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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동국대‧상생과통일포럼 리더십 최고위과정 8기 ⑳강] 김부겸 “양극화 해소하고 공정과 상생으로 나아가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개혁,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이뤄져야”
“내년 최저임금, 물가 인상률 이상 인상은 어려워”

지난 10일 동국대‧상생과통일포럼 리더십 최고위과정 8기 제20차 강의는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16·17·18·20대 국회의원)이 진행했다.

김부겸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제1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하며 지방자치 분권‧검경수사권 조정 등의 핵심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힘썼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현장을 자주 찾았으며, 이임식 없이 임기 마지막 날까지 강원도 산불 현장을 지키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로 여야를 떠나 좋은 평가를 받았다. 4선 의원으로,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대구의 강남’이라고 하는 수성구갑에 출마하여 62.3%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의 문제가 정치적 양극화, ‘헬조선’으로 대표되는 사회적·경제적 양극화, ‘젠더갈등’으로 대표되는 가정의 양극화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치적 양극화의 해법으로 선거제도 개혁과 권력구조의 개편을 제안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 뿐만 아니라 분권형 대통령제도 함께 논의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한 시스템 개혁을 통해 경제적 양극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포용적 성장을 통해 처지는 사람도 함께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가 역시 기업들이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고, 새로운 흐름에 맞춰 자신들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사회 개혁을 위해 직무형 임금체계로의 개편, 부동산 공개념의 도입,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에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부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처럼 오래 버티면 임금이 올라가는 체계여서는 안되며, 앞으로는 ‘직무형 임금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며 그래서 민주노총 지도부에도 호소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능력있는 여성의 경제활동 기회가 적다는 것은 곧 노동생산성 저하를 의미한다고 설명하며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여성을 고용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질의응답을 통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현안들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김 의원은 내년 최저임금에 관해 물가인상률 이상 인상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봤다. 또한 주52시간제도 예외업종을 더 추가하고,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자리 창출은 이 정권에 지워진 숙제고, 4차 산업 혁명은 불가피한 것인 만큼 ‘기본소득’같이 젊은이들을 위해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혼자만 살려고 하면, 혼자서도 살 수 없다며 ‘공존과 상생’의 길을 가야한다고 밝히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 강의 전문

사실은 제가 정부에서도 일을 해보고 국회의원도 해보니까 조금 걱정이 된다. 우리가 그동안 꿈꿔왔던, 우리가 열심히 만들려고 했던 나라의 모습에 곳곳에서 지금 멍이 들어있는 것 같다. 세대별로, 남녀간에, 소위 사회적인 강자와 약자 간에 갈등이 있다. 표현되지 못하는 분노, 또 조금이라도 강자가 되면 짓밟는 불의·불만 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 상태로 계속 갈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 때문에 오늘 제가 좀 거친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국가가 국민의 불행에 함께 울어줘야 한다

제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한 700일정도 근무했는데, 그 중 약 200회 정도 현장에 갔으니까 제가 제법 많이 다니긴 한 것 같다.

포항지진 당시 이야기다. 수능 연기 결정을 했어야했는데 사실은 좀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시험장에 들어갔을 때 학교 벽에 금이 가 있으면 편한 마음으로 시험을 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위험하니 집에 못 들어가게 하니까 차 안에서 쪼그리고 공부를 하고 있더라. 이 상태에서 도저히 시험을 치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전국 59만명 학생들이 시험을 치는데 포항의 수험생이 6000명이다. 이분들을 버리고 가면 “아, 내가 어떤 불행을 당하면 국가는 결코 그 불행에 대해 함께 울어주거나 위로해주지 않는구나. 가능한 한 그런 재수없는 일은 안 당해야지”라고 생각할 것 아닌가. 평생 멍을 안고 가게 될 것이다. 그걸 조금 더 확장하면 바로 ‘세월호 사건’처럼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과 교육부총리께 각각 전화를 올려 수능을 연기하는게 맞겠다고 말씀드렸다.

“네가 뭘 안다고 수능 같은 국가적인 행사를 연기하느냐”는 질타를 많이 받았다. 수능만 연기하는게 아니라 거기 연관된 모든 대학입학 사정 스케줄도 다 연기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그때 알았더라면 연기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국민들이 그 고통을 조금씩은 참아주셨다.

포항 지진의 원인이 인재(人災)라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수능 연기 조치를 안 하고 지금 상태에 왔다면 그 분노를 감당할 수 있었겠는가. 이 경험은 재난을 함께 극복하겠다고 정부가 나서고, 온 국민이 함께 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상대의 아픔이 감소될 수 있고 극복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결과적으로 제가 행정안전부 장관 직 마지막 날까지 강원도 산불현장에서 있기도 했다.


▼ 정치적 양극화, 미래에 자신 없기 때문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살벌하고, 어렵고, 불신하는 사회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정치적인 양극화가 심각하다. 상대편은 거의 악마처럼, 우리 편은 무조건 선하고 옳은 것처럼 나누는 프레임이 계속 진행돼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1945년 해방정국에서 6.25전쟁을 거치고, 분단된 상태에서 1960~70년대를 거쳐오면서 우리에게 이 아픔이 내재화됐다고 본다. 

지금도 타협을 해서 결과를 내자는 사람들보다 상대방을 악마로 규정하고 ‘뭉쳐라!’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더 환호와 박수를 받는다. 최근 유럽에서 극우정당 열풍이 부는 게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가끔씩 나타나는 광기와 다르지 않다.

해방정국으로 돌아가면, 당시 매스컴이 제대로 일을 하지도 않았고 정치담론이나 토론이 있지도 않았다. 모두 이승만편, 김구편, 여운형편, 김일성 편으로 나눠져 싸웠다. 그렇게 6.25를 거치고 소위 ‘혁명의 대의’란 이름 아래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행태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제주도 4.3사건이나 여순사건을 보면 그렇지 않다. 그저 평소에 맘에 안드는 사람을 ‘빨갱이’로 찍어놨다가 보복한거다. ‘빨갱이’로 찍히는 순간 남산가서 고문당하고, 온 가족이 고생했다. 그 수괴로 찍힌 사람은 사형, 나머지는 무기징역 20년. 이런 사태가 나타났다. 그 아픈 역사가 아직 여기 남산에 남아있다. 

최근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막말, 또 민주당에서도 ‘수구꼴통’, ‘태극기 세력’ 운운하며 비하하는 양쪽의 논리적인 구조는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결국 앞으로 나아갈 나라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싸움은 앞으로 나갈 자신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다. 다가오는 4차 산업 혁명,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 먹거리를 찾아주고 하는 일에 대응할 자신이 없으니 21세기를 준비해야할 때 아직도 이러고 있다.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헬조선’은 신분제 사회

IMF 이래로 우리나라는 경제적 부가 한쪽으로 쏠리고, 가진 사람들은 더 많이 갖게 되는 게 사회적으로 굳어져버렸다. 

10억 이상 금융 자산을 가진 사람이 약 2만명 된다고 한다. 최상위 10%가 전 국민재산의 66%를 가지고 있다. 하위 50%의 국민이 가지고 있는 자산은 2%다. 자산의 양극화라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가.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은 가만히 있지 않고 집값을 올리고 임대료를 올린다. 가난한 사람들이 살 수가 없다. 

시간 나시는 분들은 꼭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꼭 보라. 사회적 부라는 것이 얼마나 인간의 의식, 내면, 삶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감독이 참 잘 그려냈다. 예전엔 가족이 고생하면, 열심히 노력하면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이제 그런 시절은 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가지고 있는 꿈이 사라지니까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 

국민들 가슴에 아주 진한 절망이 쭉 깔렸다. 젊은이들이 연애, 결혼, 출산뿐만 아니라 꿈도 희망도, 인간관계도 다 포기하는 N포세대가 됐다. 이 아이들이 우리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한다. ‘헬대한민국’이지 왜 ‘헬조선’일까. 벌써 이 단어에는 “우리 사회는 이미 신분제 사회다”라는 의미가 깔려있다. 조부모, 부모세대의 사회적 지위와 그들이 획득한 자산과 명성들이 사실은 자식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 앞에서 우리가 “열심히 하면 된다. 아버지도 어릴 때 그렇게 고생했다”라는 말은 소용이 없다.

사회적 양극화, 노동시장 양극화도 존재한다. 비슷한 일을 하는데 정규직·비정규직·파견직·임시직 별로 대우가 천차만별이다. 대기업인지, 1차 하청인지, 2차 하청인지에 따라 임금차이가 많이 난다. 대기업 정규직이 100을 받는다고 했을 때 비정규직은 55쯤 된다. 1차 하청업체의 정규직은 60, 1차 하청업체의 비정규직은 47정도 된다. 지속가능하겠는가. 사람들이 일을 하다가 열심히 하고싶다는 마음이 들겠는가. 

그러면서도 심지어 차별이 만연해진다. “저들과 우리는 출근버스를 같이 탈 수 없다. 우리는 식당을 저들과 같이 쓸 수 없다” 이런 말이 21세기에 나온다. 이게 노동사회 내에서 일어난 일이다. 미국 버스에서 흑인과 백인을 분리한 게 1955년이다.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모습인가. 

1차 노동시장은 소위 말해 ‘대기업 정규직’처럼 잘나가는 노동시장이라고 보시면 되겠다. 2차 노동시장은 비정규직이다. 실제적으로 근무한 걸 따져보니 1차 노동시장은 약 12년, 2차 노동시장은 5년이다. 문제는, 2차 노동시장에 있다가 1차로 진입한 사람이 4~5%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한번 2차 노동시장으로 떨어진 사람이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해 당당하게 폼잡고 살 가능성이 없다. 우리가 이걸 계속 해야하는가. 


▼가정의 양극화-젠더갈등, 민주‧평등 세대의 여성들은 불합리 못 견뎌

혜화역 시위가 벌어졌다. 놀라운 일이다. 누가 주도하지 않았고, 지도부가 없었다. 그런데 몇 만명이 모였다. 당시 경찰에게 보고를 받아보니 주 참석층이 10대 후반, 20대, 30대 초반의 미혼여성들이었다. 

이 세대들은 민주와 평등을 어릴 때부터 체화한 이들이다. 사회성이 빨리 발달한 여학생들이 초·중·고등학교에서 잘 해왔다. 공부도 잘했다. 대학에 가서도 비슷하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오다 어느 날 사회에 나와 보니 “야, 복사해와”,“커피 타와” 한다. 이걸 넘어가지 못한다. 자신들의 민주화된 의식에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이런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남성 위주의 마초문화를 감당하지 못한다. 못 견딘다. 

이것이 앞으로 사회적 사보타주로 나타난다. 저출산 해결이 될까.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커리어를 쌓는데 “아이를 낳고 결혼하는게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하게 된다. 아이 안 낳는다. 출산율이 0.98이다. 2.1이 되어야 그 사회가 유지된다. 작년에 32만명의 아이가 태어났는데, 베이비붐 세대엔 100만명이 태어났다. 

이 여성들의 분노에 대해 우리가 답을 해줘야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을 보면 모든게 불리하다. 경제활동 참가도 74%뿐이고, 임금도 67%밖에 안준다.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고위직까지 올라가는 여성 비율은 OECD 중 최하다. 우리 사회가 이걸 당연히 여겼다. 예전에는 돌봄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으니 부부 중 한 사람이 가정으로 가야했고 여성이 그랬다.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정책을 사회적으로 잘 짜지 않으면 해봐도 안된다. 출산휴가를 남녀에게 똑같이 줬다. 남성들이 휴가를 안 쓰고 아내가 쓰도록 한다. 아내가 2년 쉰다. 이렇게 되면 기업입장에서는 자꾸 출산휴가·육아휴직 쓰는 여성보다 돈 더 주고 남성을 고용한다. 고위직이 될 확률에서 게임이 되지 않는다. 여성은 자꾸 경력이 단절되니 사회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잡을 수가 없다. 출산·돌봄노동과 직장·경제활동 둘 중에 하나를 택하고 나니 출산율이 늘 수가 없다.


▼해법1. 정치 개혁- 선거제도 개혁과 권력구조의 개편

제가 이렇게 문제 제기를 했다. 해법을 한번 찾아보자. 

정치적 양극화의 문제와 관련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은 야당도 안건을 내라는 말이다. 신속처리된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국회 선거제도는 이대로 갈 수 없다. 

한국당과 민주당은 지난 선거 때 각각 34%, 26% 선택받았다. 그런데 의석은 41%가져갔다. 아시다시피 국민의당의 정당 지지율이 27%로 민주당보다 높았다. 의석은 38석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제도에 국민들이 분노해야한다. 정당하게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가 대의되지 않으니까 결과로 나온다. 그럼 고쳐야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장 잘 된 나라가 독일이다. 히틀러는 쿠데타로 집권한 것이 아니라 선거에서 1당이 돼서 집권한 것이다. 총통이 돼서 독일을 광기로 몰아갔다. 히틀러가 약 36%의 지지를 받았는데, 그렇게 광기로 몰아가니 독일이 끌려갔다. 그래서 2차대전 이후 점령국 4개국이 설계를 한 것이다.

독일은 정당에서 자기들이 받은 표만큼 의석을 가져간다. 그러다보니 독일은 늘 연정이 일상적이다. 어지간하면 실패하지 않는다. 자신들을 대리할 사람들이 연방의회에서 싸워주고, 우스꽝스러운 법률이 있으면 반드시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해서 고쳐나간다. 그러니 국민의 분노가 덜하다. 우리처럼 재벌들이 싫어하는 법은 통과가 안되는 일이 없다. 그런 제도를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것이다. 

그대로는 못 따라간다. 그러려면 지역구를 늘려야하는데 국민들이 허락하지 않는다. 300석을 가지고 나누려니 제도가 옹색하게 됐다. 하지만 정확히 비례제도는 못가더라도 비슷하게 해보자는게 여당과 야3당이 합의해서 내놓은 안이다. 그대로 가자는 것이 아니다. 한국당이 이에 반대해 안을 내면 그것도 타협을 해보자는 것이다. 특정 세력이 막 끌고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는 권력구조 개편까지 함께 논의할 것을 주장한다. 현재는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주어지고, 책임도 모두 대통령에게 묻는다. 이 시스템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일정부분에 있어 강제적·제도적으로라도 국회와 소통하고 협치할 수 있도록 해보자. 그래서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는 제도를 건의하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모든 문제의 책임을 전가하면 재미는 있을 수 있지만 나라는 어떻게 되는가. 우리가 한가하게 서로를 비난하고 있어도 괜찮을 만큼 세상은 가만히 있어주지 않는다. 지금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을 보면, 단순히 분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편을 가르고 있다. 사실은 전쟁이다. 우리 국민들의 뜻이 여기에 합의된 바 있는가. 또 어느 편을 들 것인지를 가지고 싸울 것인가. 


▼해법2. 경제 개혁-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시스템 개혁

경제개혁이다. 문재인 정부가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올리고, 주52시간제를 시행해 국민을 못 살게 군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이 제도들의 핵심은, 사회적 강자들이 앞서 나가고 나머지는 따라가는 이 제도를 가지고는 더 이상 못 견디겠다는 것이다. 

포용적 성장, 처지는 사람도 데리고 가는 성장전략을 써보자는 것이다. 이래서는 못 견디니까.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이 문제로 고민한다. OECD국가들은 2008년 같은 고민을 가지고 이미 24개의 포용적 성장 지표를 만들어 모두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경제정책을 폈다. 유엔도 마찬가지며, 월드이코노미포럼은 2017년 포용적 성장 및 발전 보고서를 냈다. 

여기서 발전한 것이다. 다만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렸을 때 사람들의 임금이 올라가고, 이 부담을 기업이 다 져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이고 촘촘한 정책 대안을 마련 못한 것, 그리고 현재 자영업의 몰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은 질타받을 만하다.

이러한 포용성장, 경제논리로서가 아니라 사회정치적 논리로 처지는 사람까지 끌고가야 한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영국 베버리지보고서에도 나온 이야기다. 이미 케인즈라는 학자는 1920년대 시장에만 맡기면 다 잘 될 거란 신화를 끊어냈다. 포용성장 뿐만 아니라 좀 더 부가가치를 내고 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성장에 대한 그림도 있어야한다. 슘페터라는 학자는 경제라는 견 결국 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를 진행해야 더 나은 프로세스가 나온다고 말한 적 있다.

택시업체-타다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만 이런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진통을 겪고 있다. 외국에서도 우버를 반대하면서 자살하고 분신하는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택시기사들만 시대착오적이고 이기적이라 항의하는 것이 아니다. 택시업계 종사자가 30만명 정도 된다. 그 중 20만명이 개인택시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한다. 모두 다 그만 쉬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AI 시장이 3년전에는 불과 80억 달러 규모였다. 3년 후에는 1130억이다. 국가는 기업들이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고, 새로운 흐름에 맞춰 자신들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70~80년대에 통했던 한 기업만 밀어주기, 일자리 만들어주기는 이제 안 된다. 실리콘밸리는 기술이 집약된 곳이 아니라 실패해 본 사람들이 집약된 곳이다. 이들의 경험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집단 지성을 통해 아이디어로 만들어지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성공이다.

스웨덴에 120여년 동안 조선 산업으로 세계 최고의 명성을 뽐내던 말뫼 지역이 있다. 이 곳이 몰락했다. 현대중공업이 이 곳의 골리앗 크레인을 1달러 주고 사왔다. 이걸 스웨덴 국영방송이 중계하면서 장송곡을 틀었다. 그런데 불과 15년이 안돼서 유엔이 정한 ‘가장 매력있는 도시’ 1등이 됐다. 리팔루 시장은 이와 관련해 “오로지 젊은이들이 와서 공부하고, 놀고, 일하고, 육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시가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뭘 하려 해도 사람이 없으면 안 된다. 

사회를 이대로 두면 안된다. 지금처럼 오래 버티면 임금이 올라가는 체계여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직무형 임금체계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한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많은 나라들도 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 합의를 해간다.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져야한다. 그래서 우리가 민주노총 지도부에도 호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민주노총 완장을 둘렀다고 해서 경찰관이나 기업체 사장들을 폭행하면 모두 사법처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제가 행정안전부 장관이었을 때 경찰청장에게 ‘국회에서는 내가 혼날테니, 체포할 수 있게 무조건 채증을 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재판부에서 영장을 청구하면 한두 명 빼고 다 기각한다. 그걸 문재인 정부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래서 다 민사소송을 걸게 했다. 완장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한다. 아마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이 정권이 민주노총에게 빚을 많이 져서 못 건드린다, 그렇게 보지 말라. 그런 나라가 없다.


▼해법3. 사회 개혁 – 소득, 자산, 교육, 젠더 불평등의 해소

부동산도 이렇게는 안 된다. 부동산에 있어 적절히 공개념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모두 동의하실 것이다. 

자치분권 균형발전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 고향에는 두 집 건너 한 집이 빈집일 것이다. 약 10년 후에는 한집 건너 한 집이 빈집이 될 것이다. 10년이 더 지나면 없어질 것이다. 이대로 두면 국토가 멋있게 발전 할 것인가. 지방을 내팽개친다는 것은 우리 기회를 막는 것이다.

미국 대학 입시에는 역경점수를 도입했다. 응시자가 사는 지역의 범죄율, 부모 직업 등 약 15개 카테고리를 점수화해서 본인 노력 여부를 판단하는데 쓰라고 대학에 통보한다. 처음엔 예일대 등 50개 학교에 적용됐지만 금년엔 150개, 내년부터는 모든 미국 대학에 적용된다. 경쟁의 천국이라는 미국도 이렇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회적 약자에게 영원히 찬스가 없기 때문이다. 소수자 배려 원칙 때문에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것 아닌가. 

결국 교육에게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부여해야한다. 그래야 교육의 존재이유가 생긴다. 우리는 전부 자기 자식에게 유리하게 하자고 싸우고 있다. 제가 전교조 선생님들께 가서 선생님의 권리만 이야기 하지 마시고 당신 학생들의 학업에 대해 고민하라고 한다. 

우리 중학교 아이들의 15%가 분수의 개념을 모른다고 한다. 그 아이들에게 앞으로 고등학교 3학년 졸업할 때까지 수학시간은 지옥일 것 아닌가. 교사는 그걸 두고 가슴이 아파야한다. 도시 엄마들이 자기 자식 학업이 모자라다며 5학년 아이를 학원 4학년 반에 보내는가. 어떻게 아이들이 따라갈 수 있겠는가. 아이들이 못 견디고 게임에도 빠지는 것이다.

경제성장률 높이는 건 간단하다. 여성을 고용하면 된다. 캐나다의 사례를 보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1% 높였더니 노동생산률이 0.2~0.4% 올라갔다. 똑똑한 여성들을 직장에서 다 몰아내니 사실상 경제 활력이 죽고 소득이 죽는다.


▼이제는 ‘안전한 나라’...공정과 상생으로 나아가야 

20세기를 우리가 그동안 경쟁하며, 효율을 미덕으로 생각하고 여기까지 성장해왔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제 국가적 평균 통계와 내 삶에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안전한 나라를 원한다. 내가 불행을 당할 가능성이 있는 곳에 국가가 투자해 그 불행을 막아주기를 바라고, 억울함을 풀어주길 원한다. 

우리는 그동안 당연히 견뎌야한다고 생각했던 미세먼지와 폭염을 재난으로 분류했다. 재난에 들어갔다는 말은 국가가 그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지도록 법이 개정됐다는 말이다. 예산을 투입하고 대책을 세워야한다. 

올해 발표된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위치가 54위로 라트비아, 자메이카 수준이다. 왜냐하면, 인생선택의 자유도가 114위다. ‘당신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 스스로 결정했는가’ 하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 것이다. 

방금 말씀드렸듯이 앞만 보고 따르는 정책, 이젠 안 된다. 뒤처지는 사람을 빼고 성장에 도움 안 되는 사람도 빼버리고 살아가며 버티는 것 안 된다. 공정과 상생으로 가는 그림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50대 60대와 2~30대는 완전히 다른 신인류다. 정치적인 판단에 있어서 전혀 다르다. 모든 경쟁에서 내가 한 점만 더 높아도 짓밟아야 속이 풀리는 인격을 가진, 이런 훈련을 받은 우리나라 아이들이 미국·중국·일본과 경쟁해서 자기 또래와 자기 시대, 자기 나라를 챙길 수 있을까. 
혼자만 살려고 하면 혼자서도 살 수 없다. 같이 살 것을 고민해야 한다.

▼최저임금, 물가인상률 이상 인상 곤란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저도 금년 한해는 쉬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가인상률 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들을 조만간 의견을 모아서 정부에 전달하겠다. 2년 내 30%를 급격히 인상함으로써 감당을 못하게 된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정부가 당신의 고통을 알고 있고, ‘포용성장’이라는 큰 사회적 판을 바꾸기 위한 과정이라고 하더라도 그 고통을 당신들만이 안게 하진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자 한다. 

주52시간 문제는 업종별로 고민하려고 하는데 현재는 예외업종이 5개뿐이다. 이 법을 개정해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업종을 추가해 적시함으로써 주52시간 때문에 잘 나가는 쪽도 오히려 위축이 되는 것을 막는 방안을 막아내려고 하는데 그러려면 국회가 열려야한다. 현재 ‘6개월’까지는 합의가 됐다.  

정부가 제조업 르네상스+4차 산업 혁명 대비 정책을 내놨다. 주력 산업은 비메모리 반도체, 자율주행 자동차, 바이오다. 실질적으로 정부가 좀 더 촘촘하게 계획하고 지원해야 한다. 예전처럼 정부가 어느 업계에 예산을 집중 투자할 테니 따라오라고 할 수는 없다. 정부는 제조업 르네상스를 포기할 순 없다. 고용이 전통 제조업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산업단지 전체를 스마트화하거나 개별 공장을 스마트 기업으로 만드는 데는 정부가 투자를 직접적으로 하는 실정이다. 기본은 거기서 바뀌지 않는다. 성장동력으로서의 4차 산업 3개 카테고리는 할 수 있는 곳이 대기업밖에 없다. 그 곳에서 동력을 빨리 갖게 하는 것이 일인데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은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여당도 스스로가 위기라고 느끼고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이 정권에 지워진 숙제다. 그런데 4차 산업 혁명은 우리가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흐름 자체를 외면할 수 없으니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지 삶을 이어가게 해주는 국가의 프로그램이 있어야한다. 재교육이 있든지, 사회보장을 해주든지 해야 한다. 복잡한 복지보다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줄 테니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라는 방식으로 사회를 설계해 나가야할 것 같다. 사회적 대응을 어떻게 짜 놓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 말이 황당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우리 자식들에게 미안한 것이 뭔가. 아무리 공부 열심히 하고 학점을 4.3 찍어도 사회에 나갔는데 일 자체가 없다. 일자리가 10개밖에 없는데 100명을 밀어 넣고 열심히 하는 사람을 뽑는다는 건 제도적 사기다. 이 사람들을 위해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잘하고 있는 외국도 참고하고 빨리 익혀서 행정도 바꿔야한다.  

▼김부겸 

대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하여 대학 2학년 때 유신반대시위 주동 혐의로 구속되었다. 1980년 서울의 봄, 서울대생 1만 명이 모인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의 명연설로 유명하고, 이로 인해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 제적되었다. 

한겨레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노무현, 제정구, 이부영 등이 이끌던 민주당을 함께 했다. 2000년 경기 군포시에서 제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03년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지역주의 타파 국민통합연대’를 건설했다. 그해 11월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고 이듬해 원내수석부대표직에 선임됐다. 제 17대, 18대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제19대 국회의원선서에서 4선이 보장된 경기 군포를 과감히 떠나 대구 수성구 갑에 출마해 40.4%라는 고무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2014년 ‘상생의 정치’, ‘화해와 협력으로 발전하는 대구’를 표방하며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40.3% 득표율로 낙선했다. 하지만 2016년 수성 갑에서 62.3%의 득표율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31년만의 야당 후보 당선이라는 성과를 거머쥐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사회 전 분야의 양극화를 넘어 설득과 공존으로 발전하는 ‘공존의 공화국’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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