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도입 취지 나타날 수 있도록 적용 기준 손질”
김현미, “시장에 모든 것 맡길 수 없어”

지난 국토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현미 장관. <사진=연합뉴스>
▲ 지난 국토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현미 장관.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노제욱 기자]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결정함에 따라 적용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 등 민간 아파트 사업 예정인 건설업계는 정부의 상한제 기준에 따라 사업을 서두르거나, 최악의 경우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달 중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의하고 40일간의 입법 예고와 규제심의에 들어간다면 오는 9월 중 공포도 가능하다. 다만 2007년 분양가 상한제 도입 당시에도 유예기간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쯤 시행에 들어갈 가능성이 더 높다.

현재 주택법 시행령 상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려면 ‘최근 3개월간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해야 한다’는 조건을 일단 충족해야 한다.

이런 지역 가운데 ▲ 최근 1년간 해당 지역의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거나 ▲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해당 지역에 공급되는 주택의 월평균 청약 경쟁률이 모두 5 대 1을 초과, 또는 국민주택규모(85㎡) 이하의 월평균 청약 경쟁률이 모두 10 대 1을 초과한 지역, ▲ 직전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증가하는 등의 부가 조건들 중 하나라도 충족하는 지역에 대해 상한제가 적용된다.

시장에선 일단 정부가 ‘3개월간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지역’의 기준을 ‘물가 상승률 초과’ 또는 ‘물가 상승률의 1.5배 초과’ 정도로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거나 ‘청약 경쟁률 5∼10 대 1 초과’ 요건에 부합하는 지역은 있지만 앞선 전제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상한제 대상 지역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0.2% 하락하는 등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전국의 물가 상승률은 4월 0.4%, 5월 0.2%, 6월 -0.2%로 3개월 합계 0.4% 올랐다.

상한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서울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4∼6월까지 3개월간 0.3% 상승했다.

이에 비해 한국감정원 조사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최근 3개월간 1.0% 하락했고 서울은 0.63% 내려 1차 전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 기간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0.34%, 0.44% 떨어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778만 원(3.3㎡당 2천571만 원)으로 최근 1년 새 12.5% 올랐다. 부가 조건인 분양가 상승률 요건은 충족하지만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 현재로선 상한제 대상 지역이 없는 셈이다.

정부는 현재 자체 시뮬레이션을 거치며 적용 기준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 중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달부터 상승 전환한 것을 감안해 물가 상승률 등 상한제 적용 문턱을 낮추되, ‘투기과열지구’ 또는 ‘투기지역’ 등 규제지역으로 한정해 적용 대상을 서울·과천 등지로 한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방은 현재 주택시장이 침체기를 겪는 상황인데, 상한제 규제 적용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대전·광주시 등 일부 광역시의 고분양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특정 규제지역으로 제한을 둘지는 지켜봐야 한다.

현재 시행령에서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상한제 적용 이후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상한제가 적용된다.

그러나 정부는 상한제 적용 도입 이유 중 하나가 ‘후분양’으로 규제를 피해 가려는 것에 대한 대응인 만큼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는 단지부터 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소급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 상한제는 제도 도입 이후 기준을 바꿀 때마다 적용 시점이 매번 달랐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적용 대상을 바꿀 수 있고, 소급 여부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실제 참여 정부 시절 제도 도입 당시 한때는 일반 사업은 사업승인 신청분,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사업 계획 인가 신청 단지부터 상한제가 적용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적용 기준을 아직 검토 중이나 상한제 도입 취지가 시장에 충분히 나타날 수 있도록 적용 기준 등을 손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 랩장은 “민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은 결국 규제지역 선정과 주택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경과규정이나 소급 적용 등의 범위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며 “정부가 어느 지역까지 가격을 통제할 것인지 범위를 설정하는 개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밀타격이라면 주로 강남권이나 한강변 일대를 ‘타겟화’ 하겠지만 서울 전 지역을 염두에 둘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부동산 업계에서는 근본적으로 ‘분양가 상한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다.

강남의 A 부동산 관계자는 “일단 지난해 9.13 대책부터 이번 분양가 상한제까지 시장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번 분양가 상한제로 결국 공급은 줄어 집값은 오를 것”이라며, “정부가 헛다리를 짚은 것 같다”고 전했다.

강남의 또 다른 B 부동산 관계자도 “정부가 실제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집값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며, “벌써부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 10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대정부 질문에서 분양가 상한제 도입과 관련해 “검토할 때가 됐다. 대상과 시기, 방법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은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원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주거 복지를 누리지 못하는 서민들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의 책무”라며, “모든 것을 다 시장에 맡겨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