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정치 참여 손사래’,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 거론
“법무부장관→내년 4월 총선 출마→대선 후보 출마”
‘조국 대망론 실현 가능성 없다’ 전망도

지난 26일 오후 춘추관에서 조국 전 민정수석이 노영민 비서실장의 신임 수석 인선안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26일 오후 춘추관에서 조국 전 민정수석이 노영민 비서실장의 신임 수석 인선안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요즘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장 ‘핫’한 인물 중 한사람은 바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장수 수석’이자 권력기관 개혁과 적폐 청산을 주도해 온 조 전 수석은 지난 26일 2년 2개월간의 대통령 참모 생활을 마치고 청와대를 떠났다. 그러나 정치권은 ‘조국 대망론’이 제기되며 설왕설래하고 있다.

조 전 수석은 청와대에 있는 동안 야당으로부터 인사검증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일부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을 ‘친일파’라고 공격해 야당으로부터 ‘이분법적 편가르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공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수석이 조만간 이뤄질 개각에서 법무부 장관에 기용될 가능성이 거론되자 정치권에서는 이를 친문 세력이 조 전 수석을 대선주자로 내세우려는 ‘대권 플랜’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친문 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최근 발언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 양정철 “유시민 조국 가세하면 국민이 안심”
    박지원 “1월 중 법무장관 던지고 총선 출마, 이후 대선 후보”
               “조국, 민주당 지도부 그렇게 그리고 있을 것”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지난 5월 18일 광화문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우리 당에서는 다음 대선에 잠재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분들이 차고 넘치지만, 유시민·조국이 가세해서 열심히 경쟁하면 국민들 보기에 얼마나 안심이 되겠느냐”라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조 전 수석의 대선 출마를 종용했었다.

조 전 수석은 일관되게 “현실 정치에 관심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조 전 수석이 8월경 법무부 장관 임기를 시작한다고 가정할 경우, 사법 개혁에 성과를 내고 내년 1월 사퇴해 2020년 4월 총선 부산지역에 도전한 후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총선 출마를 위해 불과 몇 개월만에 장관직을 내려놓을 경우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자초할 수 있지만 PK(부산경남)를 중심으로 출마 여론이 강하게 형성될 경우 비판 여론을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8개월짜리 장관직을 수행하며 행정 경험을 쌓은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15대 총선에서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후 같은 해 8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임명돼 그 다음해 2001년 3월까지 8개월 동안 장관직을 수행했다.

법무부 장관을 조기에 내려놓고 총선 출마를 선택하는 길이 정치적 부담이 크다면 내년 4월 총선이 아닌 2021년 재ㆍ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자신이 최근 ‘법무부 장관으로 가는 건 120%고 대선 후보까지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던 사실을 재확인하며 “아마 조국 수석의 머릿속에는, 상당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나 지도부 속에는 그러한 것도 그리고 있을 거다. 그걸 제가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서 뽑아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제가 생각할 때는 조국 수석은 1월 중에 법무부 장관을 던지고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다. 제가 생각해 본 타임테이블이다”며 “그렇게 해서 부산에서 돼서, 총선에서 되면 바로 2년 후 대통령 선거가 있으니까 대통령 후보로 갈 수 있는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현재 조국 수석은 제가 알고 있기로는 부산에서는 무난히 당선되고, 부산 시민들이 특히 PK 세력들이 굉장히 밀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범여권 한 관계자는 30일 ‘폴리뉴스’ 기자와 만나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 등 친문 세력들은 조국 전 수석을 대선주자로 내세우려고 할 것”이라며 “몇 개월의 법무부장관을 시킨 후 총선에 출마시켜 대선후보로 내세우는 로드맵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전 수석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회의원을 하지 않고 대선으로 직행한다면 현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이 최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지난 2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법무부 장관 하시는 것보다는 사실 총선 부산 출마가 우리 여권에 더 큰 도움이 되는데 법무부 장관을 해도 잘하실 분이긴 하지만 좀 아쉽다”며 “(법무부 장관을 하면 총선 출마는)못 한다”고 주장했다.

▲ 전문가 “조국, 여권 대선 전략 차원에서 필요” “조국 결정적 상품 가치는 PK 친문주자”

정치권에서는 조 전 주석의 ‘상품성’을 봤을 때 ‘조국 대망론’이 실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조 전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있고 부산 출신이라는 점과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는 점 등이 경쟁력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여권에 아직 친문 주자, 특히 PK주자가 없기 때문에 조 전 수석의 가치가 높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이낙연 국무총리(호남), 박원순 서울시장(서울), 이재명 경기도지사(수도권), 김부겸 의원(대구·경북) 등이 여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핵심 전략 지역인 PK는 친문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사건’에 휘말리면서 재판에 넘겨진 상태이기 때문에 대선 출마 여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주류인 친문 진영으로서는 조 전 수석이 김 지사를 대신할 ‘친문’ 진영의 PK 출신 후보로 적임자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조 전 수석까지 나설 경우 대선 경쟁 구도의 판을 키우고 민주당의 대선 경선이 흥행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출마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폴리뉴스’ 통화에서 “조국 전 수석은 여권의 대선 전략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며 “지역별로 현재 여권 대선주자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사건에 휘말리면서 PK주자가 없다. PK주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여권 입장에서는 조국 전 수석이 나와야 대선주자들간에 서로 견제를 시킬 수 있고 또 서로 경쟁하면서 대선전을 흥행시킬 수 있기 때문에 대선 플랜 차원에서 조 전 수석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또 하나는 조국의 결정적 상품 가치가 있다. 현재 대선주자 가운데 유력한 친문 주자가 없다”며 “민주당 대선 후보의 결정권은 친문 지지자들이 쥐고 있다. 그들이 선택하면 게임은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민정수석(오른쪽부터),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강기정 정무수석이 지난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윤 총장의 임명장 수여식 전 열린 차담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조국 민정수석(오른쪽부터),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강기정 정무수석이 지난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윤 총장의 임명장 수여식 전 열린 차담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조국 대망론 현실화될 경우 ‘비문’ 주자들과 ‘전선 형성’ 전망도 제기
    안민석 “조국, 임무 완성 후 학교로 단호하게 대답” “야당 덕에 조국 대권 반열에”

일각에서는 ‘친문’인 조 전 수석이 대선에 나설 경우 비문 후보들과의 전선이 형성되면서 당 내분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 배종호 교수는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다”며 “조 전 수석이 만약 대선에 출마한다면 법무부장관만 하다 대선으로 직행하면 그런 단점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회의원을 하면서 의원들과 스킨십을 강화해야 친문 세력을 넘어선 자기 세력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조 전 수석의 정치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고 본인도 평소 정치 참여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해왔기 때문에 ‘조국 대망론’은 현실성이 낮다는 전망도 있다. 평소 그가 “임무를 마친 후 반드시 학교로 돌아간다”고 밝혔기 때문에 결국 서울대학교 교수 신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 수석은 사적 자리에서 나의 물음에 ‘임무 완성 후 학교로’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면서 “내가 보는 조국은 지식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일에 헌신할 뿐이다. 사심도 야망도 없으면서 겸손하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야당 덕에 조국은 대권 반열에 오를지도 모르니 흥미진진한 일”이라면서 “더 이상 조국 대망론이 확산되지 않고 조 수석을 빨리 학교로 돌려보내는 한 가지 비법을 자유한국당에 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나라다운 나라를 위한 권력기관 개혁 4대 과제인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국정원법 개정, 자치경찰제 실시를 약속하면 즉시 한국당의 두려움은 해소된다”며 “조 수석도 당장 청와대에서 짐을 빼고 학교로 돌아가 교수로서 학문과 후학 양성에 매진할 것”고 주장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