 직원이 해당 업무에 투입된 심각한 상황”이라며 “인력충원의 경우도 맡아야 하는 업무가 대출심사인 만큼 교육을 받은 인력이 필요해서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모기지 심사 자체의 비효율성”이라며 “지난 8월 주금공 노조는 심사역 협의체를 결성하여 ‘안심대출 성공 방안’을 논의했고, 이후 업무제안 형식으로 ‘정책모기지 심사 효율화안’을 사측에 전달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 역시 “심사의 안정적인 수행을 위해서라도 금융위와 주금공 사측은 즉각 협의에 나서야 한다”며 ▲인력 긴급 확충 ▲업무절차 효율화 ▲심사처리 기간 연장 등의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이정환 주금공 사장은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 국감장에서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시간이 되면 자동적으로 컴퓨터가 꺼지기 때문에, (이번 안심대출 심사 과정에서) 52시간 근로 위반소지는 없다”며 “차질 없이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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