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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슈] 北 북미협상 ‘지렛대’로 ‘한국 위협론’ 제기

北 ‘南 위협론’-日 ‘경제보복’-中·露 ‘영공 간보기’, 큰 줄기는 ‘한국 견제’

북미 비핵화협상의 시한을 올 연말로 정한 북한이 미국을 향한 ‘협상 지렛대’의 가닥이 드러났다. ‘한국의 북한체제 위협’ 문제 제기와 ‘북중 순치관계’ 강화다. 북한은 이 두 개의 지렛대로 해 미국과의 협상에 ‘마지막 승부’를 벌이겠다는 전술이다.

‘한반도 평화’가 구체화되는 단계로 넘어간다고 가정할 때 남북한이 함께 누릴 ‘이익’이 존재하지만 ‘이해’가 상충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반영이 ‘남한 위협론’이다. 북한은 바로 이 지점을 북미협상의 전면으로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북한의 주적(主敵)은 미국이다. 한국은 ‘미국의 괴뢰’로서 주적에 끼지도 못했다. 북한은 ‘미제의 침략’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체제 결속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북한은 불과 한 달 전부터 미국보다는 ‘남한 위협론’을 제기했다. 핵을 포기하면 남한의 군사적 위협으로 ‘체제 안전 도모’가 어렵다는 점을 미국에 어필하려는 것이다. 북미 핵협상의 사전포석으로 의도적인 ‘한국 때리기’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의 ‘남한 위협론’의 포문은 8월5일 시작해 20일 종료되는 한미군사연습에 맞췄다. 6월 30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판문점에서 만나 2~3주 내에 북미 실무협상을 개최키로 했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7월 25일부터 단거리 미사일을 연속으로 발사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7월 2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첨단무기 도입과 한미군사훈련을 감행하는 “남한의 이중적 행태에 대한 경고”라며 “남쪽에 존재하는 국가안전의 잠재적, 직접적 위협들을 제거하기 위한 행위”라고 밝혔다. ‘남한 위협론’의 신호탄이다. 이를 계기로 남한에 대한 공격수위는 점차 높아졌고 8월로 접어들면서 ‘막말’로 진화했다.

2.28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거부감을 나타내며 한반도문제의 한 ‘당사자’로 끌어내리는 언사를 했지만 노골적으로 문 대통령을 비난하진 않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신호’를 계기로 북한은 외무성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문 대통령에 대한 비난수위를 높여나갔다.

한미군사연습이 시작된 다음날인 8월 6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화상대방을 겨냥한 전쟁모의판이 벌어지고 있는 때에 건설적인 대화를 기대할 수 없다”며 미국과 한국을 동시에 비난하면서 한국을 향해 “남조선이 그렇게도 ‘안보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면 차라리 맞을 짓을 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는 한미군사연습에 대한 의례적인 담화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에 돌입한 8월 11일 북한은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 명의 담화를 통해 청와대와 문 대통령을 겨냥해 “남조선 국민들의 눈에는 안보를 제대로 챙기려는 주인으로 비쳐질지는 몰라도 우리 눈에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막말’을 쏟아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에 대해선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을 들며 “(미국 대통령까지) 주권국가로서의 우리의 자위권을 인정했는데 도대체 남조선 당국이 뭐길래 우리의 자위적 무력 건설사업에 대해 군사적 긴장격화니, 중단촉구니 뭐니 하며 횡설수설하고 있는가”라고 한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또 8월 16일 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했고 문 대통령을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 “북쪽에서 사냥총 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 “겁에 잔뜩 질린 것이 역력”하다고 비꼬았다.

이와 함께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북남대화의 동력이 상실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자의 자행의 산물이며 자업자득”이라며 “앞으로의 조미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 보려고 목을 빼들고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뜻이 없다고 했다.

한미군사연습 마지막 날인 8월20일 <노동신문>은 ‘연합지휘소훈련의 허울은 벗겨졌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번 군사연습에 ‘북한 점령지역 안정화 작전’이 포함돼 있고 ‘작전계획 5027’을 대체한 ‘작계 5015’에 따라 진행된 훈련이 ‘침략전쟁 각본’이라고 주장했다.

北 ‘남한 위협론’ 제기, ‘남북축’과 ‘한국의 중재자 역할’ 약화 신호

북한의 ‘남한 위협론’ 제기는 남·북·미 축을 중심으로 움직여온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의 변화를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남북-북미관계와 한국의 ‘북미 중재자’ 역할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신호다. ‘중재자’로서 한국의 역할이 축소되고 중국을 중심으로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강국들의 역할이 점차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8월20일 한미 군사연습이 끝남에 따라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던 무렵인 8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 연합 훈련이 끝나자마자 만나서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매우 친절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한국 때리기’는 북미협상 준비작업의 일환이란 얘기다.

한미 군사연습이 끝난 날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방한했다. 비건 대표는 방한 후 22일에 중국으로 건너간다. 비건 대표는 한미군사연습 종료에 맞춰 한미, 미중 간의 북핵 실무협상 관련 의견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한중 방문 중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북한은 8월29일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내부정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공식 북미 실무협상은 최고인민회의 이후로 잡힐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 실패를 거울삼아 ‘북한 체제안전보장’, 즉 군사적 문제를 집중 추궁할 것이다. 특히 남북한 간의 재래식 전력 비대칭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 위협론’을 제기할 것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선제행동을 요구하는 미국에게 단계적인 접근법을 압박하려는 수단이다.

북한은 ‘한국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핵을 포기하면 당장의 ‘자위수단’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이다.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넘어갈 경우 ‘한국군’에 대한 미국의 통제가 약화된다는 점도 명분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단계·동시적 비핵화’ 셈법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이러한 주장에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용인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 미국만 안전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나아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빌미로 한국을 향해선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까지 하는 스탠스다.

북한의 ‘남한 위협론’은 ‘남한 괴뢰론’보다 실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비핵화협상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이후를 상정하면 북한에게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다. 한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그리고 민주주의 시스템은 북한체제 안전의 최대 위협요인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 위협론’은 이번 북미 실무협상 지렛대로만 바라볼 수 없다.

8월20일 끝난 한미군사연습은 북한 입장에서 ‘체제안전 위협’이다. 미군에서 한국군으로의 작전권 전환을 염두에 둔 훈련이기도 하지만 전면전에 대비한 ‘작계5027’,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계5029’, 국지도발에 대응한 평시 작계를 통합한 ‘작계 5015’을 적용한 훈련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에 ‘북한 점령과 안정화 계획’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위협론’ 제기는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타결 이후를 생각한 전략적 주춧돌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올 연말 시한의 북미협상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란 긍정적 해석요인이 있지만 비핵화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이후 ‘한반도 평화’에 대한 남북 간의 이해 충돌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북한의 ‘한국 위협론’에 한국으로선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점이다. 북한은 F-35A 등 한국의 첨단무기 도입과 국방력 강화를 남북 간 비대칭 전력 격차 확대로 보며 불안감을 나타내지만 한국을 일본·중국·러시아에 대한 ‘자위능력’을 포기할 수 없다. 북한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것은 전작권 환수도 포기하고 미국에 국방을 의지하는 과거로 되돌아간다는 의미다.

北 ‘한국 위협론’-日 ‘경제보복’-中·露 ‘영공 간보기’, 큰 줄기는 ‘한국 견제’

문제는 북한만 ‘포스트 북미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주변 4강들 또한 지금 타결이 되든 결렬이 되든 ‘북미협상 이후’를 바라보며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행동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러한 국면 흐름이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리면서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2018년 한반도의 봄을 주도한 것은 문 대통령이었지만 지금은 이러한 한국의 역할에 북한을 비롯한 주변강국들이 견제하고 있다. 북한의 ‘한국 위협론 제기’, 일본의 ‘경제보복’, 중국·러시아의 ‘한국 영공 간보기’ 등은 ‘한국 견제’라는 큰 줄기 속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 또한 다르지 않다. 한국과 문 대통령의 중재와 공조를 필요로 하면서도 한반도 정세가 ‘한국’에 의해 주도되는 것을 막아왔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후 새로 임명된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가 한 첫 번째 과업이 ‘한미워킹그룹’ 가동이었다. 대북제재 공조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속내는 한국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데 있었다.

중국은 한반도 정세 주도권 다툼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지난해부터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통해 ‘북중 순치(脣齒)관계’의 복원을 알렸다. 그러면서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의 핵심 축인 ‘남북축’을 흔들고 있다. 남북축을 흔들어야 ‘남북-북미’ 2축으로 가동되는 ‘정세 틀’에 균열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아사이신문은 8월20일 한국정부 관계자와 북중 무역상 등을 인용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쌀 80만 톤을 지원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150만톤 정도의 식량이 부족하다는 북한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한국 정부의 쌀 5만 톤을 지원을 거부한 맥락이 잡히는 대목이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이유로 한국의 식량지원을 거부했고 남북한 대화도 중단했다. 북한의 ‘한국 때리기’ 배경에는 ‘중국 지렛대’가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포스트 북미비핵화협상’을 고려한 북한의 전략적 선택과도 어느 정도 이해를 같이 한다.

북한 외무성은 8월22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반도 ‘신냉전’을 언급하면서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군사적 위협을 동반한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며 북미 실무협상에 앞서 미국과 한국에 견제구를 보냈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미국이) 일본을 비롯한 조선반도주변지역들에 F-35스텔스전투기들과 F-16V전투기들을 비롯한 공격형무장장비들을 대량투입하려 하면서 지역의 군비경쟁과 대결분위기를 고취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를 최대로 각성시키고 있다”고 한 대목이다.

일본과 대만에 대한 전투기 판매를 연계해 ‘신냉전’을 규정했다. 이는 ‘남북-북미’ 3각 협력으로 움직이던 한반도 정세가 ‘한미 대 북중’ 2개의 대립축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미·중 패권경쟁’이라는 국제질서의 흐름, 중국의 전략적 이해, 김정은 정권의 안정, 3가지 측면에서 맞물리고 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의 실제 속내도 ‘한반도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대한 불안감이다. ‘남북-북미’ 2개축 구도로 한반도 프로세스가 진행되면서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은 ‘재팬 패싱’에 따른 소외감을 키워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본이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수출규제조치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명운을 건 문재인 정권에게 최대의 시험대다. 북한은 한국의 주도권을 ‘위협’으로 간주하고 일본과 중국은 ‘한국 주도권’을 약화시켜 남북축을 와해시키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가져올 전략적 이해문제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당장 이를 타개할 뾰족한 묘수가 없다. 당장은 조만간 재개될 북미 실무협상과 이어질 북미정상회담에 매달려야 한다. 여기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에 대한 로드맵이 나오고 북한의 단계적 조치와 이에 대응한 상응조치가 나와야 한다. 아직은 이 강을 건너지 못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한반도 정세’ 흐름을 반영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의 경축사 연설문 작성에 3개월 이상 매달렸다고 한다. ‘한반도 정세’를 국민에게 알리는 가장 적절한 메시지를 찾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래서 찾은 것이 김기림 시인이 광복 직후인 1946년 발표한 ‘새 나라 송(頌)’에 나오는 구절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구절이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이 표현을 7번이나 사용했다.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려는 주변국들의 움직임에 대응한 ‘자강(自强)’의 의지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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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 기자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여론조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외교-안보-통일 등의 현안을 정확하게 보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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