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절차 등 거쳐 8월 하순 시행 예상
48개 품목 대일 수입의존도 90% 이상
공작기계·배터리 등 타격 우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일본이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위기가 닥칠 전망이다. 기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이던 수출규제 대상이 1000여개로 늘어나면서 거의 모든 산업으로 영향권이 확대됐다.

일본 정부는 2일 각의를 열어 한국의 백색국가 제외를 골자로 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공포 후 21일 시행되기 때문에 이달 하순부터 한국은 더는 백색국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일본은 전략물자 수출 시 개별허가를 받도록 하지만, 백색국가에는 ‘비민감품목’에 경우 3년에 한 번 포괄허가만 받으면 되도록 완화된 규정을 적용한다. 전략물자 1120개 중 비민감품목은 기존 규제 대상이던 반도체 3개 품목을 포함해 857개다.

비전략물자 중에서도 일본 정부가 대량살상무기나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품목은 자의적으로 개별허가를 받도록 할 수 있다. 개별허가를 받는 데는 90일 가량이 소요된다.

일본의 다음 수출규제 품목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공작기계와 정밀화학 등 대일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나 한국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는 전기차, 정보통신기술(ICT) 등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일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은 방직섬유, 석유, 석유·정밀화학, 차량·항공기·선박 등 48개다. 이들 품목의 대일 총 수입액은 27억8000만 달러다. 업종별 대일 의존도는 방직용 섬유 99.6%, 화학공업 또는 연관공업의 생산품 98.4%, 차량·항공기·선박과 수송기기 관련 물품 97.7% 등이었다.

일본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은 253개, 대일 총 수입액은 158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공작·정밀기계 등의 일본산 부품은 전체의 30~40%를 차지했다.

전략물자관리원은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기계회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공작기계의 60%가 일본이 분류한 전략물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국내 공작기계 시장 점유율은 25% 수준이며 고정밀 가공 부문에 특화됐다. 국산이나 독일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독일 공작기계는 일본산과 같은 품질 수준에도 가격은 더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는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를 일본이 추가로 규제할 가능성이 높은 품목으로 예상했다. 해당 품목의 일본 업체 시장 점유율은 각각 50%,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품목을 다른 것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출규제 품목에 대해 국내 생산 제품을 포함한 여러 업체의 소재들을 테스트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는 지난 3개 품목 규제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지만, 이번 백색국가 제외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4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은 의존도가 높지 않지만, 파우치 필름과 바인더 등 일부 공정용 소재의 일본 의존도가 8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수출규제 확대에 소재 국산화, 수입선 다변화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는 일본의 경제적 보복에 대응한 단기적 대책과 함께 한국 소재부품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단기적, 중장기적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WTO 제소와 함께 양자·다자 차원에서의 통상대응을 강력하게 전개할 것이며 조기 물량 확보, 대체수입처 발굴, 핵심 부품·소재·장비 기술개발 등을 위해서도 범부처의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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