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장관과 이재준 시장 Out" 목소리 상상 이상의 격앙
집회시간 2시간 30분, 가두행진 후 해산 때도 참가인원 '그대로'
주민 측 "고양시 집회 불허해도 장소 찾아 4차 집회 열 것" 의지

지난 25일 일산동구청 앞에서 열린 3차 반대 시위에서 일산신도시연합회 대표가 성명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김영철 기자>
▲ 지난 25일 일산동구청 앞에서 열린 3차 반대 시위에서 일산신도시연합회 대표가 성명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김영철 기자>

[폴리뉴스 김영철 기자] 지난 2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청 앞에서 일산·운정신도시연합회가 주최한 3차 3기 신도시 반대 집회 현장은 말 그대로 분노의 도가니였다. 

이날 오후 6시경 버스를 타고 일산동구청에 내리고 본 첫 광경은 수많은 인파와 허공에 빗발치는 깃발들이었다. 집회는 오후 6시 30분에 예정돼 있었지만 이미 일산동구청 앞 광장은 집회를 참가한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주말 저녁 시간인 것이 무색하게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열띤 에너지가 넘쳤다. 

‘3기 신도시 철회’가 적힌 깃발들을 들고 주민들은 목이 터져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준 고양시장의 사퇴를 외쳤다. 집회에 참여한 한 주민에게 3기 신도시에 대해 묻자 “순 엉터리에요. 교통 개선시킨다고 옛날에 내민 공약을 이제 와서 다시 꺼내니 누가 믿겠는가”라며 강한 불신을 표했다.  

“협의가 아닌 확신을 달라”

일산동구청 앞에서 모인  집회 참가자들이 줄을 지어 성명문 낭독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김영철 기자= 
▲ 일산동구청 앞에서 모인  집회 참가자들이 줄을 지어 성명문 낭독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김영철 기자= 

집회 주최와 참가 측은 김 장관이 지난 23일 3기 신도시 발표에 따른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당장 시급한 교통 인프라를 해결하겠다고 김 장관이 나섰지만 사람들은 내용을 보고 난 뒤 그저 ‘민심 달래기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집회는 일산동구청 앞에서 각 신도시 연합회 대표와 관계자들이 성명문을 낭독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주민 추산 2만여 명의 시위대는 이날 집회에서 3기 신도시 철회와 더불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준 고양시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또한 시위대 측은 고양 창릉지구가 3기 신도시 예정지에서 취소된 후 다시 지정된 경위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

이승철 운정신도시연합회 대표는 성명을 통해 “운정신도시의 경우 공공 기반시설 및 생활편의 시설 등이 없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3기 신도시 지정이라는 정부의 공권력 횡포로 몰고가는 정책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개인 재산권 피해주는 정책은 철회해야”

운정신도시연합회 운영위원들이 3기 신도시 반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김영철 기자>
▲ 운정신도시연합회 운영위원들이 3기 신도시 반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김영철 기자>

집회에 참여한 정연우 고양시의회 건설교통의원회 의원은 “시민들의 재산권에 피해가 없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번 3기 신도시 발표는 일산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어서 얘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3기 신도시가 발표될 당시 저는 물론 시의원 대표인 의장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개인 재산권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안을 시장을 비롯한 몇몇 이들만 비밀리에 알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선의에 어긋나며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산연합회는 고양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의 창릉지구 신도시 계획에 대한 입장 표명을 촉구한 한편 일산이 서울 집값 안정화를 위한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것을 비판했다. 또한 전세·매매 시장 등 일산과 파주 지역의 주택시장의 가격 하락 현상과 거래절벽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했다.

평화적으로 진행된 집회···민주적인 주민 역량 돋보여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의 인도 아래 도로를 따라 일산동구청에서 태영프라자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영철 기자>
▲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의 인도 아래 도로를 따라 일산동구청에서 태영프라자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영철 기자>

오후 8시경 성명 발표가 끝난 후 집회 측은 김현미 장관의 사무실이 위치한 태영프라자까지 약 0.5km의 가두행진을 벌였다. 일산동구청을 지나 태영프라자로 향하는 약 30분의 시간 동안 긴 행렬 곳곳에서 “김현미 OUT, 이재준 OUT”이란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나 3기 신도시에 대한 전면 무효를 외치던 집회 참가자들의 분노 섞인 목소리와 행동과는 달리 장소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집회 운영진과 참가자 모두 평화적으로 집회를 이어가려는 모습이 매우 대조적이었다. 

도로 행진 내내 한 일산신도시연합회 운영진은 집회를 관리하는 경찰들을 가리키며 “이들은 우리 집회를 방해하러 온 것이 아니다”며 “부상자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부디 경찰의 협조에 따라주길 바란다”고 시민들에게 이동하는 내내 알렸다. 

행진 대열에 있던 한 일산 주민은 “3기 신도시 반대를 위해 거리로 나왔지 동네 주민들에게 소음 등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평화적으로 시위를 마무리해야 시위에 대한 이미지도 더 좋아지고 사람들이 우리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집회, 어떡하든 예정 날짜에 꼭 개최 할 것” 

이승철 운정신도시연합회 대표(왼쪽)가 태영프라자 앞에서 집회 참가자들 앞에서 마지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영철 기자>
▲ 이승철 운정신도시연합회 대표(왼쪽)가 태영프라자 앞에서 집회 참가자들 앞에서 마지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영철 기자>

태영프라자에 도착했을 때 어둠의 장막이 이미 주위를 뒤덮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대 인원은 일산동구청에서 모였을 때와 그대로였다. 건물을 둘러싸고 집회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3기 신도시 전면 무효화”를 외치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확실한 교통 개선안을 발표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4차 반대 집회는 내달 1일 계획된 가운데 집회 장소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집회 측은 집회 신고에 대해 고양시청에서 허가를 내리지 않아도 되는 집회 장소를 물색해 어떡해서든 집회를 개최할 입장을 보였다. 

일산신도시연합회 임원인 아이디 '날아라후곡'은 “고양시청 측에서 집회를 허가 하지 않아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부디 오는 6월 1일 오후 6시 30분 이후엔 시위를 위해 시간을 비워달라”고 부탁했다.   

예정된 집회 시간에 따라 9시를 조금 넘기고 집회 참가자를 포함한 신도시연합회 측은 태영프라자 앞에서 해산했다. 

집회가 끝나고 남겨진 시위 용품과 쓰레기들을 정리하던 한 일산연합회 운영진은 이번 사태에 대해 “지금까지 발표된 소식들을 보고 화가 난다”며 “집회가 거의 전무했던 일산 지역에서 한 마음으로 뭉친 우리의 목소리가 부디 정부에 전달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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