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시장 현암학원, MIT와 체결한 4차산업 MOU, 합의 파기 통보
정하영 시장, 풍무지구 중심 부지에 병원 유치 추진 물의

김포시가 전임 시장이 세계 최고의 미국 MIT공대와 체결한 4차 산업 관련 합의를 파기하려고 나서자 관련 사업 주체들이 반발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김포시와 김포도시공사는 지난해 2월 28일 현암학원(동양대학교)과 합의를 맺었다. 당시 김포시는 지역 인재 육성과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고 국가적 과제인 4차산업의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앞서 김포시는 국민대, 서강대, 성결대 등 수도권 소재 대학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나 상호 요구조건이 맞지 않자 현암학원과 전격적으로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한때 일각에서는 유영록 전 김포시장이 나서서 특정대학을 선임한 것처럼 의혹이 제기되는 등 근거 없는 억척이 나돌기도 했다.

지난해 김포시와 김포도시공사, 현암학원, MIT미디어랩이 4차산업 혁신선도대학 유치를 위해 개최한 양해각서 체결식. <사진제공=현암학원> 
▲ 지난해 김포시와 김포도시공사, 현암학원, MIT미디어랩이 4차산업 혁신선도대학 유치를 위해 개최한 양해각서 체결식. <사진제공=현암학원> 

하지만 당초 기대를 뛰어 넘는 MIT와의 합의를 성사시킨 추진단은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가 사업을 총괄하고 김포시, 김포도시공사, 현암학원 등 각 주체의 분담 아래 7~8년에 걸쳐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다.

구체적 사업계획은 김포 풍무역세권개발사업지구 내 사우동 171-1번지 일원에 타운캠퍼스를 조성하고 4차산업과 글로벌 산학연 클러스터를 설치해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모델로 육성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추진단은 이를 위해 지난해 3월 13일 4차산업의 선두주자인 세계 최고의 MIT 미디어랩과 합의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알려지지 않았다. 유영록 전 시장의 일부 측근들이 3개월 뒤 선거를 앞두고 지나친 치적 홍보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자 보도자료 배포 등 홍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3선 당선이 기대됐던 유 시장이 낙선하고 정하영 시장이 당선돼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정 시장은 취임 일성으로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사업을 그대로 이어받겠다’고 했지만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 같은 사정에는 김포시의 정치적 역학관계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김포의 국회의원 선거구는 두 개로 갈려져 갑은 민주당(김두관 의원), 을은 자유한국당(홍철호 의원)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MOU 추진에도 관여한 김두관 의원과 가까웠던 유영록 전 시장이 공천에서 배제되고 관계가 소원했던 현 시장이 당선되자 이 사업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김포시와 김포도시공사, 현암학원과 동양대가 풍무지구 내에 MIT 미디어랩 타운캠퍼스 조성을 위해 작성한 합의서의 일부 <자료제공=현암학원>
▲ 김포시와 김포도시공사, 현암학원과 동양대가 풍무지구 내에 MIT 미디어랩 타운캠퍼스 조성을 위해 작성한 합의서의 일부 <자료제공=현암학원>

신임 정하영 김포시장은 아예 한발 더 나아가 ‘4차산업단지의 클러스터에는 관심이 없고 그 부지에 대형 병원을 유치하겠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김포시와 김포도시공사는 지난 23일 현암학원과 체결한 합의를 일방적으로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그 근거로는 ‘쌍방이 협의한 후 1개월 전에 (해지를)통보한다’는 합의서 조항을 내세웠다. 이에 현암학원 측은 이사회의 반대 의결에 따라 ‘해지 통보가 원천 무효임'을 확인하는 공문을 김포시에 보내고 법정소송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김포시민 정모(61·사우동·부동산업)씨는 “세계 유수의 대학인 MIT를 유치할 수 있는 합의서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병원을 유치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최근 손정의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하며 ‘첫째도 AI, 둘째도 AI, 앞으로 4차산업이 미래먹거리를 결정 짓는다’고 했는데 정 시장의 이번 결정은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포의 한 시민단체 간부도 “시의회 등을 통한 시민 여론 수렴 절차도 없이 국가 백년대계의 혜안을 다룰 행정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장이 지금의 김포시”라며 “풍무지구의 알짜배기 중심지에 미래 먹거리를 위해 추진해오던 4차산업 클러스터단지가 어느 날 갑자기 병원 부지로 바뀐다면 좋아할 김포시민이 몇이나 될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