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무소속 의원  ⓒ폴리뉴스
▲  손혜원 무소속 의원 ⓒ폴리뉴스

손혜원 의원이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손 의원을 부패방지법과 부동산명의등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놓고 진실공방전이 벌어졌던 손 의원의 위법 여부는 법원에 의해 최종적으로 가려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 내용만으로도 결백을 주장해오던 손 의원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검찰은 손 의원이 목포시청 관계자로부터 도시재생 사업계획이 포함된 보안 자료를 취득하고, 이를 이용해 목포시 도시재생 사업구역에 포함된 토지 26필지, 건물 21채 등 약 14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지인과 재단 명의로 매입했다고 보았다. 또 조카 명의를 빌려 부동산들을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손 의원은 여전히 “목포에 차명으로 소유한 제 부동산이 밝혀질 경우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애초에 부동산을 물색한 사람, 부동산 계약을 체결하고 앞으로의 활용 계획 등을 결정한 게 모두 손 의원이라고 판단했다"며 "매매대금, 취·등록세, 부동산 수리 대금 등 모든 자금의 출처가 손 의원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손 의원의 행위가 위법이었는지 여부는 앞으로 재판을 거쳐서 법원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 손 의원 본인이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이상, 그에 대해서는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서 말하는게 나을 것이다. 하지만 손 의원의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정치적 판단이 따르게 된다. 그는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의 신분이기 때문이다.

손 의원은 자신이 목포에서 건물들을 사들인 것은 목포 구도심을 살려보기 위한 선의에 의한 것이지 결코 부동산 투기가 아니었음을 줄곧 강조해왔다. 논란이 확산되던 과정에서도 손 의원이 자신이 잘못이나 부주의함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던 것도 자신의 선의를 스스로 믿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손 의원이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목포에서 건물들을 매집했던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 손 의원이 설혹 부동산 투기를 해도 굳이 목포에 가서 할 이유가 없어 보이고, 목포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그의 관심도 사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신이 선의를 갖고 부동산들을 매집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했던 일련의 행위들이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으로서 적절했는지, 상식과 규범에서 벗어난 것은 없었는지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갖고 그랬다 하더라도, 시청의 보안자료들을 취득해 부동산들을 사실상 차명으로 매입했다면 정당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자기가 특정 지역의 건물들을 사들여 그곳을 살려놓겠다는 발상부터가 국회의원의 것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 식이면 나중에 어떤 지역의 개발정보를 알고 있는 다른 국회의원이 그곳의 부동산들을 사들이고 나서 그 지역을 살려놓기 위한 일이었다고 하면 뭐라고 할 것인가. 손 의원의 선의를 믿는다 해도, 그런 행위가 정당화되면 공인들의 불법적인 부동산 투기를 막을 길이 없게 된다.

인간의 선의는 훌륭한 것이다. 하지만 법은 개인의 행위가 선의였는가에 따라 위법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선의란 주관적인 것이고 검증 불가능한 것이기에, 개인의 행위가 선의에 따라 이루어졌는가 아닌가는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 법은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난 행위를 놓고 판단하며 그것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주목한다. 목포 구도심을 살리려 했다는 손 의원의 선의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그것이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으로서의 일탈행위에 대한 면책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선의는 누구에게나 있다. 국정농단의 주역이었던 박근혜, 최순실에게도 ‘나라를 위해서’라는 선의는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들을 두둔하지는 않는 이유는 방법이 너무도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선의가 있었다고 해서 그로부터 생겨난 모든 행위들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얘기이다.

검찰의 기소 직후 손 의원이 내놓은 입장의 마지막에 이런 말이 나온다. “지치지 않고 끝까지 당당하게 가겠다.” 손 의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억울해하는 모습만 보일 것이 아니라, 적어도 한번 쯤은 국민에게 자기성찰의 얘기로 고개 숙이는 것이 국회의원으로서의 도리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처음부터 선의가 있었느냐 아니냐를 논하는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관점의 평행선이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다. 아무리 선의에서 비롯된 행위라해도, 그 과정이 상식과 규범에서 벗어나면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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