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美대선시계로 시간에 쫓기는 北美정상, 김정은 부산 방문 가능성도 제기돼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사진=청와대]

북한과 미국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비핵화 실무협상에 돌입키로 했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암묵적으로 설정된 올 연말 시한의 북미협상이 궤도에 올라 급물살을 타면서 연내 정상회담 개최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노이 노딜’ 후폭풍은 컸다. 북한은 하노이 실패로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했고 안 되면 ‘제3의 길’을 찾겠다는 식의 ‘판 깨기’ 엄포도 했다. 또 ‘레드 라인’을 넘진 않았지만 단거리 발사체 시험을 감행하며 미국과 한국에 대한 압박수위도 높였다. 하노이 회담 결렬에 따른 북한의 강한 반발로 북미협상은 이후 반년이 넘게 중단됐다.

6.30 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에서 7월 하순 실무협상을 재개키로 합의했지만 북한은 선뜻 나서지 않았다. 한미군사연습을 이유로 ‘한국 때리기’를 열을 올렸고 발사체 도발 수위도 높였다. 미국이 ‘계산법’을 바꿨다는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 다시 실무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공전 상황이 급작스럽게 멈추고 협상의 문이 열린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월 10일(현지시간)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경질하면서부터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9일 저녁 담화를 통해 ‘북미 실무협상’에 나서겠다고 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그리고 미국은 ‘새 계산법’을 찾겠다는 신호도 보냈다.

최 부상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 용의를 밝히면서 “(미국이)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며 “만일 미국 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트위터로 “나는 어젯밤 존 볼턴 보좌관에게 그의 복무가 더 이상 백악관에서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며 “나는 그에게 사직을 요구했고 사직서는 오늘 아침 내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하노이회담 결렬’의 책임자로 지목하며 거부해온 볼턴 전 보좌관 경질은 북미 협상 재개의 신호탄에 가까웠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볼턴 전 보좌관 경질 관련 질문에  “볼턴 보좌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리비아 모델에 대해 언급했을 때 우리는 매우 심하게 차질이 생겼다. 그는 잘못했다”고 ‘선(先) 핵포기 후(後)보상’의 ‘리비아 모델’의 일괄타결식 북핵 해법을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할 것이라고 한데 반박하면서 “어쩌면 새로운 방법(new method)이 매우 좋을지도 모른다”며 ‘새로운 셈법’으로 북미협상에 임할 뜻도 밝혔다. 북미협상의 문을 더 열어젖힌 것이다.

상황이 급진전되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빠르게 움직였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확실해지자 서둘러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유엔 방문길에 올랐다. 지난 2년 연속으로 유엔을 방문해 기조연설을 한 문 대통령은 올해 유엔 방문 일정을 잡지 않았다가 급히 유엔 일정을 잡았다.

문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 일정의 핵심은 한미정상회담이었다. ‘하노이 결렬’을 딛고 북미가 어떻게 새로운 ‘합의점’을 도출해 낼 것이냐를 두고 한미 정상이 만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함이다. 비록 ‘하노이 노딜’로 한국의 북미 중재자 내지 촉진자로서 역할이 빛을 바랬지만 한반도 문제에서만큼 미국의 우선 협의 당사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8일 하노이회담 결렬은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상처를 냈다. 특히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카드를 내놓았던 북한으로선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을 불신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북한은 한국을 향한 문을 걸어 잠갔을 뿐 아니라 문 대통령과 한국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여 나갔다.

뿐만 아니라 북미협상을 맡았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도 해임했다. 한국을 믿고 북미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하노이 결렬’에 대한 충격이 컸고 이에 비례해 한국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불신도 강했다.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이를 외면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 깔렸다.

6.30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래를 목적에 뒀다. 한국을 ‘중재자’로 내세우는 것은 자신의 패를 미리 미국에게 건네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봤다. 그래서 북미 직접 협상에 매달렸다.

평양정상회담에서의 북한의 카드는 ‘영변핵시설 폐기 대 미국의 상응조치’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 패가 미국으로 넘어가는 순간 ‘영변핵시설 폐기’는 기정사실화되고 여기에 ‘플러스 알파’ 조치로 뭘 더 내놓아야 한다는 쪽으로 협상이 흘러간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꺼내든 것이 ‘새로운 계산법’이었다.

한미정상회담, ‘싱가포르 합의’ 재확인했지만 ‘새로운 방법론’은 꽁꽁 숨겨

9월 23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하노이 결렬’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선차적인 과제였다. 그리고 회담 결과로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정신 재확인 ▲북미관계를 ‘전환’해 70여년 지속된 적대관계 종식과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의지 재확인 두 가지를 언론에 공표했다.

또 청와대는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비핵화 시 밝은 미래를 제공한다는 기존의 공약을 재확인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합의를 기초로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고자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 정신을 북미 실무협상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것은 4개항의 합의 중 ①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②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논의를 ③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실무협상에서 적극 다루겠다는 의미다. 단거리 발사체 시험을 감행하고 한국의 군비증강을 비난하며 체제안전 보장요구를 하는 북한에 미리 내놓은 총론적 의미의 답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 핵심적인 의제인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선 비핵화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은 사실상 폐기됐다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론’의 단서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대북 제재도 유지키로 했다고 했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에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재개될 실무협상을 앞두고 협상 카드가 조금이라도 새 나갈까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빅딜’, ‘스몰딜’ 등 온갖 협상안이 언론을 통해 난무했지만 이번에는 보다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무엇보다 ‘리비아 모델’을 대신할 ‘방법론’을 꽁꽁 숨겼다. 다만 한미 정상은 실무협상 재개 시 실질적인 진전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다. 이는 북한과의 협상전략일 수도 있지만 한미 간의 의견 조율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합의정신을 재확인했다.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합의정신을 재확인했다.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미국은 청와대가 ‘북미관계 전환’으로 발표한 부분을 발표문에 ‘북미관계 전환(Transform·트랜스폼)’으로 표현했다. 통상적으로 미국은 ‘관계 개선(Improve)’이란 용어를 주로 사용해왔지만 ‘트랜스폼’을 사용한 데는 북미 관계의 근본적인 관계변화를 도모한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적극적일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분명한 것은 향후 예정된 북미협상의 핵은 ‘영변핵시설 폐기 플러스 알파’와 이에 대응한 미국의 상응조치 배열이다. 미국은 북한이 보다 높은 수준의 ‘플러스 알파’를 내놓도록 하는데 협상의 주안점을 둘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내놓을 ‘플러스 알파’에 따라 상응조치를 맞대응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려 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내놓을 카드에 따라 유연한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미국은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최종적이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최종목표 추구와 함께 중간단계 합의도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그 중간단계로 영변핵시설 폐기 플러스 핵동결(핵시설 신고와 추가 핵물질 생산 중지)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그러나 북한은 ‘체제 안전보장’이 안 된 상태에서 ‘핵과 핵시설 신고’를 사실상의 무장해제, 또 ‘북한의 거짓말 논란’의 빌미가 될 것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하노이 회담에서처럼 플러스 알파 없는 ‘영변 핵시설 폐기’를 출발점으로 삼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이 핵의 거의 전부이며 영변 핵시설 폐기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단계 진입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최대한의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실무협상에서 이러한 북미 간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시간에 쫓기는 북미 ‘연내 3차 정상회담’ 전망, 김정은 부산 방문 가능성도 제기 

북미 간의 ‘비핵화 의제’에 대한 이견과 간극은 크지만 북미 양 정상은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원하고 여기서 일정한 수준의 ‘합의’를 도출하길 바라고 있다. 또 양 정상은 ‘하노이 노딜’을 원치 않으며 협상 시한도 올해 내이기에 촉박하다.

북미 정상에게 남겨진 시간은 많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내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 단락을 매듭지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2020년이면 미국 대선으로 넘어가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여부와 상관없이 1년 이상 협상은 물 건너가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올 연말이 지나면 곧바로 대선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 최선의 외교적 성과를 내야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년 동안 단 1곳에서도 외교적 업적을 내지 못했다. 오히려 베네수엘라,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외교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협상도 지지부진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문제에서만큼은 성과를 내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올 연말 안에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에 대한 1기 트럼프 행정부의 결산을 의미하는 합의안을 끌어내야 한다. 시간은 북미 양 정상을 ‘협상 타결’ 쪽으로 재촉하고 있다.

이에 3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인 합의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하노이 회담’ 실패가 밑거름으로 작용해 협상을 빠르게 진행시킬 것이란 예상도 있다. 북미 양쪽이 구체적인 안을 들고 이견을 확인했기 때문에 협상의 맥을 서로가 잘 짚고 있어 간극이 크더라도 ‘절충점’을 찾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북한이 내놓을 ‘플러스 알파’ 수준에 따라 미국은 상응조치로서 다양한 수준의 카드를 배열할 것이다.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2016년 이후 유엔 대북제제 조치 해제를 요구한 것을 기준으로 해 미국은 북한에 줄 것은 최소화하고 받을 것을 최대화하는 방안을 준비할 것이다. 여기에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도 포함돼 있을 것이며 스냅백방식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국가정보원은 한미정상회담 직후인 9월 24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미 실무협상이 앞으로 2~3주 안에 재개될 가능성이 크고, 합의가 도출될 경우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오는 11월 김정은 위원장이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에 참석 가능성에 대해서도 “협상에 진전이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국정원의 이러한 예상을 정면으로 부인하지 않고 있다.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부산 방문이 이뤄진다는 것은 하노이 회담 후 멈췄던 남북축과 북미축이 다시 복원돼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다시 선순환의 길로 접어든다는 의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