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안부·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보복성 수출규제
靑 “WTO 제소 등 원칙적 대응 적극 강구”
소비자 ‘日불매운동’ 목소리 확산...‘감정적 대응’ 우려도
여야정치권 “규제 철회해야” 일성...文정부 대일외교 비판 고조

일본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 3가지 품목에 대해 한국에 보복성 수출 규제 조치를 취했다 <사진=연합뉴스 편집=이지혜 기자>
▲ 일본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 3가지 품목에 대해 한국에 보복성 수출 규제 조치를 취했다 <사진=연합뉴스 편집=이지혜 기자>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일본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 등의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데 대해 정부가 이를 ‘보복적 성격’으로 규정하고 외교적 대응을 비롯해 “상응하는 대응을 취하겠다”며 정면으로 맞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3일 위안부 합의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거듭 강조하며 “국제적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WTO(세계무역기구)에 반하는 조치가 아니라 무역관리의 문제”라고 강변했다.

사실상 이번 수출규제 조치가 사실상 보복성 조치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4일 “한국 정부가 국제법상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일본 측의 주장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아베 총리의 발언 이후 “WTO의 규범과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일 정의용 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는 일본에 대한 외교적 대응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일본 조치의 부당함과 자유무역주의에 위배된다는 사실 등을 주요국에 설명할 예정”이라며 “국제적 여론을 환기하기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역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일본이) 규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상응하는 조치를 마련하겠다”며 “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상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응 조치를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같은 날 JTBC에 출연해 “(아베 총리의 발언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경제적인 제재를 했다는 것을 직접 표명한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말려들지 않아야” 신중 대응 방침

김 정책실장은 한국이 일본에 상응한 수출규제 조치를 하는 것에 대해 “일본의 첫 번째 카드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을 한다면 아마 일본은 다음 카드를 바로 꺼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어떤 상승작용을 의도한 것이 일본정부와 아베 수상의 의도일 것”이라며 “저희들이 거기에 말려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정책실장은 “일본에서 한국에게 가장 피해를 줄 수 있는 품목을 골랐겠지만 그것이 일본 기업에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중요 산업의 벨류체인 상으로 본다면, 한국과 일본 기업만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기업들의 생산에 중요한 차질을 불러올 수 있는 품목들”이라며 “장기화된다면 전 세계의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어느 시점에서 방향을 선회하느냐는 것은 일본 국내 여론과 세계 시장의 어떤 반응들이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그것을 위해서 차분히 원칙적으로 대응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정책실장은 5대 그룹(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에 직접 연락하며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바 있다. 그는 이번 계기로 “장기적인 면에서 기간산업의 필수 소재 부품의 장비의 국산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5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제품 판매중지 돌입 및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5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제품 판매중지 돌입 및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 반일감정 ‘부글’...불매운동 목소리 높아져

일본의 기습적 조치에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본 제품을 사지 말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 제품 불매 목록’이 게재되기 시작했다. 리스트에는 데상트, 유니클로, ABC마트 등 의류 브랜드와 삿포로, 기린, 아사히 등 맥주 브랜다, 도요타, 랙서스, 혼다 등 자동차 브랜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휴가철을 앞두고 일본 관광을 자제하자는 주장이나, 보복 관세를 물리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일본 경제 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조치를 요청한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사흘만에 2만 4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일부 네티즌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국적 연예인의 퇴출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이는 과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참 어리석다”며 “대한민국을 돕는 운동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해롭게 하는 운동”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불매운동 열기가 뜨거워지는 가운데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국제적으로 공감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본 극우 네티즌들과 같은 저급한 수준이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이것이 양국의 국민적 갈등으로 번질 경우 아베 정권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KBS‘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불매운동과 관련 “감정적으로 대처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일본 국내 여론도 나쁘기 때문에 이번 참의원 선거가 끝나는대로 정무적으로 양국의 정치인들이 만나서 문제를 풀어가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日 비판 한 목소리...‘대일외교 성찰’ 주장도

여야 정치권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제보복 조치를 취하는 것 같아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수출규제는 자국(일본) 기업에도 큰 부담을 주는 행위로 반도체 규제 결과는 자가당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의원총회에서 “‘싸움이 이제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라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며 “들리는 바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참의원 선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것만이 아니라 복합적인 노림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조치는 일본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 안정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그러면서 “정부는 이번 기회에 지난 대일외교의 무능과 실패를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 역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안일한 인식에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대통령이 파국으로 가는 한일관계에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 회의에서 “삼권분립 원칙이 확립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가 내린 판결을 가지고 상대국 정부에 불만을 표시하며 치졸한 경제보복을 가해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본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는 즉각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교부를 향해 “정신 똑바로 차리기 바란다”며 “우리 기업들이 입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이번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적 지혜를 모아 일본의 의도를 철저히 좌절시켜 나가야 한다. 특히 보수진영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과의 문제를 풀 때만큼은 민족적 관점에 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번 수출 규제의 정치적 배경은 일본의 참의원 선거이며, 이번 보복조치는 일본 우익이 ‘평화헌법 폐기’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잠재적 적을 만드는 일종의 ‘인계철선’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경제적, 법적 대응은 행정부에 맡기고, 정치권이 나서 일본 정치인들을 만나야 한다”며 국회 한일의원연맹 소속 전현직 정치인이나 베테랑 외교관을 대통령 특사로 파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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