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덜 받고 가장 일 많이 하는 기관장' 변강훈 원장.
'인구 소멸'이라는 악순환 연결고리와 연동
현 정부의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와도 직결

'지방 소멸'이라는 책이야기에서 시작해야겠다.

전직 일본 총무대신 마스다 히로야가 2014년 발표한 '마스다 보고서'의 내용을 책으로 편집한 것이다. '인구감소로 연쇄 붕괴하는 도시와 지방의 생존전략'이라는 부제처럼 미래 인구 변화에 따른 '지방의 위기'를 다룬 책이다.
 
"인구예측은 정치, 경제 분야처럼 빗나가거나 예측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없고, 정확도가 매우 높으며 오차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지난해 한 언론사에서 30년 후 우리나라 262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80곳 이상 사라질 것이며, 그 이유를 인구 소멸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지방의 위기'는 '청년 일자리', '결혼과 출산', '고령화 사회', '인구 소멸'이라는 악순환 연결고리와 연동돼 현 정부의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의 소멸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 경기, 인천 등의 수도권에 집중, 초밀집화돼 어쩌면 일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새삼 故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했던 지방분권 정책이 우리 미래를 위한 가장 절실한 정책이었는지도 모른다.

중앙정부 정책이 어떠하든, 수혜자도 피해자도 당사자는 '부산'이다. 그렇다면 지금 부산은 무엇을 해야 할까? 기자가 부산도시재생지원센터를 찾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단법인 부산광역시도시재생지원센터 변강훈 원장
▲ 재단법인 부산광역시도시재생지원센터 변강훈 원장


재단법인 부산광역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변강훈 원장의 또다른 이름, '가장 덜 받고 가장 일 많이 하는 기관장'이라는 이름표가 붙었는데 … 이 또한 '오해와 편견'일까요? 부산도시재생지원센터 원장으로 임명되자마자 일부 언론에서 '문제 인물'처럼 다뤄졌는데 이와 관련해 본인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다. '한 인물 두 캐릭터'로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전직 '활동가'라는 부정 이미지, 다른 한편에서는 적합한 '전문가'라는 긍정 이미지로 비춰지는데, 이 평가의 양면성은 결국 부산시 도시재생 정책의 실현이 공공기관 리더의 역량에 달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관의 리더가 가진 철학과 비전이 매우 중요하다. 첫 질문부터 불편하진 않은가?

불편하지 않다. 충분히 이해한다. 공공기관의 리더는 '활동가'라는 현장성과 '전문가'라는 공공성을 균형있게 갖춰야 한다. 우선 제가 오거돈 시장후보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것은 맞다. 오랫동안 서민들의 삶과 밀접한 도시재생사업에 관심이 많았고, 또 그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이 영역에 있어서 제가 가진 비전과 정책 구상은 오거돈 시장후보의 구상과 맞아떨어졌다. 마침 오 시장 선거캠프에서 현장 중심의 마을활동가를 필요로 했고, 참여하는 게 적합하다는데 동의하고 서민들의 삶과 밀접한 도시재생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향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해보자고 참여하게 됐다.

선거가 끝나고 많은 전문가들이 도시재생지원센터장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어서 딱히 '기관의 장'이 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임명이 되니 '전문가'보다 '캠프 인물'이 되었다는 문제 제기가 없지 않았다. 최종 결정권은 시장에게 있는 것이라 '전문가적 소양'을 우선할 것인지, '활동가의 현장성'을 중시할 것인지는 지켜볼 따름이었다. 나를 임명한 것은 시장이 도시재생에서 있어 '현장성'에 무게중심을 둔다는 것으로 판단한다. 나는 그 판단에 충실할 것이다.

그리고 '산복도로 르네상스'라는 사업을 기억하실 것이다. 부산시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된 2011년부터 부산에서 활동가와 주민교육 강사로 부산 전 지역을 두루 다니면서 현장의 상황과 주민공동체 구축, 그리고 정책과 실행의 과정 등에 관여해, 활동해왔다. 난 이방인도 외지인도 아니다. 부산이 내 삶의 터전이다. 나는 엄연히 부산사람이고 부산시민이다. 부산 산복도로, 산동네 까꼬막에서 발품으로 다져진 애정과 열정의 소유자로 봐주시면 어떨까 싶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은, 결국 '인사'가 그만큼 중요해서 일것이다. 더구나 현장에서 다져진 실천력과 애정을 가진 분을 발탁한 것은 '시장님의 인복'으로 보인다.(웃음) 부산시 도시재생 현장의 '산 증인'이란 말을 들었다. 변강훈 원장이 생각하는 부산시 도시재생 사업의 역사를 간략하게 짚어본다면.

부산은 대한민국 근대사의 집약처라 볼 수 있다. 부산이 왜 '도시재생의 중심도시'가 되었는가라는 질문부터 해볼 필요가 있다.

1950년대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내려왔다가 전쟁이 끝났는데도 6~70만 명이 그대로 정착했고, 6~70년대 산업화 시절 노동집약적 기업들이 부산에서 대규모 사업을 시작해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는 등 급격히 도시화가 이루어진 곳이 부산이다.

지형의 특성상, 산등성이에 빼곡하게 자리잡은 도시 모습이 6~70년대 부산의 모습이다. 한국의 경제발전은 80년대 경제부흥기를 지나 90년대 말 IMF를 변곡점으로 해 산업화 과정의 막을 내리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이 터닝포인트에서 도시재생특별법을 부산에서 제안하고 추진했다.

부산의 도시재생 사업은 공식적으로 2009년 '감천문화마을 골목길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프로그램사업이어서 시 전체 차원의 본격적인 재생 사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업의 본류 개념으로 보면 복권기금사업으로 시작된 행복마을사업이 2010년부터 시작되어 이때부터 '부산의 도시재생사업 1기'로 보는 것이 맞다. 이 사업 이후 2011년부터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시작되었는데, 이 사업은 특히 부산시 자체 예산으로 추진되어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특히 '1기 사업'의 특징은 주민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외부 중간조직 차원의 계획가와 활동가가 투입된 것을 우선 큰 특징으로 들 수 있다. 다음 특징은 주민들의 활동을 위한 공간 즉, 거점센터 신축이 동시에 추진된 점을 들 수 있다. 현재 100여개 이상의 거점센터는 주민들의 활동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주민협의체가 공간을 자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 조직작업이 병행 되었다는 것도 특징 중의 하나다.

'2기 사업'의 시작은 도시재생특별법의 발효와 맞물려 있다. 2014년부터 시작되는 특별법 관련에는 사업의 규모와 예산 투입의 확대 등이 새로운 특징이다. 현재 뉴딜사업의 내용과 유사한 형태의 세부 사업으로 추진되는 도시재생 사업이 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그에 따라 선정 기준에 의거 선정 여부가 결정되며 이를 통해 사업의 규모와 예산이 이전과 달리 확대되는 것이다.

1기가 공동체 위주의 소박한 재생사업 위주였다면 2기는 사업비의 확대와 사업의 결과에 대한 실적 중심의 사업으로 변모했다는 것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장단점이 각각 있어서 평가는 유보하지만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3기 사업'은 정권의 교체와 정책의 교체가 한 번에 이루어진 2017년부터라고 보는 게 맞다. 1기는 마을만들기 위주, 2기는 도시재생의 본격화, 3기는 도시재생 뉴딜로 구분해 볼 수 있겠다. 3기는 현재 진행형이라 섣불리 평가할 수는 없고 본래 정책의 목표가 잘 추진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 아닐까 여겨진다.

'유치환 우체통'. 산복도로 풍경과 함께 유치환 시인의 작품을 감상하며 편지를 쓰는 공간이다. 산복도로 주민들의 사랑방이기도 한 우체통을 비롯해, 이곳 건물과 거리와 공간 곳곳에 역사와 관련된 스토리가 입혀졌다. 마을 주민들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유지하고 있다.
▲ '유치환 우체통'. 산복도로 풍경과 함께 유치환 시인의 작품을 감상하며 편지를 쓰는 공간이다. 산복도로 주민들의 사랑방이기도 한 우체통을 비롯해, 이곳 건물과 거리와 공간 곳곳에 역사와 관련된 스토리가 입혀졌다. 마을 주민들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유지하고 있다.


부산지역 도시재생사업의 현황… 좀더 디테일하게 듣고 싶다. 

부산의 도시재생 사업은 그간의 소규모로 진행된 각 부처 간의 사업과 꾸준히 진행되었던 국토부의 도시활력증진사업과 새뜰마을사업, 그리고 부산시가 역점을 두고 진행했던 행복마을사업과 산복도로르네상스사업 등이 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2기인 도시재생특별법 이후의 사업 예산은 몇 백억 단위로 증액되어 추진되고 있고, 행복마을사업은 선정 마을당 100억 내외로, 산복도로르네상스는 150억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축소되어 올해부터는 사업지역 확장은 중단되고 추진된 마을 간 연계사업으로 마무리 작업으로 들어간 셈이다.

3기인 현재 도시재생뉴딜은 부산의 경우, 12개 지역에 100억 내외부터 최대 3천억까지 늘어나지만 여기에는 민간투자도 큰 폭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전체 예산상으로는 1조원 대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현재 부산시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도시재생뉴딜이 12개소, 거점시설이나 시설 설치사업이 85개, 활성화사업지 지정이 25개소, 도시활력증진 사업이 81개소, 산복도로르네상스 사업지 또는 부문 사업이 179개, 새뜰마을사업이 9개소, 안전마을사업이 8개소, 주거환경관리사업이 6개소, 행복마을사업이 52개소, 희망마을만들기 사업이 15개소이며 이를 통해 조직 운영되는 마을공동체가 161개이고, 거점시설은 122개이며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조직은 76개가 운영되고 있다.


 

[인터뷰 및 정리 = 부산·울산·경남취재본부 정하룡 본부장] sotong2010@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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