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윤리위 ‘하태경 이준석 등 비당권파 징계’, 갈등에 기름 부어
하태경 “이젠 힘들어도 새로운 길 개척” 탈당 시사
손학규 “한국당 가겠다는 사람 말리지 않겠다, 갈 테면 빨리 가라”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내홍이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지난달 30일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유승민·안철수계 비당권파 의원 15명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공식 출범시켜 독자 행동에 들어간 상태다.
‘변혁’의 탈당 결행이 임박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당권파 주요 인사들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가 바른미래당 분당을 더 앞당기는 모양새다.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바른정당 출신인 이준석 최고위원에 대한 직위해제 징계를 결정했다.
안철수 전 의원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당 윤리위에 제소된 이 최고위원에게 이같은 징계 결정이 남에 따라 이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직은 물론 지역위원장(서울 노원구병)직도 상실하게 됐다.
최근 윤리위는 손학규 대표를 향해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말해 제소된 바른정당 출신 하태경 의원에게도 직무정지 6개월의 징계를 내린 바 있다.
하태경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윤리위원회의 이준석 최고위원 직위해제 징계 결정에 대해 “이제는 힘들어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지 않을 수 없다”며 탈당을 시사했다.
하 의원은 “손학규 대표의 연이은 징계와 폭정으로 바른미래당의 ‘바른’도 ‘미래’도 모두 날아갔다. 손 대표는 안철수·유승민이 만든 정당을 완전히 말아먹었다”며 “겪어 보니 손 대표는 조국보다 더 염치없는 정치인으로, 조국은 손 대표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하 의원은 “조국은 사과라도 여러 번 했지만, 손 대표는 ‘추석 지지율이 10% 안 되면 사퇴한다’는 약속을 한마디 사과도 없이 내던질 정도”라며 “구시대 정치를 뒤집어엎고 새 정치를 여는 것이 힘들어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낡은 정치를 허물고 새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변혁’은 아직까지 소속 의원 의견을 모두 모은 것은 아니지만 오는 12월 신당 창당을 목표로 그룹별로 시기를 달리해 탈당하는 ‘도미노식 탈당’ 절차를 밟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미노식 탈당은 선발대와 후발대로 나눠 탈당 시기를 달리하겠다는 것으로, 초선급 의원들이 먼저 탈당한 후 국회 주요직을 맡은 중진 의원들이 뒤따라 탈당하는 방식이다.
‘변혁’의 한 의원은 지난 18일 한 언론을 통해 “일부만 먼저 탈당을 해서 상징적인 창당을 하고 그 이후에 다같이 단계적으로 합류하는 시나리오”라며 “다만 아직 모든 의원들이 의견을 함께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변혁’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2시간가량 비공개 회동을 갖고 향후 진로에 대해 논의했으나 ‘12월 창당 및 도미노식 탈당’ 등 구체적인 향후 행동 로드맵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동에는 안철수계 이동섭·이태규 의원 등을 제외한 대다수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 의원들은 회동에서 손학규 대표가 임명한 윤리위원장이 지휘하는 윤리위원회가 비당권파인사들을 징계하고, 손 대표가 최근 비당권파인 지상욱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일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조국 전 장관 일가 엄정 수사 및 검찰개혁 촉구 결의대회’에서 ‘변혁’을 겨냥해 “문재인 정권 실정에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좀 오르는 것 같으니 거기 붙어서 공천받아 국회의원 공짜로 해볼까 한다”고 강한 비판을 가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에 가서 공천받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한국당 가겠다는 사람 말리지 않겠다. 갈 테면 빨리 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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