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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슈] ‘文의 남자’ 양정철의 광폭 행보, 민주당에 ‘득될까 독될까’

‘문희상 서훈에 박원순 이재명’까지 회동, 야당 집중 공격 대상

‘문재인의 남자’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취임 3주 만에 광폭 행보를 보이며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양 원장은 지난달 13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으로 첫 출근한 바 있다. 양 원장이 민주당 싱크탱크 수장을 맡은 이후 여권의 지도부나 대선주자들을 뛰어넘는 ‘이슈 메이커’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양 원장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서울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을 도왔고 이후 청와대에 함께 입성했다. 지난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뒤에는 문 대통령은 노무현재단 상임이사를, 양 원장은 사무처장을 맡았었다. 양 원장은 지난 2011년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 출간을 돕기도 했다.

이후 양 원장은 2012년 제18대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메시지팀장을 맡았었고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18대 대선 때의 ‘비선 실세’ 논란을 우려해 선대위 내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하며 메시지 관리와 선거전략 수립 등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양 원장은 자타 공인하는 문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다.

▲ “대통령에 부담되기 싫다” 떠나있던 양정철 귀환, “총선 승리 병참기지 역할”

그러나 그는 문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기 싫다”며 어떤 직책도 맡지 않고 오랜 기간 뉴질랜드, 일본, 미국 등 외국에 머물렀다. 지난해 1월 ‘세상을 바꾸는 언어’ 출간을 전후해 북콘서트로 대중과 만난 때를 제외하고는 줄곧 해외에 머물며 정치권과는 완벽하게 거리두기를 유지했다.

그러던 양 원장이 내년 총선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민주연구원장으로 귀환했고, 취임 일성으로 “총선 승리에 꼭 필요한 병참기지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후 그는 그동안 극도로 신중한 언행을 보이던 것과 달리 당 대표급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단순 싱크탱크 수장의 행보를 넘어선 ‘킹메이커’까지 자임한 여권 실세의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16일 양 원장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공식 예방해 국회의장실에서 문 의장과 약 15분 간 비공개 면담을 했다. 문 의장과 양 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각각 청와대 비서실장과 홍보기획비서관으로 함께 근무했었다. 문 의장과의 이날 면담을 두고 양 원장의 정치적 비중을 확인해주는 일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양 원장은 지난달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 토크 콘서트에 출연해서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차기 대선 출마를 사실상 요청하면서 ‘킹메이커’ 역할까지 자임했다.

무엇보다 지난달 21일 양 원장이 서훈 국정원장과 4시간 30분 가까이 한정식집에서 비공개 만찬 회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총선 기획설’을 제기하는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양 원장은 지난 3일에는 여권 유력대선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났다. 이날 만남은 민주연구원과 수도권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경기연구원 간의 업무 협약 체결을 계기로 마련됐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 원장이 ‘대권 잠룡’들과 만나는 모습은 단순 ‘업무 협약’ 차원이 아니라 그가 향후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 국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을 예고한다는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양 원장은 광역자치단체 소속 정책연구원과 민주연구원의 업무협약 체결을 위해 조만간 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부산시장과 김경수 경남지사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은 6월 안에 다른 지역 단체장들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당 “청와대 정무특보마냥 전국 활보, 여당 몰락 기폭제 될 것” 맹공

양 원장의 이같은 광폭 행보는 야당의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장 독대 당시에는 그저 오지랖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국정원장 호출에서 우리는 북풍과 관권선거의 흑심을 읽었다”며 “이번에는 급기야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를 차례로 만났다. 몰래 뒤에서 나쁜 행동을 하다가 들키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보란 듯이 한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의 수장에 이어 정보기관 수장을 만나더니 이제 수도권 수장들까지 모두 훑는 양정철 원장, 한마디로 온 나라를 친문 정렬시키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특정 정당 싱크탱크의 수장이 청와대 정무특보 마냥 전국을 활보하는 것을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 원장의 부적절한 행보들에 말 한마디 못하는 여당의 부끄러움이 여당을 어렵게 만들고, 여당을 몰락하게 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인 김세연 의원은 전날 입장자료를 내고 “정당과 광역지자체의 싱크탱크가 '정책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협력'을 하는데, 총선을 앞둔 시기라 그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민주당 ‘정치적 확대 해석’ 경계 나서, “비판 오해에서 비롯”

민주당은 양 원장의 행보가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민주연구원 박정식 정책네트워크 실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양 원장의 ‘박원순 이재명’ 회동에 대해 “현장과 밀착한 여러 연구기관과 조금 더 내실 있고 긴밀하게 의제를 발굴하려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양 원장이) 인연이 있는 단체장과 비공개로 만나면 또 다른 오해를 살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이 민주연구원과 광역지자체 싱크탱크간 정책협약에 대한 비판도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며 “민주연구원은 이미 우리 당 소속 단체장이 아닌 지방정부의 싱크탱크 두 곳(대구경북연구원, 제주연구원)에도 업무협약 체결을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연구원은 뿐만 아니라 우리당 소속 단체장 지방정부의 싱크탱크에도 ‘정당 싱크탱크와 업무협약 체결이 처음 있는 일이라 부담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야당 싱크탱크들이 같은 제안을 해도 똑같이 하시면 정당 지방정부 서로가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사전에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양정철 원장 부임 이전에 2017년 8월 김민석 전 원장이 4당 연구원 원장들과 만나 공동 협력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 ‘양정철 행보’ 여권 내 반응은 엇갈려
   전문가들 “민주당에 도움될까”…“양정철 자제해야” 목소리도

양 원장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서는 여권 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서훈-양정철’ 회동에 대해 “우리 속담에 ‘오얏나무 밑에서 갓 끈 매지 말라’고 했다”며 “아무리 사적인 모임이라고 해도 두 사람이 왜 이 시점에 만났을까라는 느낌도 있다”고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당내 한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양 원장이 민주연구원의 역할에 대해 병참기지라고 표현한 만큼 어느 누구라도 만나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누구를 만난들 문제될 것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 원장의 광폭 행보가 궁극적으로 내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의문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폴리뉴스’ 통화에서 “민주연구원은 정책 개발을 하는 곳이지 정치적 행보는 잘 안한다. 그래서 당 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있을 것”이라며 “역대 선거를 보면 정책연구원의 기능을 아주 제대로 한 정당이 항상 총선에서 압승을 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민주연구원이 할 일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어떤 정책을 내세워서 좌표를 잡고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에 집중을 해야 한다”며 “양 원장이 굉장히 행보를 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행보는 이 정도에서 멈추고 본연의 민주연구원장 자리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양 원장이 왜 저런 행보를 하는지 무슨 생각인지 궁금하다”며 “양 원장은 민주당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같은 행보를 할 것인데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당은 주류도 있고 비주류도 있고 넓어 보이는 게 좋다”며 “그런데 양 원장이 지금까지와 같은 행보를 하면 친문, 문재인 대통령 중심의 구심력이 강해지는 느낌이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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