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일각, 당 지지율 오르자 劉 의견에 관심 두지 않는 분위기
‘유승민 신당’ 지지율 오르지 않으면 대규모 한국당 복당 있을 수도
[폴리뉴스=이경민 기자] 유승민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정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꺼내며 보수 통합에 필요한 3가지 전제조건을 자유한국당에 제시했다. 한국당이 의도적으로 쉬쉬할 정도로 폭발성이 큰 이슈인 탄핵 문제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황교안 대표가 추진 중인 ‘보수대통합‘에 완벽히 선을 긋는 발언이라는 평가가 있는 한편, 반(反) 조국 연대를 통해 형성됐던 보수 야권의 공동전선이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 대표는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과를 수용하고 그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그렇다면 황교안 대표든 누구든 만나 통합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견 보면 유화적인 제스쳐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보수진영 내에서의 탄핵 논의가 갖는 폭발성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이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르완다 사례를 들며 보수진영 내에서의 ‘용서와 화해’를 주장하고, 홍준표 전 대표마저도 “이제는 탄핵을 놓고 서로 손가락질을 할 겨를이 없다. 지난 잘못은 묻어버리고 모두가 하나가 돼서 문재인정권을 심판해야 할 때”라는 내용으로 대중 연설을 할 만큼 탄핵은 보수진영의 역린(逆鱗)에 해당한다.
실제로 한국당은 총선을 앞두고 “분열하면 패배한다“는 황교안 대표의 말처럼 분열 요소를 없애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옛 친박계·비박계 쌍방이 모두 탄핵 논란을 총선 이후로 ‘유예’하자는 쪽으로 의견 일치를 본 것이 그 사례다.
지지율 오른 한국당, 劉 발언에 시큰둥한 분위기…‘변혁’ 소속 의원들 입장에 주목
다만 한국당은 유 의원의 발언에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한국당에 긍정적인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다. tbs교통방송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8일 설문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37.5%, 한국당 지지율은 34.1%로 양당 지지율은 오차범위 이내이며 문재인정권 출범 이래 가장 근소한 3.4%p까지 좁혀졌다. 거대 당으로 표가 쏠리는 유권자들의 사표심리에 의한 ’유권자 연대‘를 노릴 수 있는 수준으로 지지율이 올랐다고 해석된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유권자들의 활발한 교차 투표로 인해 승리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유 의원 발언에 대해 묻자 “(유 의원 발언에) 크게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올라가는 당 지지율 덕에 한국당이 전반적으로 자신감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요한 것은 유 의원의 의사나 구상보다는 차기 총선에서 재선을 자신할 수 없는 ‘변혁’ 소속 다른 의원들의 생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중적 인지도나 인기도 측면에서 ‘변혁’ 소속 의원 중 유 대표 다음 가는 인물은 하태경 수석최고위원이다. 그런 하 최고위원마저도 지난 8일 tbs교통방송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역구에서 여론조사를 돌려보면 지지율) 15% 이상은 나온다"며 “선거자금 보전까지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대표를 제외한 ‘변혁’ 소속 의원 전원은 재선을 하기 위해선 소위 한국당의 ‘간판’이 필요한 셈이다.
결국 관건은 내달 중으로 예상되는 ‘유승민 신당’의 창당 이후 정당 지지율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당의 지지율이 기대에 못 미치면 연말연초나 설 연휴 직전까지 계속될 정계개편 과정에서 한국당으로의 개별 복당 등 이탈자가 나올 수 있다. 더 나가서 유 의원 본인의 한국당 복당 가능성 또한 점쳐진다.
실제로 한국당은 지난 24일 탈당 경력이 있는 인사들의 경우 총선 심사점수를 10~30% 감점하겠다고 했지만, 탈당 경력자 중 보수 통합 등 당의 전략적 방침에 따라 복당한 경우는 따로 살피기로 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개별복당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 것이다.
홍준표 전 대표 역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범야권 대통합을 하지 못하면 민심이 어떻게 돌아가든 야당은 참패하게 돼 있다” “유승민 의원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보지 않지만, 지난날의 과오나 잘못은 우리가 재집권한 후 따져도 늦지 않다”며 유 의원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유 의원 본인의 한국당 입당마저도 그 문호를 열어 놓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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