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총서 법인분할 안건 의결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 신설 자회사 ‘현대중공업’
노조 “위법한 주총서 통과된 안건은 무효…소송하겠다”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날인 31일 오전 노조가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사측이 주주총회 장소를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한다는 공지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날인 31일 오전 노조가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사측이 주주총회 장소를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한다는 공지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중공업 법인분할을 확정하면서 산업은행과 맺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약 조건을 갖추고 매머드급 조선사로 성장하는 데 한 발짝 더 나아갔다. 그러나 인수 마무리까지 대우조선 실사, 국내·외 기업결합심사, 노조 소송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이 남았다.

현대중공업은 31일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된 주주총회장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법인분할 안건을 의결했다.

법인분할은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사안이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주식 7071만4630주의 72.2%(5107만4006주)가 참석했으며,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은 참석 주식 수의 99.8%(5101만3145주)가 찬성했다.

주총 승인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과 신설 자회사 ‘현대중공업’으로 나눠진다. 한국조선해양이 신설 자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상장법인으로 남고 현대중공업은 비상장법인이 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조선 자회사들의 콘트롤타워 역할과 연구개발, 엔지니어링 기능을 통합한 기술중심회사로 운영된다. 기존 서울사무소와 성남 중앙기술원에 인력 500여 명으로 구성된다.

신설 현대중공업은 울산에 남게 되며, 생산뿐만 아니라 영업과 설계 등 기존 본사 기능을 수행한다. 총 1만4000여 명이 근무할 예정이다.

이번 통합법인 설립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한국조선해양을 두고, 한국조선해양 아래에 신설 현대중공업과 기존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 3개사가 놓이는 구조로 바뀐다.

현대중공업 법인분할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산업은행과 맺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선결 조건이다. 대우조선 실사를 통한 인수가치 확정과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가 통과되면 산업은행은 보유중인 대우조선 주식 전량을 한국조선해양에 현물출자해 2대 주주가 된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 55.7%(5973만8211주)를 한국조선해양에 현물출자한다. 그 대가로 한국조선해양이 발행하는 우선주 1조2500억 원과 보통주 약 7%를 배정받는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한국조선해양의 주주배정 증자에 참가해 1조2500억 원을 투입하고,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조5000억 원을 넣는다. 대우조선은 이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 인수를 마무리하면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 등 4개 조선 관련 계열사를 거느린 '매머드급' 조선사로 거듭난다.

영국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량은 1114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점유율 13.9%)로 전 세계 1위다. 2위는 584만 CGT(7.3%)를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이다. 삼성중공업은 수주잔량 442만 CGT로 일본 이마바리 조선소와 이탈리아 핀칸티에리에 이어 5위다.

대우조선 인수 후 현대중공업그룹의 총 수주잔량은 1698만 CGT, 점유율은 21.2%까지 늘어난다. 이는 3위인 일본 이마바리조선소의 3배, 5위인 삼성중공업의 4배에 달한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확정까지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4월 초부터 대우조선 실사를 진행했지만 아직 현장 실사를 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6월 둘째 주까지 실사를 마무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5월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자산총액 규모는 56조1000억 원, 대우조선은 12조2000억 원으로 기업결합심사 대상에 해당한다. 두 회사는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2조 원 이상인 대규모회사에 해당하므로 의무적으로 사전 신고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의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유럽이나 미국 등 경쟁당국의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두 회사의 전 세계 점유율이 50%에 이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독점 체제 논란이 제기될 여지도 있다.

 31일 오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장소로 변경된 울산시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 앞에서 노조 조합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31일 오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장소로 변경된 울산시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 앞에서 노조 조합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노조 반발 등도 변수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은 이날 현대중공업이 법인분할 주총 장소를 변경해 개최한 것을 두고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법률원은 “현대중공업은 당초 개최시간을 이미 경과한 이후에야 당초에 통지한 주주총회 장소를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개최 시각도 최초 통지와 달리 오전 11시 10분으로 변경해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며 “당초 주총장인 한마음회관에서 변경된 장소로 이동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부 주주만을 미리 울산대 체육관에 모아서 의결처리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우리사주조합 등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이 보장되지 않아 주총은 적법하지 않고, 위법한 주총에서 통과된 안건 역시 무효”라며 소송하겠다고 밝혔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울산 동구)는 “당초 10시로 정해진 주총시간을 훌쩍 넘기고 장소마저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학교로 옮기는 위법을 불사했다. 상법과 회사정관을 어기고, 주주인 노동자들 권리마저 침해한 위법주총으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위법주총에서는 보란 듯이 법인분할과 본사이전 안건을 통과시켰다. 절차위법인만큼 해당 안건들도 모두 무효”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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