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은행 통해 판매…금감원, 손실액 4500억 원대 예상

19일 금융감독원이 전 금융권의 DLS‧DLF 판매 현황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 19일 금융감독원이 전 금융권의 DLS‧DLF 판매 현황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독일과 영국 금리에 연계된 파생결합상품(DLS‧DLF)의 4500억 원대 손실이 예상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의 상당수가 고령층인 만큼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DLS‧DLF 관련 긴급회의를 열고 전 금융권의 DLS‧DLF 판매 현황을 점검, 손실 발생 시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금감원은 이날 국내 금융회사들이 최근 논란이 된 DLS‧DLF를 총 8224억 원 가량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 4012억 원, 하나은행 3876억 원, 국민은행 262억 원, 유안타증권 50억 원, 미래에셋대우증권 13억 원, NH증권 11억 원 등이다.

전체 판매 잔액의 99.1%인 8150억 원은 은행에서 펀드(사모DLF)로 판매되었고, 나머지 74억 원은 증권회사(사모DLS)가 팔았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 3654명의 투자 금액이 7326억 원으로 전체 판매 잔액의 89.1%를 차지했다. 법인 188사의 투자 금액은 898억 원 수준이다.

DLS(파생결합증권)는 해외 금리와 환율, 국제유가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파생금융상품 중 하나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약정한 수익률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받게 된다. 반면 가격이 일정 기준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또 DLF(파생결합펀드)는 이런 DLS를 자산으로 편입한 펀드 상품이다.

최근 국내에서 원금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건 독일 국채 10년물이나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만든 DLS와 이를 자산으로 편입한 DLF다. 해당 상품은 은행 예금보다 높은 3~5%대 이자수익을 주지만, 투자한 원금의 전액을 날릴 수도 있어서 가입 시 주의가 필요하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올해 3~5월 독일 국채 10년물의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만든 DLS에 투자한 DLF 1255억 원어치를 판매했다. 만기는 4~6개월로, 전부 내달 19일부터 연내에 만기가 도래한다.

해당 DLS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기준치인 –0.2%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4~5%의 수익률이 보장되는 구조다. 반면 금리가 0.3% 이하로 내려갈 경우 원금의 20%, -0.4% 이하는 40%, -0.5% 이하는 60%, -0.6% 이하는 80%, -0.7% 이하면 전액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해당 상품의 판매금액 전체가 손실구간에 진입했으며, 현재 금리가 만기(9~11월)까지 유지될 경우 예상 손실금액은 1204억 원(평균 예상손실률 95.1%)에 달한다.

하나은행의 경우엔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와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조기상환 또는 만기상환되는 DLS에 투자하는 DLF를 판매했다. 지난해 9월 말 이후 판매한 DLF 3900억 원 가량(9월 말 만기)이 원금 손실 위험에 처했다.

해당 DLS는 미국 국채 5년물 금리 또는 영국 CMS 금리가 가입 당시 금리의 60%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3~5%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반면 60% 밑으로 내려갈 경우 원금의 41%(최소)를 잃게 된다.

금감원은 이달 7일 기준 해당 상품의 전체 판매금액 중 5973억 원(전체의 85.8%)이 손실구간에 진입했고, 만기(19년 492억 원, 20년 6141억 원, 22년 325억 원)까지 현재 금리 수준이 유지되면 3354억 원(평균 예상 손실률 56.2%)이 손실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DLS‧DLF는 원금손실 가능성을 내재한 상품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해당 상품을 판매할 때 고객에게 위험성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 원금 손실이 예상되는 일부 투자자들이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이런 상품들은 최소 투자단위가 1억 원이고, 개인 VIP 고객이나 법인에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되는 특징이 있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자본시장법 등에선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이들을 일반 투자자가 아닌 전문 투자자라고 본다.

이와 관련해 박선종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고액을 투자하는 사모펀드의 경우 공모펀드와 달리 투자자 책임을 무겁게 지운다”며 “손해배상 자체를 받지 못하거나, 배상을 받아도 비율이 굉장히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DLS‧DLF에 가입한 투자자 연령대는 상당수 고령층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감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파생결합상품(ELS‧DLS‧ELB‧DLB) 개인투자자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2018년 6월 기준 발행 잔액 101조 원 가운데 개인투자자 잔액은 47조 2000억 원으로 46.7%, 연령대별 투자금액은 60대 이상이 41.7%를 차지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국내영업 부문장 주도의 영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논란이 된 DLF의 동향을 점검 중이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영업점 직원 등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하는 방식으로 고객 응대 지원도 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DLF 판매 이유에 대해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은행 금리보다 조금 높은 투자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가 있었다”며 “그런 상품 중에서도 과거에 꾸준히 팔렸고, 만기상환도 잘 이루어졌던 상품을 골라서 판매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7월부터 자산관리(WM)사업단 전무를 총괄로 투자상품부장과 PB사업부장, 실무자 등 10명으로 구성된 사후관리지원반을 꾸렸다. 사후관리지원반은 PB들의 DLF 관련 질의와 요청사항에 대응하고 있으며, 필요시 본부 전문가가 직접 고객과 상담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DLF 판매와 관련해 “불완전판매는 아니라고 본다”며 “현재까지 금감원 측에서 배상비율 등의 권고를 한 적도, 하나은행 측에서 배상비율을 제시한 적도 없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8월 중 DLS‧DLF를 판매한 은행 등 판매사, 증권사 등 발행사,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관련 검사국과 연계한 합동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검사에선 해당 파생금융상품의 설계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과 관련 내부통제시스템을 점검하게 된다.

아울러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소비자들과는 원활한 분쟁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 건은 총 29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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