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지도부, 당내 결집을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 존재
황교안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위한 행보
하태경 “삭발보다 중도층 흡수하기 위한 다른 방안 필요”
김만흠 “조 장관에겐 삭발투쟁보다 검찰 수사가 더 위협적”
조국 법무부장관의 임명을 반대해 온 자유한국당이 조 장관이 임명된 후에도 조 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며 릴레이 삭발이라는 강수까지 두고 있다.
먼저 자유한국당으로의 입당을 타진하고 있는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지난 1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삭발을 감행한 이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삭발 릴레이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조 장관의 임명을 반대한다’며 삭발식을 치른 이 의원에 이어 이튿날인 11일엔 박인숙 한국당 의원이 김숙향 동작갑 당협위원장과 함께 같은 장소에서 삭발을 감행했다.
이들의 삭발식이 벌어지던 날, 두 사람을 격려하기 위해 삭발 현장을 찾은 황 대표는 ‘삭발이 계속 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삭발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조국 임명 반대 규탄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고 결국 본인도 삭발을 결정했다.
16일 오후 5시 황 대표는 당초 예고한 대로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삭발을 결정했고 머리를 시원하게 밀었다.
황 대표의 삭발 소식을 들은 청와대의 강기정 정무수석은 삭발이 진행되기 전 집적 현장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이 염려하고 계신다’며 황 대표의 삭발을 만류했지만 황 대표는 ‘조 장관의 사퇴가 있어야 한다’며 강 수석의 만류를 뿌리쳤다.
황 대표의 삭발 이후 17일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도 역시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감행했고, 강효상 의원도 이날 동대구역에서 삭발을 벌이며 삭발 릴레이는 점점 당 전체로 퍼지는 모양새다.
△ 황 대표는 왜 삭발을 했을까?
총선을 일년도 남기지 않은 이 시점에 황 대표는 왜 이 같은 강수를 둔 것일까?
정계에선 황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삭발이란 강수를 선택한 배경으로 현재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리더쉽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무려 한달 가까이 이어진 ‘조국 정국’을 통해 한국당은 지지율 반등을 노렸지만 청문회 정국이 끝났음에도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지지도는 크게 변동이 없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법무부장관으로 지명할 무렵엔 ‘황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가 청문회를 통해 뭔가 보여줄 것’이라는 보수 야당들의 지지가 있었지만 맹탕 청문회라는 비판속에 한국당은 청문회에서 별다른 이슈를 끌어 내지 못했고, 문 대통령이 결국 조 장관의 임명을 강행하자 ‘대체 한 게 무엇이냐’는 지도부 책임론 까지 불거졌다.
또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한 비주류진영에서 지도부가 ‘조국 정국’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며,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무능하다는 프레임으로 공격을 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내부 결집을 위해 삭발이라는 강수를 뒀다는 평가가 존재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젠 일년도 남지 않은 총선국면에서 현역 의원이 아닌 당대표로서 의원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무당층의 지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현역 의원이 아닌 황 대표는 그간 국회 내의 일정은 나 원내대표에게 맡기고 본인은 장외투쟁과 민생투어를 지속적으로 펼치며 의원들과 살짝 거리를 두었으나 이번 삭발을 통해 의원들에게 존재감을 보여 주려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실제로도 황 대표는 의원들의 삭발식과 더불어 밤늦게까지 정부 여당을 규탄하는 집회에 끝까지 참석하며 당내 결속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나 원내대표 역시 ‘조국 임명 반대’를 내 걸고 내부결속을 다지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최근 진행된 정기국회 논의와 더불어 여당과의 각종 협상에서도 조 장관의 철회를 요구하며 순순히 여당의 요구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황 대표의 대권가도를 위한 지지율 다지기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차기 대권 주자 순위에서 이낙연 총리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조 장관이 국민적인 인지도에 힘입어 새로운 대권 주자로 급 부상하는등 본인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기에 삭발과 같은 극단적인 투쟁을 통해서라도 존재감을 내 보이겠다는 의지로 읽히고 있다.
△ 하태경 “황 대표 삭발...중도층 잡기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
반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릴레이 삭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하 의원은 17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국당의 삭발 행보에 대해 “저는 비판적인 입장이다”며 “왜냐하면 황 대표가 중도층으로 확대해 나가야 되는데, 삭발이 자기 지지층을 또 단단하게 결속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좀 더 다른 방식으로, 다른 방식으로 중도층이 좀 더 이해하고 지지하는 방식으로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대표의 한계가 그 지지층 안에 갇혀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며 중도층 확장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황 대표가 삭발을 한 배경에 대해서는 “황 대표도 법조인 출신이다. 법무부 장관까지 했으니 나름 인맥이 있을 것이다”며“조 장관의 사건의 결말에 대해 확신이 있을 것이다. 만약 조 장관이 다 무죄라고 드러난다면 과연 머리를 깎았겠는지 의문이다. 결국 이것은 명백한 유죄로 드러날 것이고 조 장관도 낙마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 강병원 “삭발, 내부 결속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보여”
또한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변인을 역임했던 강병원 의원 역시 한국당의 삭발 릴레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강 의원은 17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삭발이 본인들 지지층 내에서는 조국 장관 임명한 것에 대해서 반대 기류로 벌어진 것 같다”며 “조 장관의 청문회를 거치면서 한국당 의원들이 지도부의 지도력에 의문을 가진 거 같다. 삭발과 같은 강경투쟁을 거면서 내부 결속 다지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삭발을 하는 것은 현재 패스트트랙 수사가 진행되면서 한국당의 많은 의원들이 불안해하고 불평이 많다고 알고 있다”며 “지도부 입장에선 그런 반발들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으로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한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강 의원은 한국당의 삭발 투쟁이 국회운영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지금은 정기국회를 해야하는 시기다. 국회의원들에게 정기국회는 매우 중요하다”며 “예산안 논의와 더불어 다양한 현안 논의를 해야 하는 시기인데, 이미 임명된 장관을 두고 계속 물러나라는 요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약자가 마지막 저항 수단으로 하는 것이 삭발인데 한국당은 삭발을 희화하하고 있다. 바람직하지 않은 투쟁방식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1야당의 대표가 국회를 파행시키면서 그렇게 무책임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무능한 선택이다”라며 “조 장관 사퇴요구보다 민생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치고 나갈 것을 당부한다. 국민들이 보기에 삭발 투쟁은 구시대적이고 낡은 투쟁방식이다. 제 1야당이 할 일은 아니다”며 한국당이 정기국회 논의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 김만흠 “삭발, 당 내부결속 다지기...검찰 수사가 변수”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역시 이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의 삭발투쟁이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한국당으로서는 결의를 보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며 “기존의 한국당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불신을 넘어서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본다. 내부적으로 잘 될 수 있겠지만 외부적으로는 잘 될 수 있겠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내부적으로는 결집이 되는 모양새다. 기존의 황 대표 행보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김문수 전 지사도 삭발에 동참 하고 있는걸 보면 결집은 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조 장관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삭발 투쟁보다는 검찰 수사의 영향이 클 것이다”며 “삭발 투쟁으로 조 장관이 사퇴할 것 같지는 않다”고 보았다.
김 원장은 현재 한국당이 삭발 릴레이를 벌이는 것에 대해 “현재 정국에서 한국당이 할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머리를 깎는 것은 일종의 저항 행동인데, 그간 정국에서 제 1야당이 주도해서 이끌어가는 그런 진행과정들이 없었기 때문에 릴레이로 삭발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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