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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 편집국장 칼럼]이대환과 오다 마코토, 그리고 우리 안의 평화

포항 출신의 이대환 작가가 얼마 전 신작 ‘총구에 핀 꽃’을 발간했다. 그는 아직도 시민단체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58년 개띠, 고교 9년 선배이다. 3년 전 한국전쟁 이후 영일만 한켠 포항에서 피난 아이들을 거둔 성심시녀회 고아원 부지를 포항제철에 깨끗이 넘겨준 고 루이 델랑드 신부(한국명 남대영)의 자료를 내게 부탁한 이유를 소설을 읽으며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주인공은 김진수. 그는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일본에서의 휴가 중 도쿄의 쿠바대사관을 통해 스웨덴으로 망명한 실존 인물이다. 국가기록원에 ‘김진수 한국계 미군 주일쿠바대사관 망명사건 1967~1968’의 파일로 남아 있는 그는 평양 망명의 각기 다른 셈법을 놓고 미국과 소련, 남한과 북한, 그리고 일본 간에 벌어진 치열한 물밑 외교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물론 분단상황에서 그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비밀로만 남았었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 베트남 참전 망명 미군. 이보다 더 소설적인 인물이 있을까. 작품을 읽으며 영화보다 훨씬 더 극적인 역사를 거쳐 온 한반도의 작가와 감독들은 그 고뇌의 깊이 만큼이나 제 땅 역사와 명멸해간 인물들이 소재를 제공해준데 대해 감사해야 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도 됐다. 김진수를 이  작가에게 소개한 장본인은 일본의 평화운동가 고 오다 마코토 선생이다. 그는 한국계 아내의 어머니 이야기를 담은 작품 ‘오모니’를 비롯해 여러 소설을 남긴 작가이기도 하다. 야쿠자를 연상케하는 풍모의 오다 선생은 반전평화단체인 ‘베헤이렌’(베트남에 평화를)을 주도한 열렬한 활동가였다. 그는 일본 기항 베트남 참전 미 전함을 고무보트로 따라붙으며 메가폰으로 반전과 망명 권유를 외친 다큐멘터리 필름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이대환 작가는 오다 선생의 일본 고베 자택에서 안주인 현순애 여사가 몽땅 내온 사케를 동 내며 낮술과 노래 속에 평화와 인간에 관한 정담을 나눴다. 후일 포항을 방문한 그가 이 작가에게 무심코 안겨준 선물이 어느덧 작품으로 탄생한 ‘총구에 핀 꽃’의 주인공 김진수였다. 김진수는 오다 마코토의 도움으로 쿠바대사관과 홋카이도의 해변, 모스크바를 거쳐 스웨덴으로 망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언젠가 그의 이야기를 소설에 담겠다던 이 작가의 약속은 지난 5월 오다 선생의 고베 유택 앞에 바쳐진 소주 한병과 책 한권으로 지켜졌다. 

답답한 한일 관계에서 이웃 나라 지식인 간의 교류사에서 전범이 될 만한 두 사람 간의 만남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다 선생은 일본 고베 대지진의 참사 현장에서 재난 극복의 시민운동 선두에 선 활동가이기도 했다. 그는 민과 관의 중심에서 여러 단체들을 재조직하면서 지식인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았다. 자연재난에 온 몸을 내던진 일본인 선배의 경험은 고스란히 이 작가에게도 넘겨졌다. 2017년 11월 규모 5.4의 포항지진은 진도 7의 강도 만큼이나 사회적 재난이라는 점에서 그 시민들에게 더 큰 충격과 피해를 줬다. 오다 선생도 겪지 못 했던 포항지열발전소에 의한 인공지진의 원인과 책임 규명에 이 작가는 펜과 말로써 맞서 나갔다. 그 바람에 나도 지진 발생 한 달 만에 지열발전소의 지진 연관성을 뒤쫓는 단행본을 밤을 지세워가며 펴낼 수 있었다. 

김진수와 이대환, 그리고 오다 마코토의 인연에는 한국과 일본, 미국과 북한을 비롯한 침략과 평화, 화해와 교류의 메시지가 녹아 있다.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가 어떻게 이웃의 삶에서 발현되는지도 증명하고 있다. 낮술과 호기 있는 노래 한자락으로 그쳤다면 한낱 사내들의 추억에 그칠 일이었지만 그들의 약속은 사회와의 것이었다. 

한국전쟁 69주년을 보내며 두 지식인이 고민한 한반도와 한국의 평화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한다. 남한과 북한, 그리고 그를 둘러싼 강대국의 지도자들이 아무리 평화와 핵을 번갈아 얘기해도 좀처럼 믿겨지지 않는다. 북한의 그늘에는 권력 세습이 아른거리며 그 외 어떤 체제의 국가든 재선과 장기 집권 등 차이만 다를 뿐 정치와 패권의 냄새가 풍기기 때문이다. 거대한 담론적 평화가 어느날 어떻게 현실이 될지 알 수도 없으며 그 어떤 영화보다도 극적인 희비극을 경험한 한반도에 어떤 울림을 줄 지도 상상할 수 없다. 북핵 타결과 종전을 비롯한 평화선언은 우리의 역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요원한 평화를 모색하면서 우리 내부의 평화도 고민해야 한다. 입으로만 외칠 뿐 도무지 도무지 평화를 바라지 않는 것 같은 한국 사회는 당장 우리 내부의 평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임재현 편집국장

내부고객인 취재기자들과 바른 사회, 부강한 나라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고 외부고객인 독자들께 신속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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