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소수의견 ‘금통위 시그널’로 보는 건 무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 방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 방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으로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일축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1일 본관에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여섯 달째 동결이다.

한은은 금통위를 마친 뒤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재 경기 여건을 두고는 “설비 및 건설투자의 조정이 지속하고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소비가 완만하나마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1분기의 부진에서 다소 회복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물가 전망에 대해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1%를 밑도는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하반기 이후 1%대 초중반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다만 미중 부역분쟁 심화 등으로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4월에 했던 경제 전망에 비해 우려되는 상황이 있다”며 “대표적인 게 미중 무역분쟁”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지난번에 내다봤던 전망경로 보다는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선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해왔다. 수출과 고용 등 국내 경제지표가 여전히 부진한 데다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한국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6∼21일 채권 관련 업무 종사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100명)의 97%가 한은의 금리동결을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제 활력 둔화로 성장률이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0.3%를 기록하고, 각 기관이 올해 전망치를 2% 초반대로 낮춘 탓이다.

이주열 총재는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다소 낙관했던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생겨난 우려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형성한 것으로 안다”고 분석했다.

다만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종합적으로 놓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게 되는데 현 상황을 종합해 보면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아울러 최근 급등한 원·달러 환율에 통화정책이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환율이 금리 하나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한 이날 조동철 금통위원이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낸 것에 대해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 의견”이라며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현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조 위원의 소수의견이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신호)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반면 이 총재의 금리인하 가능성 일축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리인하 소수의견에 대한 평가가 갈린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고 하반기 글로벌 경기둔화 압력이 높아진 점,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의 금리인하 예상시점은 올해 3분기”라고 전했다.

또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주시하는 거시경제흐름과 금융안정상황 중 한 쪽에 추가 훼손이 나타날 경우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본다”며 “시기는 재정효과와 하반기 경제지표를 확인 한 다음인 올해 4분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왔지만 시기상조론이 대세”라며 “연내 인하보다는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은은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며 “미·중 무역분쟁, 주요국의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 신흥시장국 금융·경제상황,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전개상황과 국내 성장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