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한국 노총··· 조합 소속 조합원 고용 요구 집회
한 달 가까운 집회로 인근 거주 주민들 피해
건설 경기 침체로 일자리 감소가 갈등 원인·

개포 재건죽8단지 인근 거주 주민들이 집회로 인한 소음을 항의하고자 걸어놓은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 개포 재건죽8단지 인근 거주 주민들이 집회로 인한 소음을 항의하고자 걸어놓은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영철 기자] 지난 4월 23일부터 한 달 가까이 서울 강남 개포동 재건축 8단지에서 양대 노총이 소속 조합원들을 고용하라며 집회를 열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9일 경찰에 따르면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평일 오전 5시 30분부터 집회를 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인근 도로에는 매일 경찰 인력이 배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현장에 출근해도 민주노총과의 갈등으로 실제 작업에는 투입되지는 않고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뿐 아니라 한국노총도 이곳에서 종종 집회를 열기도 한다. 지난 13일에도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7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한국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300여 명이 맞불 집회를 열었다. 

양대 노총은 재건축을 시공하는 건설회사에게 자신의 조합에 소속된 인력을 집중 고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개포 8단지 재건축 현장은 현재 터파기 작업을 거의 마무리하고 철골을 올리는 작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최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철골 작업에 투입되기 위해 안전 교육을 받자 민주노총 측이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현장 투입을 저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양측은 “철골작업 때 조합원이 얼마나 투입되느냐에 따라 다음 공정에서도 소속 조합원 고용 인원이 달라질 수 있다”며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에서 소속된 조합원들을 더 뽑아달라는 요구로 갈등이 점화되던 중 지난 9일에는 두 노총은 함께 집회를 여는 과정에서 조합원들끼리 마찰을 빚어 13명이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개포 재건축8단지 시공을 맡은 건설업계에선 이번 사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건축8단지에 “개포 디에이치자이‘를 시공하는 현대건설 관계자는 ”노조원들을 고용 여부는 건설회사가 아닌 하도급업체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공사장에 투입되기 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안전교육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공사가 지연되는 일이 생기고 있어 최대한 예정된 분양 날짜에 맞추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갈등이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데다 새벽부터 시작하는 집회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불편이 날로 커지고 있다. 양대 노총 간 견제가 장기전으로 이어지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포 8단지 주변 아파트에는 집회 소음에 불만을 표시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있다. 

재건축 단지 인근에 거주하는 장모씨(25)는 “출퇴근 등 교통 문제는 없지만 집회에 의한 소음이 끊이질 않고 들려온다”며 “확성기 소리 때문에 집에서조차 편히 쉬지 못할 때도 있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러한 갈등은 건설 경기의 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쉽게 보이지 않는 만큼 정부가 나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양대 노총 갈등으로 비조합원 일자리가 줄고 건설 업체도 숙련된 인력을 고용하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정부가 현장 근로감독 등으로 갈등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행정조치 및 협의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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