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파기·여행금지조치·올림픽 보이콧’ 등 주장 제기
지도부 ‘우려 입장’ 모아, 범여권 내에서도 “무작정 반일 안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세번째)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세번째)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강경 대응론’이 비등한 가운데 감정적이고 무조건적인 강경론에 대해 역풍을 우려한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최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여행금지 조치, 도쿄 올림픽 보이콧 등의 주장이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 

▲ 강경론 비등, ‘지소미아 파기·여행금지조치·올림픽 보이콧’ 등
    정봉주 ‘日 코피나’ 티셔츠 논란, ‘한일 갈등 희화화’ 비판 제기
    민주당 소속 중구청장, ‘No Japan’ 깃발 설치했다 비판 일자 철거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장 정부는 지소미아부터 파기하길 주문한다”며 “(일본의) 패전일인 8월 15일에 일본에 파기 통지서를 보내 우리 국민의 뜻과 경고의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라며 여당 지도부 가운데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지소미아 파기를 정부에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최재성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여행금지 구역을 사실상 확대해야 한다. 도쿄(東京)를 포함해 검토해야 한다”며 “도쿄에서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보다 4배인가를 초과해 얼마 전 검출이 됐다. 여행금지 구역 확대는 가장 먼저 조치해야 할 분야”라고 주장했다.

‘도쿄올림픽 보이콧’과 관련해서는 최근 “안전성이 담보되지 못한다면 도쿄올림픽을 보이콧 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7일에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신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바로 보이콧하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만약 방사능으로부터 도쿄올림픽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검증되면 정부가 (선수들을) 보낼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은 ‘일본가면 KOPINA(코피나) 티-셔츠’를 제작·판매해 일각에서 한·일 갈등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정 전 의원은 최민희‧김현 전 민주당 의원과 함께 이 티셔츠를 입은 모습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티셔츠 뒷면에는 코피가 터져나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go japan, your nose bleeding’ ‘일본가면 KOPINA’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정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2020년 (도쿄) 올림픽도 참가하면 방사능·세슘 오염 때문에 코피나고 암에 걸린다는 것을 널리 알리겠다”며 “일본을 나와 내 가족, 세계인의 건강을 위해 모두가 피하는 나라로 만들고, 코피나 운동을 범세계적 운동으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청은 ‘No Japan’ 깃발 설치를 추진해 논란이 일었다. 중구청은 지난 5일 중구 전역에 ‘노 재팬’ ‘보이콧 재팬,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깃발 1100개 걸겠다고 밝히고 하루 뒤 실행에 옮겼으나 비판이 일자 결국 철거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서울 한복판에 ‘노 재팬’ 깃발을 설치하는 것을 중단해 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서양호 중구청장은 지난 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너기를 내리도록 하겠다”며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 국민과 함께 대응한다는 취지였는데 뜻하지 않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서 청장은 “중구청의 NO재팬 배너기가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을 동일시해 일본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와 불매운동을 국민의 자발적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서 중구청 관계자가 일본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노(보이콧) 재팬' :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배너기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서 중구청 관계자가 일본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노(보이콧) 재팬' :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배너기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도부 제동 나서 “신중해야”
   당내서도 “임진왜란 벌어졌던 임진년 아니고 2019년, 차분·신중해야”

이같은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감정적 강경론' 제동에 나선 분위기다. 최근 민주당은 친문 핵심인 양정철 원장을 필두로 움직이고 있는 민주당의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한일 갈등 사태를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해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민주당 지도부는 대일 강경론이 극단으로 흘러 비판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제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7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앞선 비공개 최고위에서 도쿄올림픽 보이콧 주장과 중구청의 ‘No Japan’ 깃발 설치 논란 등에 대해 보고받고 우려의 입장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해찬 대표는 회의에서 ‘도쿄올림픽 보이콧’ 주장과 관련 “정치와 스포츠는 절대 관련을 지어선 안 된다”며 “스포츠 정신은 어떤 정치적 이유가 있더라도 지켜져야 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호중 사무총장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구의 깃발 설치 논란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차원의 대응은 자칫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 참석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국민들이 현명하고 철저하게 대처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나 정치권이 너무 앞서가는 것은 오히려 시민들의 자발적 운동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공감을 샀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박용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당 소속 서양호 중구청장의 ‘No Japan’ 깃발 설치 논란에 대해 “지금은 임진왜란이 벌어졌던 1592년 임진년이 아니고 2019년이다. 중구청은 조선의 관군이 아니다”며 “이렇게 나서실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을 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지금 약간 흥분된 태도로 우리 정치인들이나 언론이나 이런 데서 이야기를 하고 사태를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 지적을 하고 싶다”며 “권투를 한다고 치면 초반에 흥분해 막 주먹을 휘두르다가는 두들겨 맞는다. 차분하고 신중하게 일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지소미아 폐기’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 문제를 가지고 안보 문제로 가서 협정을 폐기하면 한일 간의 관계로 끝나지 않는다”면서 “이른바 안보동맹 체계에 심각한 우려가 있고 일본이 원하는 대로 말려들어 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신중해야 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도쿄올림픽 보이콧 주장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봐야 한다. 가장 냉전이 심했었을 때나 있었던 정치 논리로서의 그런 문제는 아니어야 한다고 본다”며 “건강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올림픽에 참가하는 전 세계 모든 선수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결정해야 될 문제고 그걸 IOC에 촉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 범여권서도 ‘신중론’ 대두
   정의당 윤소하 “질서 있는 극일운동, 감정 앞세운 ‘무작정 반일’ 안돼”

한편 자유한국당은 여권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한일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공격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범여권 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일본의 경제 공격에 맞서 국민들이 일본을 극복하기 위해 의지를 보이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또한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극일의 의지는 무도한 조치를 행한 일본 아베 정부를 향한 것이어야지 일본 시민들까지 적으로 돌리는 ‘무작정 반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윤 원내대표는 “일본 내에서도 양심적인 시민들이 아베 정권의 조치에 항의를 하고 있다”며 “이들마저 자칫 위축될 수 있는 즉자적 대응이 장려돼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질서 있는 극일운동’이지 감정을 앞세운 ‘무작정 반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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