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보전 기자] 국민투표로 유럽연합을 탈퇴하기로 결정한 영국은 유럽연합과 관계를 어떻게 끝맺을지를 두고 지난 3년을 끌어왔다. 국민투표 이후 정권을 물려받은 테리사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를 완수하지 못하고 퇴임했다. 강경 브렉시트 찬성파였던 보리스 총리 모두 탈퇴하는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렉시트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유럽회의주의(Euroskeptic)와 이민자 이슈

영국은 사실 유럽연합에 반만 속한 국가였다. 유럽단일시장에는 속해있지만, 유로화를 쓰지 않고 파운드화를 고수했다. 유럽연합의 목표인 점진적인 경제·정치적 통합에 언제나 반대쪽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국가이기도 했다. 영국은 유럽통합에서 가장 낮은 단계를 유지하는 국가였고, 그만큼 국민들 사이에 유럽회의주의가 만연했다. 유럽회의주의(Euroskeptic)는 유럽의 통합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표현하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를 유럽대륙에 속하면서도 속하지 않길 원한 영국의 고유한 정체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테면 Liesbet Hooghe교수는 2008년 논문에서 이익집단의 경제적 선호 배후에 있는 ‘정체성’이라는 개념이 유럽통합 정책이 정치화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공동체로 간주되던 유럽연합이 점차 그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영역에서 통합을 시도하자 영국 국민들이 유럽연합을 대하는 태도가 변화했다고 논문에서 설명한다. 국내 연구로는 배병인 교수가 유럽바로미터 설문조사를 분석해 유럽 시민들이 유럽 시민으로서의 정체성보다 민족적 정체성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민족적 정체성이 강하게 발현되는 지점은 아무래도 ‘이민 이슈’다. 실제로 탈퇴를 선택한 유권자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움직인 것도 이민과 난민 이슈였다. 2016년 당시에는 시리아 난민사태까지 겹쳐 영국 국민들은 외국인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 불만을 가졌다. 브렉시트 탈퇴 진영의 주요 아젠다도 유럽연합으로부터 ‘국경통제권 회수하기’였을 정도다. 유럽연합 탈퇴를 단일 목표로 삼은 극우 포퓰리즘 정당 영국독립당(UKIP)은 브렉시트 선거 유세 동안 영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 행렬을 두렵게 묘사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제안은 독이 든 성배 

국가적으로 유럽연합 탈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처럼 국회도 마찬가지였다. 정당 내부에서도 의원별로 브렉시트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갈렸다. 지도부였던 보수당도 마찬가지였다. 영국의 유럽연합 내 지도력 약화나 국경통제 권한 상실을 못 마땅해 하는 세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단일시장이 가져다주는 세계화의 이점을 누려야 한다는 세력으로 갈라졌다. 

당시 내각을 이끌던 캐머런 전 총리는 찬성과 반대 양쪽 모두 만족시키기 어려웠다. 그 결과 국민투표를 제안해 탈퇴파의 의견을 들어주면서, 실제로 본인은 잔류 캠페인을 이끌며 잔류파의 손을 들기로 한 것이다. 애초에 국민투표가 가져올 불확실성이 지적받았지만 이를 무시한 캐머런의 정치적 판단으로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시작됐다. 그 결과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제안한 캐머런 전 총리가 브렉시트 잔류파 캠페인을 이끄는 촌극이 발생했다. 일각에선 캐머런 총리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제안을 두고 ‘독이 든 성배’를 마셨다고 표현했다. 

3일 존슨 총리가 첫 의회 표결서 패배한 후 의사당을 떠나는 메이 전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3일 존슨 총리가 첫 의회 표결서 패배한 후 의사당을 떠나는 메이 전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총리가 직접 나서 잔류를 호소했지만, 2016년 6월에 열린 영국 국민투표를 통해 영국 국민은 결국 탈퇴를 결정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결과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퇴했다. 2017년 2월 29일에는 새로이 취임한 테리사 메이(Theresa May) 총리가 유럽이사회 투스크(Donald Tusk) 의장에게 브렉시트 통보 서한을 보내고, 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선언함으로써 유럽연합과 영국 사이에 주어진 2년간의 이별 준비기간이 시작됐다.

국민투표 이후 영국의 여론은 다시 유럽연합 회원국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잃게 되더라도 완전한 자주권을 중시하는 하드브렉시트와, 인적 물적 자원의 이동을 지속하자는 완화된 형태의 소프트브렉시트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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