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7.5달러…손익분기점 4~5달러 넘겨
하반기 정제마진 급락 가능성 낮아…IMO 2020도 호재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지난해 말부터 바닥을 맴돌던 정제마진이 최근 배럴당 7달러대까지 뛰어올랐다.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업황부진으로 힘겨운 상반기를 보낸 정유업계가 하반기 실적반등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7.5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이달 첫 주 배럴당 6달러를 기록한 이후 상승세를 보였다. 정제마진이 배럴당 6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것으로 정유사 이익의 핵심 지표다.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로, 그 이하일 때 석유제품을 판매할 경우 손해를 보게 된다.

앞서 정제마진은 지난해 12월 배럴당 3달러 이하로 하락한 이후, 올해 1월말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달러대까지 떨어졌다. 4월말부터 6월말까지는 손익분기점 아래인 2~4달러대를 오르내렸다.

지난해 4분기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과 수요 감소로 인한 정제마진 악화로 1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소폭 회복하긴 했으나 전년 동기보다 반토막난 성적표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정제마진이 이달 들어 급증한 원인으로 드라이빙 시즌 도래와 정유제품 공급량 감소를 꼽는다. 미국 정유업체인 필라델피아 에너지 솔루션(PES)은 최근 발생한 화재로 하루 33만5000배럴 생산규모의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더해 지난주 열대성 허리케인 ‘배리’의 상륙으로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멕시코만 설비도 가동을 중단하면서 공급 우려가 커진 것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계절성을 고려하면 연말 휘발유 마진이 조정 가능성이 있으나 이미 높은 미국의 가동률(95%), PES 가동 중단 등을 감안하면 지난해말과 같은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정제마진 상승과 더불어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 역시 호재로 꼽힌다. IMO는 2020년 1월 1일부터 전 세계 모든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 기준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IMO 규제로 해운사들은 기존 선박에 황산화물을 정화하는 저감 설비(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액화천연가스(LNG) 및 저유황유를 연료로 활용해야 한다. 스크러버 설치나 LNG 연료선 변경 등은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상당수의 해운사가 저유황유를 연료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아직 주요 선사들이 충분히 저유황유 재고를 확보하지 못해 하반기로 갈수록 저유황 연료유와 경유 수요가 더 증가할 것”이라며 “IMO 규제가 시행되면 고유황 연료유 수요가 둔화되면서 전반적인 정제 마진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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