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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조국 사태’의 대결, 해결의 리더십이 안 보인다

 

국가의 서로 다른 구성원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는 일은 고대 정치에서도 어려운 숙제였다. 플라톤의 『정치가』에는 젊은 소크라테스와 방문객의 대화를 통해 왕을 직조공으로 비유하며 ‘절제 있는 성격들’과 ‘용감한 성격들’을 통합하는 왕도적 통치술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왕도적 직조공이 해야 할 일은 절제 있는 성격들과 용감한 성격들이 따로 놀지 못하게 하는 것이며, 그것이 그의 업무의 전부일세. 왕도적 직조공은 이 두 부류가 의견을 공유하고 같은 자질들을 존중하거나 경멸하고 서로 사돈이 되게 함으로써 이 두 부류로 천을 짜야 한다는 말일세. 그는 이 두 부류로 부드럽고 사람들 말마따나 '촘촘하게' 천을 짜되, 나라의 관직들을 언제나 두 부류가 같이 맡게 하고 어느 한 부류가 독점하게 해서는 안 되네.”

그래서 왕도적 직조공의 작업이 완성되는 것은 “용감한 성격들과 절제 있는 성격들로 하나의 천으로 짰을 때”이며, “지식을 가진 왕이 두 부류를 화합과 우애로써 하나의 공동체로 묶은 뒤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 가장 좋은 천으로 노예든 자유민이든 국가의 모든 구성원을 감쌀 때’라고 플라톤은 말하고 있다. 그 때가 국가가 행복해질 수 있는 잠재력이 극대화되도록 왕이 국가를 통치하는 때라는 것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의 이질적인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통치술이 통치자의 중대한 덕목이었음을 읽을 수 있다.

2019년의 대한민국, 나라는 두 갈래 세 갈래로 찢겨져 있다.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을 외치는 사람들, ‘조국 파면’과 ‘대통령 사과’를 외치는 사람들이 거리에 모여 세 대결을 벌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어느 쪽에도 마음이 가지 않는 사람들은 그 광경을 우려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싸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줄을 잇는다. 태극기를 든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제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검찰 쿠데타, 구악(舊惡)들과의 전면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열을 이끈다.

문제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제압하며 싸움이 끝나기 어렵다는데 있다. 두 진영 서로의 신념과 주장이 굳어질대로 굳어져있는 터, 이 싸움은 어느 쪽이 이기든 51대 49의 결과를 낳게 되어있다. 이겨도 이긴 것이 될 수 없는 상처 뿐인 승리이며 국가구성원 모두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시민들끼리의 싸움은 사태의 결말이 무엇이 되든, 엄청난 후유증을 낳게 되어 있다.

검찰개혁은 물론 중요하다. 검찰을 개혁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언제부터 검찰개혁이 국가 의제의 제1순위가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조국 대전’으로 헝클어지고 날이 선 마음들이 부메랑이 되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북정책에, 민생정책, 교육정책에 비수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한채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끝나는 상황이 초래되고 말 것이다. 명약관화한 앞길을 놓고 우리의 책임이 아니라 반대 편의 책임이라는 말만 하는 것은 정권을 가진 쪽의 지혜로운 태도는 되지 못한다. 책임의 소재가 누구에게 더 많이 있든, 이 갈등과 혼돈의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최종적 책임은 집권한 세력에게 있다. 집권한 쪽은 속 마음이 어떻더라도, 품이 넓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통령 취임사에서 이렇게 약속했었다.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진영 간의 반목과 대결은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혼돈을 수습할 리더십은 어디에서도 작동되고 있지 못하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 그게 어디 우리 책임이냐고 하기에 앞서, 지지자들만 바라보고 국정을 운영해 오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때다. 우리가 옳다는 신념이 아니라, 민심을 넓게 껴안을 수 있는 지혜가 아쉽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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