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25명 가운데 ‘당연직’ 14명...주거기본법 개정안 발의 예정
대면 회의 원칙, 일정 가격 변동 시 자동 개최 등도 포함

[폴리뉴스 노제욱 기자] 분양가 상한제의 구체적 적용 지역·시기 등을 결정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에서 위촉 민간 전문가 비중을 늘리고 위원회 결정 사유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추진된다.

주정심이 분양가 상한제 등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주거 정책의 최종 심의 기구임에도 그동안 정부 측 당연직 위원이 과반을 차지하고 회의도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단순히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 20일 국회에 따르면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주정심 제도 개편을 담은 주거 기본법 개정안을 국회사무처에 입안 의뢰했고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주정심은 주거 기본법 제8조로 규정된 위원회로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의 지정·해제, 주거종합계획의 수립, 택지개발지구 지정·변경 또는 해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의 지정과 해제를 비롯해 주요 주거 정책을 심의하는 기구다.

하지만 주정심이 지난 2017년 이후 지금까지 13건의 심의를 모두 원안대로 통과시키면서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승인하는 ‘거수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의 주요 원인이 불합리한 주정심 위원 구성에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진단이다. 주정심 구성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정부 부처 장·차관 등 관료나 한국토지주택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공기업 사장들이 ‘당연직’으로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 의견이 제기될 여지가 사실상 없다는 주장이다.

현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위원 명단. <자료=김현아 의원실 제공>
▲ 현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위원 명단. <자료=김현아 의원실 제공>

실제로 현재 주정심 명단을 살펴보면 총 25명 가운데 국토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1차관을 포함한 8개 부처 차관, 안건 해당 시·도지사 등 당연직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14명이고 나머지 11명만 연구원·대학교수 등 위촉직 민간 인사들이다.

더구나 위촉직 11명에서도 국토연구원 등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는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들이 6명으로 과반수다.

연도별 민간 위촉직 위원 현황. <자료=김현아 의원실 제공>
▲ 연도별 민간 위촉직 위원 현황. <자료=김현아 의원실 제공>

연도별 민간 위촉직 위원 현황을 보면 2016년도까지만 해도 11명 중 8명이 대학교수였지만 2017년도 이후 현재의 명단을 유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017년 주정심이 8·2 부동산 대책을 통과시켰을 때도 이와 같은 문제 제기를 하고 지속적으로 이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져왔었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주정심을 25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하되 당연직보다 위촉직이 더 많도록 규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 2017년 이후 총 13차례 회의 가운데 대면 회의가 단 한차례에 불과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회의 형식은 심도 깊은 논의를 위해 대면(對面) 회의(화상회의 포함)를 원칙으로 하고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서면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비공개였던 주정심 회의록, 최종 결정 사안과 관련한 결정 사유 등을 공개할 것을 의무 사항으로 명시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자유로운 의사 개진을 보장하기 위해 위원 개인의 의견은 비공개하더라도 결정 사유는 반드시 구체적으로 밝혀야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아울러 택지개발지구, 투기과열지구, 분양가 상한제 등의 지정 요건이 해소되거나 일정 비율 이상 가격 변동이 나타날 때, 또는 지방자치단체 요구가 있는 경우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30일 안에 주정심이 자동으로 열리는 시스템도 개정안에 담긴다.

김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과 시기 등 정부가 주요 주거 정책을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겠다”며 “국민 삶에 밀접한 안건을 제대로 심의하도록 주정심 역할을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한편 위원회의 불투명성 문제는 주정심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지방자치단체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회의록 공개를 골자로 한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사 안건, 위원 명단, 내용, 결과 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에 따라 윤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 회의록에 대해 공개 요청이 있는 경우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김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주거기본법 개정안과 맥을 같이 하는 만큼 윤 의원의 개정안의 향방에 따라 ‘주거기본법 개정안’의 전망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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