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 대북송금특검, DJ 햇볕 정책 계승 위한 정치적 결단”
DJ 동교동계 호남세력, 유시민 발언 일제히 비판 “문재인 대통령 사과 번복하는 일”
천정배 “노무현 정권 초, 그릇된 인식에서 나온 잘못된 판단”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송금특검에 대해 '정치적 실수'라고 평가했다.  ⓒ폴리뉴스
▲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송금특검에 대해 '정치적 실수'라고 평가했다. ⓒ폴리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오는 23일 예정된 가운데 범여권에선 때 아닌 친노 진영과 DJ 동교동계간의 오랜 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발단은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대북송금 특검은 DJ의 햇볕정책을 훼손하지 않고 계승하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라고 밝히면서다. 이에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경솔한 정치적 실수였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유 이사장은 최근 광주 MBC ‘김낙곤의 시사본색’에 출연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한 문제”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훼손하지 않고 계승하기 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었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또 “노무현 대통령은 고분고분한 후계자가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을 따라다니며 상속받아 대통령 되신 분이 아니고 때로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각을 세웠던 분”이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보면 왕왕 (김대중 대통령의) 속을 썩인 조카인데, 지나놓고 보니 삼촌을 잘 모신 그런 결과를 낸 조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금 언급할 필요가 없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불만을 수차 지적하셨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생전에 이해하신 것으로 정리하시고 ‘우리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몇차례 말씀하셨다”며 “또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통합 당시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통합의 조건으로 대북송금 특검의 사과를 요구했고 열린우리당은 사과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2012년 대선 때도 문재인 후보께서도 대북송금특검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하신바 있다”며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가장 훌륭하게 계승 실천하시는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서도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력들의 단합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언급으로 오해가 발생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12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노무현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 토크콘서트 출연자로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2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노무현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 토크콘서트 출연자로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노’ VS ‘DJ 동교동계’, 2003년 갈등 재현
유 이사장과 박 의원의 대립은 지난 2003년 대북송금 특검 당시 친노와 DJ동교동 세력 사이의 분열을 재현하는 모습이다. 특히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범여권의 결집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대북송금특검 문제는 지난 2003년 초 참여정부 당시, 국민의 정부에서의 대북 비밀 송금의혹에 대한 것이다. 이는 DJ정권 말인 2002년 국정감사 당시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한국 정부가 북한에 4억 달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당시 한나라당과 자유민주연합은 ‘대북송금특검’을 요구했으며 민주당 내부에선 특검 자체는 실시하되, 한나라당과 재협상을 벌여 특검법안을 수정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조건부 거부권 시사로 야권을 압박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대북송금 특검법의 실시는 민주당 내 동교동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이후 창당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사이의 갈등의 주된 원인이 되기도 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 수용은 친노 세력과 DJ 동교동 세력의 분열의 씨앗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대북송금특검으로 인한 민주당 계열 분열의 역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앞두고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정치적 결단’이라는 발언으로 16년이 지난 지금, 다시 점화된 것이다.

▲천정배 “정권 초, 그릇된 인식의 잘못된 판단”
DJ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호남에 세력을 두고 있는 민주평화당은 유 이사장의 발언에 연일 비판을 내놓고 있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는 2012년 노무현 정부의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도 민주당과의 통합 당시 이에 대해 사과했었다. 노무현재단은 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사과를 번복하는 것”이라며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평화당은 햇볕정책이 외환위기 극복과 더불어 김대중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공적이며, 대북송금 특검은 노무현 정부의 큰 실책이었다고 평가한다”며 “이로 인한 호남 민심의 이반을 되돌리기 위해 열린우리당과 문 대통령이 사과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혔다.

참여정부 당시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하고 법무부 장관을 지냈지만 DJ동교동계이자 호남계인 천정배 평화당 의원은 20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유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송금특검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천 의원은 “당시 여권의 인식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 비판적 수용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고 ‘낫띵 벗 클린턴’(Nothing But Clinton)이라고 앞 정부를 개선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대북송금특검을 한다고 해서 대북관계에 영향이 가지 않는 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정권 초기에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와 같은 극한대치를 넘어 상생의 정치를 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그런 인식들은 잘못된 것이었고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잘못 판단한 것이었다. 극히 비현실적 예측이고 정치적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참여정부와 김대중 대통령을 지지하는 핵심 세력 간 의를 상하는 계기가 됐다”며 “노무현, 새 정부 핵심인사들이 상황을 그릇되게 판단하고 경솔하게 행동한 것”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