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3개 주요 계열사 측정 수치 공개
최태원 회장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21일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에서 열린 ‘SK그룹 사회적 가치 측정 발표회’에서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 위원장이 발표하고 있다.<사진=SK 제공>
▲ 21일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에서 열린 ‘SK그룹 사회적 가치 측정 발표회’에서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 위원장이 발표하고 있다.<사진=SK 제공>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착하게 돈 벌기’가 아무렇게나 돈 벌기보다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의 사회공헌이 주로 ‘벌어들인 돈을 얼마나 어떻게 사용했느냐’의 개념이었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돈을 벌어서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21일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에서 열린 ‘SK그룹 사회적 가치 측정 발표회’에서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Social Value·사회적 가치) 위원장은 “단편적인 부분이 아닌 매출부터 투자와 이익까지 전반적으로 균형 있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SK그룹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 경영’ 토대가 되는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운영을 알렸다. 영업이익 등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듯 같은 기간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SK그룹 주요 관계사들은 각 사별로 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이나 지속가능보고서 기재 등 자율적으로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매년 측정 결과를 공개하고 관계사별 경영 KPI(핵심평가지표)에도 50%를 반영한다. 사회적 가치 측정값이 10점,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전략과제가 30점, 안전·환경·보건이 10점이다. 이 가운데 안전·환경··보건 항목은 10점에서 시작해 감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SK는 ‘사회적 가치’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어떻게 수치화했을까?

이형희 SV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어떻게, 얼마나, 빨리 개선될 수 있는지를 관찰하고 비판하고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SK 관계사들이 측정하는 사회적 가치는 크게 3가지 분야로 나뉜다.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의 측정 항목은 고용, 배당, 납세 등이다.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 등이다. ‘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의 자원봉사 실적 등을 측정한다.

이를 위해 SK는 2017년부터 외부 전문가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해외 기업의 사례를 분석하며 측정 체계를 개발해왔다. 측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대학 경제학, 회계학, 사회학 교수와 사회적 기업 관련 전문가들이 자문 역할을 했다.

3개 주요 관계사 측정 수치 공개

이날 SK그룹 16개 주요 관계사 중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3개사의 ‘2018년도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가 먼저 공개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조3241억 원의 경제간섭 기여성과와 494억 원의 사회공헌 사회성과를 보였지만 비즈니스 사회성과에서 1조1884억 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측정됐다. 환경공정 부문에서 1조4276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사회성과 부문의 거버넌스 항목은 측정 방법의 부재로 올해는 측정을 보류했다.

SK이노베이션 SV추진단 정인보 상무는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위해 외부인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측정함에 있어서 납득할만한 측정 기준을 만들지 못했다”며 거버넌스 항목 미측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인보 상무는 “석유화학업 특성상 사업 성장과 더불어 환경 부정 영향이 증가되면서 DBL 가치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친환경 윤활유나 고결정성 플라스틱 등 친환경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친환경 전기차 확산에 맞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집중해 환경 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1조6189억 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81억 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339억 원을 창출했다. SK텔레콤 역시 거버넌스 항목의 측정을 보류했으며, 비즈니스 사회성과의 환경공정 부문에서 95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SK텔레콤 SV추진그룹 이준호 상무는 “SK텔레콤은 기지국, 중계기 등을 통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많은 전기가 사용된다”며 “전기는 직접적으로 환경 오염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생산 과정에서 석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반영했다”고 손실을 설명했다.

SK텔레콤은 향후 주요 SV 과제로 ▲독거노인을 돌보는 행복 커뮤니티 ▲맞춤형 장애인 자립 지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미얀마 쿡스토브 ▲고객과 기업이 함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부 플랫폼 등을 꼽았다.

SK하이닉스는 경제간섭 기여성과 9조8874억 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760억 원을 창출했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공정에서 6424억 원의 손실을 내 총 4563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측정됐다.

박현 SK하이닉스 지속경영추진 담당 상무는 “반도체 제조업이라는 사업 특성상 환경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며 “이러한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혁신, 공정개선 등으로 지난해 1145억 원의 환경 비용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주요 이해관계자인 협력사와 지역사회를 고객으로 재정의하고 반도체 생태계와 지역 사회 중심의 가치 극대화에 나선다. 이를 위해 2021년부터 조성될 용인반도체 클러스터에 1조2000억 원을 투자하고, 반도체 BP사들과 연합체를 구성해 친환경 혁신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SK그룹의 몇몇 관계사는 총량성과를 토대로 한 사회적 가치 수치를 발표하는 데에 우려를 표하며 전년대비 개선성과를 발표할 것을 건의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이번에 가치를 발표한 3개사는 모두 비즈니스 사회성과 부문의 환경공정 항목에서 모두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측정됐다.

이를 두고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목표를 정해 모자란 부분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얼마나 개선할지 그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결과 발표를 독려했다고 SK는 밝혔다.

SK는 아직 측정 시스템에 개선할 점이 적지 않아 지속적으로 미비점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 피해 관련 사건·사고, 지배구조 개선 성과, 법규 위반 사항 등은 객관적인 측정방법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 각 사는 자체 측정결과 공표 시 미반영 항목을 주석에 표기하고 추후 반영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회에서도 기업에 불리한 부분을 측정할 때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 의문이 제기됐다. 이형희 위원장은 “인위적으로 올린 점수는 오래가지 못한다. 경쟁사들과 많은 사회구성원들이 인위적으로 올린 점수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가장 공식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측정방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SK는 향후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일종의 재무제표 형태로 작성해서 공개하는 방안을 회계학자들과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현대 회계시스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되기까지 100년 이상이 걸렸다”며 “SK의 사회적 가치 측정은 기업 경영방식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부사장)은 “사회적 가치 측정은 DBL 경영을 동력으로 ‘New SK’를 만들기 위한 작지만 큰 걸음을 내딛은 것”이라며 “지도에 없는 길을 처음 가는 것인 만큼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결국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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