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서 ‘하도급법 위반 벌점제 정비를 위한 토론회’ 열려
기속행위·벌점경감사유에 의견 엇갈려

19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하도급법 위반 벌점제 정비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사진=김기율 기자>
▲ 19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하도급법 위반 벌점제 정비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사진=김기율 기자>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그동안 각계각층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법상 ‘공공입찰 참가제한’과 ‘영업정지’ 등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벌점제의 기준과 적용 범위 등이 모호하다며 정비를 촉구해왔다. 다만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서로간의 입장차를 보여 왔다.

1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하도급법 위반 벌점제 정비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입을 모아 말했지만, 어떤 내용으로 정비할 지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이 갈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도급법상 벌점제는 벌점 자체가 갖는 의미보다 누적된 벌점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이익이 사업자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벌점 부과 기준과 벌점 부과 후 개선책 등이 정교하고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하도급 거래 위반에 따른 벌점이 5점을 초과하는 기업에 입찰참가자격제한을, 벌점이 10점을 초과할 경우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영업정지를 각각 관계 행정기관 장에게 요청한다.

이를 ‘기속행위’라고 하는데, 최난설헌 교수는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이 원사업자뿐만 아니라 수급사업자에 불리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산업 분야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제한이 큰 의미가 없는 영역도 있다”면서 “규제당국(공정위)의 재량이 있는 경우, 반복적인 법 위반행위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면서 동시에 산업 분야에 적합한 제재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속행위를 재량행위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에 이재식 대한건설협회 건설진흥실장은 “공공발주 비중이 큰 건설업의 경우 입찰참가자격제한은 사업의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동의했다.

그러나 최전남 중소기업중앙회 공정경제위원장은 “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제한 및 영업정지는 매우효과적인 불공정거래행위 방지 수단”이라며 “지속적인 제도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기속행위로 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벌점이라 하더라도 제한조치 시행 여부에 따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고, 벌점이 초과할 때마다 제한조치 시행 여부를 공정위가 매번 검토해야 해 행정력 낭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위 하도급 벌점 경감기준 개선 계획(안)<자료=공정거래위원회>
▲ 공정위 하도급 벌점 경감기준 개선 계획(안)<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날 토론회에서는 벌점을 줄이고 늘이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지난해 공정위가 개정안을 통해 삭제하겠다고 밝힌 ‘하도급법에 관한 교육이수‘와 ’공정위원장 또는 관계 행정기관장이 수여하는 표창 수상‘ 경감 점수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최난설헌 교수는 “교육이수와 표창으로 인한 벌점 경감사유는 적절하지 못하다”면서 “2013~2018년 벌점 감면으로 서희건설, 삼부토건, 호반건설 등 6개 사업자가 임찰참가자격제한 요청 대상을 피해간 만큼 벌점제도를 유명무실화 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 따른 벌점 경감은 벌점제도의 운영 취지 등을 감안할 때 최소한 최우수 업체에 한해서는 현행 경감 기준을 유지하는 게 장기적 관점에서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전남 위원장 역시 “교육이수, 표창 등의 부분은 사실상 불공정행위 억제에 도움이 되지 못해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김현수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일각에서 기업들이 교육이수와 표창 등을 규제 회피수단으로 활용한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정부에 표창을 신청하려면 기업의 제일 윗선까지 보고해야하는 전사적 결정이 필요하다. 담당자가 벌점 회피를 위해 쉽게 신청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식 실장은 “교육이수가 상생협력 증진에 기여하는 긍정적 효과를 고려하고 인정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교육 이수 시간을 늘리고, 교육 이수 후 1년 이내에 하도급법령 위반 사실이 없을 때 벌점을 경감하는 방안으로 실효성 있게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표창 역시 폐지보다는 수상 대상자를 철저히 심사해 실질적으로 수급사업자 보호에 기여했을 경우 벌점을 경감하는 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건영 대한전문건설협회 경영정책본부장은 “단지 벌점 경감의 수단만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는 항목은 삭제가 필요하다는 공정위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표창 수상은 소관부처별 기준에 따라 선정되는 만큼 경감점수를 축소하고, 교육이수는 세밀하게 요건을 강화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공정위의 하도급법이 중기부나 국토부 등 다른 부처의 관련법안 등과 겸치는 내용이 많아 문제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또 기업들이 현재 자신들의 벌점 수준과 부과 사유를 최대한 빨리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하도급 분야에서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엄중 제재하면서, 갑을간 힘의 불균형 완화를 위한 구조적·제도적 접근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법·제도적 변화가 현장에서 체감되는 관행과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 고객의 눈높이에서 부족한 점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하도급법 위반 벌점제 정비를 위한 정책 토론회’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한국공정경쟁연합회가 공동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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