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14일 “서울을 사통팔달로 연결하는 ‘자전거 하이웨이’(CRT)를 구축할 것”이라며 ‘사람 중심의 자전거 혁명’을 선언했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 시장은 이날 지구 최대 ‘차없는 거리’인 콜롬비아 보고타의 ‘시클로비아(Ciclovia)’를 방문해 “보행친화도시 선언을 넘어, 자전거 혁명을 위한 여러 조치를 통해서 서울시가 세계 최고의 자전거 천국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CRT은 단순히 차도 옆 일부 공간을 자전거 도로로 활용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자전거만을 위한 전용도로를 인도·차도와 물리적으로 분리해 구축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가진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강 주변뿐만 아니라 문정, 마곡, 항동, 위례, 고덕강일 등 5개 도시개발지구를 중심으로만 약 72km에 달하는 자전거도로를 조성하며, 서울 도심의 간선축 대부분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겠다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는 서울시장 마지막 임기를 앞둔 박 시장의 야심찬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광화문 광장에 비해 박 시장은 그간 눈에 띄는 랜드마크를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박 시장의 ‘3선 시장’ 커리어뿐만 아니라 향후 대권 행보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또한 CRT는 ‘미세먼지 저감’을 서울시의 중점 과제로 삼고 보행친화도시, 도심내 자동차 줄이기를 추진해 온 박 시장의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박원순표 서울시 ‘마스터플랜’이기도 하다. 

박 시장은 “보고타 시클로비아에서 확인한 것처럼 자전거가 중심이 되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교통은 전 세계의 큰 비전이고 방향”이라며 “사람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이렇게 확실한데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차로를 줄여야하는 것에 시민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시민들은 보다 본질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과감하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핵심은 기존 시설의 위나 아래에 별도의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들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자동차 이용자에게 전혀 방해되지 않는 혁신적 방안”이라고도 덧붙였다.

지상구조물·도로 공간 활용...“2년이면 충분”

CRT은 지상구조물이나 도로 상부 등의 공간을 활용한 ‘캐노피형’, ‘튜브형’, 도심 속 녹지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는 ‘그린카펫형’ 등으로 조성된다. 

캐노피 형은 중앙버스차로 공간 위편 등에 구조물을 만드는 방식이며, 튜브형은 한강 다리 또는 서울로 7017등 기존 시설물의 하부나 측면에 큰 튜브를 장착하는 형태다. 그린카펫형은 비교적 공간이 넓은 곳에 도로와 함께 나무를 심어 자연친화형 도심공원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시는 도로공간 재편을 통해 과감히 차도를 축소하고 가로변 자전거 도로를 보도높이로 조성할 예정이다. 

또한 가양대교, 원효대교, 영동대교 등 한강교량과 주변의 관광자원을 연계해 나들이에 특화된 ‘관광 특화 도로망’을 구축할 방침이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물 개선도 함께 추진된다.

설치된 자전거 도로에는 서울시 자전거 ‘따릉이’ 대여소를 집중적으로 설치해 주거지-업무시설-지하철 간 이용의 편리성도 높인다. 따릉이는 서비스 개선 4년 만에 누적 대여건수 2235건을 돌파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따릉이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비롯해 구릉지 거주민을 위한 전기따릉이 1000대 시범도입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추후 보행수요가 높은 이태원 관광특구나 남대문 전통시장 등을 ‘차 없는 존(Zone)’으로 구성해 추후 코엑스 등 강남지역 주변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 3억원을 투입해 타당성 용역을 실시하고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예정이다.

박 시장은 “기존에 이미 버스중앙차로 같은 공간이 확보돼 있기 때문에 설계라든지 안전에 관한 조사만 좀 더 정확히 하면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며 “2년이면 충분히 완성될 수 있다”고 열의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