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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조국 후보자 논란과 솔로몬의 역설

 

고대 이스라엘의 솔로몬왕은 뛰어난 지혜를 지닌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여인 둘이서 서로 자기 아기라고 주장할 때 재판을 맡은 솔로몬은 아기를 반으로 나누라고 명령하고 두 여인의 반응을 보면서 진짜 어머니를 가려냈다. 그 유명한 솔로몬의 재판이다. 그러나 번영을 누렸던 이스라엘은 솔로몬 말기에 들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건축물을 짓고 왕실을 유지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 백성들의 부담은 커져갔고, 빈부격차가 심화되어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솔로몬왕이 죽은 뒤 아들 르호보암에 이르러 이스라엘은 두 개의 왕국으로 분열되고 만다. 솔로몬은 다른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현명한 판단을 해왔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는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여 이스라엘의 몰락을 자초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일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현명하게 판단하면서도 유독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만은 그렇지 못한 경우에 대해 심리학자 이고르 그로스만은 ‘솔로몬의 역설’이라고 이름 붙였다.

솔로몬의 역설과 같은 모습들은 생각보다 많다. 바둑 훈수는 잘 두면서 정작 자기가 바둑을 둘 때는 실수를 하는 사람에서부터, 다른 사람의 선거는 냉정하게 잘 예측하면서도 자기가 출마하면 당선이 확실한 것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하는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자기 일에 대해서만은 객관성을 잃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문제도 솔로몬의 역설과 맞닿아 있다. 지금 조 후보자를 향한 여론의 비판이 모아지는 핵심은 언행의 불일치 문제이다. 그는 그동안 진보적인 입장 위에서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함에 대해 적극적인 발언을 해왔다. 조 후보자가 대중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어왔던 것도 그러한 소신에 대한 공감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후보자가 된 이후 알려진 그의 모습에서는 말과 행동의 심각한 괴리가 발견되었고, 특히 딸이 누렸던 편법과 특혜는 2030 세대의 강한 반감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토로하는 국민정서 앞에서 ‘적법했다’는 해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조 후보자를 곤경으로 몰아넣은 언행불일치의 문제도 솔로몬의 역설의 전형적인 광경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불공정한 행위나 특혜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은 비판 발언을 해왔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같은 잣대로 들여다 보지 못하여 객관성을 상실한 탓이었다. 흔히 말하는 ‘내로남불’이 되고 만 셈이다. 대중들이 쳐주는 박수에 갇혀 자신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갖지 못한채 앞만 보고 달려온 삶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삶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을 추구했던 인물이다. 흔히 파우스트의 삶은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으로 이어진 삶의 본보기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파우스트적 인간형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사람마다 시각이 다를 수 있는 문제다. 끝없이 앞만 보며 목표를 찾아가는 파우스트적 삶의 방식은 여러 얼룩을 남기기도 한다. 이제까지 조 후보자가 자신의 언행불일치의 문제를 숙고하지 못한 채 책임질 수 없는 말의 행진을 계속해왔던 것도 파우스트적 삶의 방식의 폐단을 드러낸 것이다.

여론의 비판이 확산되자 조 후보자는 송구스럽다며 사과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개혁 임무 완수를 위해 어떤 노력이든 다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어떻게든 상황을 돌파하여 법무부 장관이 되어 검찰개혁와 사법개혁을 하겠다는 얘기이다. 다시 한번 조 후보자의 파우스트적 불굴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긴 과정에는 때로는 쉬어가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언제나 앞만 바라보며 질주하는 삶은 잘못하면 많은 무리를 자초하게 된다.

여러 여론조사들은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되는데 대한 반대여론이 크게 늘어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영향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대학가에서도 촛불을 드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여러가지로 나라 전체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자신이 아니면 이 나라에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할 사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겸손하지 못한 착각일 것이다. 어떤 선택이 자신과 문재인 정부와 나라를 위한 길인지 초심으로 돌아가 숙고해주기 바란다. 흔히 내가 없으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지만, 막상 내가 빠져도 야속할 정도로 잘 돌아가는 것이 세상 일이다. 조 후보자가 이제라도 솔로몬의 역설에서 벗어나,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냉정하게 읽고 판단해야 할 때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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