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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트럼프 ‘리비아 모델’ 비판, 셈법 바꾸고 北 ‘단계적 방식’에 접근

“볼턴 ‘리비아 모델’은 잘못, 북미협상 방해”, “리비아서 일어난 일 보라, 재앙”
北 협상 나서면서 “인연 없는 낡은 각본(리비아 모델)” 가져오지 말란 요구에 부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선(先) 핵포기 후(後)보상’의 ‘리비아 모델’의 일괄타결식 북핵 협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일괄 타결 방식’의 비현실성을 인정하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방식’에 한 발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에게 요구해온 ‘새로운 계산법, 셈법’으로 북미 협상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볼턴 전 보좌관 경질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볼턴 보좌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리비아 모델에 대해 언급했을 때 우리는 매우 심하게 차질이 생겼다. 그는 잘못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이 주도한 리비아 방식 협상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볼턴 보좌관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리비아 모델을 이야기 했을 때 우리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아주 큰 방해를 받았다”면서 “모델을 언급했을 때 일종의 매우 큰 잘못을 한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이어 “리비아에서 카다피 전 대통령에게 일어났던 일을 한번 보라. 큰 재앙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볼턴)가 그것을 북한과의 협상에서 사용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것은 좋은 언급이 아니었다”며 “(볼턴 전 보좌관은) 나보다 불필요하게 더 터프하다”고도 했다. 리비아식 해법은 상대방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할 수 있지만 대화에 나선 상대에게 이를 꺼내든 것은 잘못이란 지적이다.

나아가 “나는 그 후에 김정은(위원장)이 말한 것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며 “그는 존 볼턴과 함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했다. (리비아 방식의) 그런 말을 하는 건 터프함의 문제가 아니라 현명하지 못함의 문제”라고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 한국 사이에 있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국민을 갖고 있다”며 북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그들(북한)이 (비핵화) 거기에 이르길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북한과의 대화의지로 나타냈다.

이어 “나는 북한이 엄청난 뭔가가 일어나는 것을 보길 원한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이것은 가장 믿을 수 없는 일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여러분이 긍정적인 측면에서 한 나라를 본다면 이것은 이제껏 가장 믿을 수 없는 실험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북한이 극도로 거부해온 볼턴 보좌관의 선 핵포기가 주골자인 ‘일괄타결’ 방식의 협상에서 한 발 물러설 수 있다는 의미다. 즉 미국이 북한의 요구한 ‘새로운 셈법’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볼턴 보좌관의 ‘일괄타결’의 ‘리비아 방식’ 주장으로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될 상황에서 이를 비판해 국면을 전환시킨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올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볼턴 보좌관을 전면에 투입해 ‘일괄타결’ 방식으로 북한을 압박하면서 회담이 결렬됐다.

따라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리비아 모델 비판은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9월말 북미 협상에 나서겠다고 통고한 것과 맞물리면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의 빅딜에 새로운 동력을 부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 부상은 지난 9일(한국시간) 밤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 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며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 부상이 언급한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은 볼턴 보좌관의 ‘리비아식 일괄 타결’에 다름 아니다.

한편 청와대는 11일(한국시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최근의 북미 분위기와 관련해 “상임위원들은 최근 북측이 9월 하순경 북미간 비핵화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것에 주목하고, 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 조기 달성을 위한 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찬 기자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여론조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외교-안보-통일 등의 현안을 정확하게 보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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