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NEWS 정하룡 기자] 부산시와 환경부는 바닷물 수위가 하굿둑 내측 담수 수위보다 높아지는 6일 밤, 수문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부산시를 포함한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한국수자원공사 5개 기관 협의체는 6일 오후 10시 40분부터 약 40분간 수문을 연다. 1987년 낙동강 하굿둑 건설 이후 32년 만에 첫 수문 개방이다.

협의체는 하굿둑 기준 담수면 내측 3㎞까지 해수를 흘려보내 실용염분(단위:psu)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바닷물 유입 수준과 담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 낙동강하구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 등 60여 개 환경·시민단체가 참여해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염원하는 시민선언'을 발표했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낙동강하굿둑개방 소통의 날 시민선언 성명서"

 

사는 곳이 다르면 바람도 다르고 햇볕도 다르다. 사는 곳이 다르면 해가 뜨는 시간이 다르고 달이 지는 시간도 다르다. 그래서 달마다 그물에 걸리는 바닷물고기가 다르고 밥상에 오르는 채소와 들판에 익어가는 곡식이 다르다.

그것들을 생산하는 힘이 곧 그 지역의 강과 산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것은 물론이고 한낱 죽은 존재로만 여겼던 물과 바람과 흙도 일을 한다. 이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한 톨의 곡식과 한 마리의 물고기인들 어찌 이 땅에 존재할 수 있을까?

부산에서 나오는 것들은 모두 부산의 강과 산이 밤낮으로 키우고 만들어낸 것들이다. 부산에는 부산의 해가 뜨고 부산의 바람이 분다. 그리고 그 부산의 해와 바람이 부산을 만든다. 부산은 서울이나 대전과는 다른 또 하나의 생명지역이다.

부산이 대전이나 서울과 다르다는 것, 그 차이를 보여주는 부산의 대표적인 얼굴이 곧 낙동강 하구이다. 낙동강 하구에 가면 부산의 햇볕이 있었고 부산의 바람이 불고 부산의 냄새가 났다. 거기에 가면 천혜의 갯벌이 있었고 갈대가 있었고 아름다운 낙조가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하굿둑의 중심에 있는 을숙도는 철새의 번식 및 월동지로서 그 일대가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되어 있는 곳으로 계절 따라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드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다. 낙동강 하구 부산의 명물 재첩이나 장어도 간곳이 없다. 재첩과 장어와 연어만 떠난 것이 아니다. 낙동강 하구에 살던 사람들도 떠났다. 2012년 부산광역시 통계연보에 따르면 낙동강하구 인구는 약 6만 명이 줄었다. 낙동강 하굿둑 때문이다. 낙동강 하굿둑은 1987년에 준공된 길이 2,230미터의 콘크리트 중력댐이다. 낙동강 하굿둑은 수문(10문)과 갑문(1문)을 갖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로서 단순 산정된 유역면적만 해도 23,560평방킬로미터로서 그 생태적 영향의 범위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하굿둑 건설로 부분적으로 용수 공급과 염해 방지 효과는 있었으나 여러 가지 심각한 환경문제를 유발했다. 한마디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너무나 컸다. 무엇보다도 기수생태역의 상실이 가장 큰 손실이다.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기수역은 종다양성과 생물 생산성이 매우 높은 지역일 뿐 아니라 강과 바다를 이어주는 생태 통로이다.

하굿둑 건설 이후 하구 인근의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재첩이나 장어, 연어가 사라진 것만 봐도 이 생태 통로가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다. 하굿둑은 기수역 상실과 아울러 수중 생태계 교란, 어도 단절, 어패류 감소, 철새 개체수 급감, 강물 흐름의 저하로 인한 남조류 및 녹조 발생, 하상 퇴적에 따른 오염도 증가, 수질 오염 등 여러 가지 가시적 부작용뿐만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피해를 초래했다.

하굿둑 개방으로 얻는 이익은 하굿둑으로 인한 이익에 비할 데 없이 클 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본질적이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도시, 부산의 현재와 먼 미래를 내다보는 큰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하굿둑을 열면 하굿둑 주변의 넓은 세상이 다 바뀐다. 부산의 얼굴이 바뀌고 도시의 체질이 바뀐다.

2019년 6월 06일 하굿둑이 열리는 날, 이 날이 부산의 얼굴이 바뀌고 체질이 바뀌는 상징적인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리는 그 간절한 소망을 이 성명서에 담는다.

2019년 6월 06일

 

낙동강하구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 100만평 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 지방분권부산시민연대, 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 낙동강공동체, 한국어촌사랑협회, 낙동강오염방지협의회, 뉴사하희망포럼, 다대포매립반대공동대책위, 대천천네트워크, 신생윤리연구소 모윤회, 바른교육실천을 위한부산학부모회,
백양산동천사랑시민모임, 범시민금정산보존회, 부산YMCA, 부산YWCA, 부산그린트러스트, 부산녹색연합, 부산녹색환경협회, 부산민예총, 부산민학회, 복지21여성회,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부산자원순환센터, 부산생명의숲, 부산시여성연합 합창단, 부산시자원봉사센터,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부산여성단체협의회, 부산여성NGO연합회, 부산적십자 연제구지회, 부산하천살리기시민운동본부, 부산환경운동연합, 생명그물, 송정천지킴이, 수영강생태보존협의회, 숨쉬는동천, 습지와새들의친구, 여성신문, 온천천가꾸기금정주민모임, 온천천네트워크, 온천천사람들의모임, 자연애친구들, 장산반딧불이보존회, 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팔공회, 학장천살리기주민모임,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한국녹색환경여성연합, 한국중독협회, 한국통일여성협의회, 한국환경생태기술연구소, 한국한복협회, 해운대시민포럼, 햇빛나눔, 환경21연대 부산본부, 부산경남생태도시연구소생명마당, 환경문화연합, 환경보호실천본부, 환경수호운동연합회, 환경운동실천연합회 부산본부, 수영강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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