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청, 행정절차 밟는 사이 건물값 올라 사업 차질…제도개선 시급
북구의회, 심의과정서 가계약 통보 안 해…공유재산심의위원회도 속인 셈

부산 북구 '구포 이음 도시재생사업' 포스터 <자료 제공=북구청>
▲ 부산 북구 '구포 이음 도시재생사업' 포스터 <자료 제공=북구청>

[POLINEWS 정하룡 기자] "도시재생사업 건물 매입 위해 행정절차를 밟는 사이, 건물값 올라 건물주 계약파기로 사업 지연이 많아…"

지난해 5월 부산 북구청은 그동안 추진해온 '구포 이음 도시재생사업' 거점시설로 쓰일 건물 매입에 계약금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도시재생과 공무원 4명과 정명희 북구청장이 매입 계약금을 모아 '대납'하고 건물 매입 계약을 끝낸 뒤 먼저 지불한 계약금을 모두 돌려받았다.

예산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도시재생사업에 구청장과 공무원이 사비를 모아 건물 계약금으로 융통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북구의회가 "북구청이 수상한 '돈놀이 행정' '아마추어 행정'을 한다"고 지적하고 나서자 구청이 "행정절차를 고려한 현명한 행정이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취재 결과, 도시재생사업을 할 때 지자체가 거점시설로 사용할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국유재산관리법에 따라 구의회 승인과 공유재산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런 행정절차는 보통 4∼6개월 정도 소요된다. 그런데 도시재생사업 예정지로 사업계획이 발표되고 행정절차를 밟는 사이에 건물값이 큰 폭으로 뛸 수밖에 없다. 

이때 건물주는 행정절차를 완료한 지자체가 건물계약을 하려 하면 마음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구두계약을 어기고 건물을 팔지 않겠다 버티거나 가격을 올려달라는 것.

만약 지자체가 건물을 매입하지 못하면 다른 건물주를 섭외해야 하고 또다시 행정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도시재생사업이 실기하게 되면 애써 확보한 국비마저 반납해야 한다. 또 행정 절차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 사업이 중단되면 계약금을 날릴 우려도 있어, 구 예산으로 계약금을 지불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북구는 건물주 변심이나 행정 절차를 밟는 사이 수억 원이 뛴 건물 가격 때문에 몇 차례 건물을 매입하지 못한 전례가 있었다.

이에 따라 북구청은 한 공무원의 아이디어를 수용해, '의회에 구두 승인을 받은 뒤, 공무원들의 돈으로 건물 계약금을 우선 지불'하는 묘안을 냈다는 주장이다. 

LH 토지은행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절차를 밟는 데만 1년 가까이 걸린다. 그래서 개인의 자격으로(공무원들의 모금) 이 계약금을 내고 건물주 변심을 막는 것이 현명한 해법이었다는 게 북구청의 설명이다.

한편 북구청 관계자는 '공무원의 사비를 공공의 사업에 활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본지 기자의 반문에 대해 "지난해 3월 국토교통부에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 시 공유재산 심의절차를 단축하는 방안을 건의했지만, '장기적 개선 과제'라는 답이 돌아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명희 북구청장은 "제도적인 한계 때문에 공무원이 사비로라도 계약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예산이 낭비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관계기관이 머리를 맞대어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구가 건의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30조 개정안'은 확정된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에서 공유재산을 취득할 때는 구의회 승인 등 행정 절차를 생략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했다. 부산 북구청장과 공무원이 사비로 도시재생 사업 거점 건물을 가계약하는 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구의회에 사전 가계약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의회는 가계약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이미 구청이 계약한 건물을 심의해 건물 구매를 승인했다. 또한 구청은 구 재산 매입 과정의 첫 심의 기구인 공유재산심의위원회에도 가계약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청장과 공무원의 사비로 가계약한 것을 두고 '아마추어 행정'이냐, '현명한 행정'이냐 논란을 넘어,
구 재산 구매과정에서 의결 기구인 의회, 심의위원회를 무시한 격이 돼, 절차를 무시한 '아마추어 행정'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북구청은 지난해 11월 6일 도시재생 어울림센터 조성을 위해 구포역 앞 168㎡ 부지 5층 건물 건물주에 전체 계약금 16억 5000만 원 중 가계약금 1억 원을 주고 계약했다. 그리고 12월 7일 북구의회는 정례회를 열고 '제3차 공유재산 관리 계획안' 안건으로 도시재생과가 제출한 어울림센터 건물 매입 승인안을 심사했다.

10억 원이 넘는 재산을 구가 매입할 경우 의회의 최종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구의회는 심의 과정에서 구청의 건물 가계약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의회는 14명 의원 만장일치로 매입 안건을 통과시켰다.

구청 도시재생과가 의원들에게 건물 매입 타당성을 설명하면서 가계약 사실은 설명하지 않았던 것이다. 의회 뿐만 아니라 공유재산심의위원회에서도 구청이 가계약금을 걸고 이미 건물 계약을 했다는 사실을 심의위원들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북구청 공유재산심의위원회 한 위원은 "구청이 건물 매입의 필요성을 계속 설명은 했지만 이미 건물 가계약을 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전했다.

구의회는 다음 달 열리는 정례회 때 의회 의결 절차를 무시한 행정에 대해 구청장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북구의회 김효정 의원은 "도시재생 사업 여건이 어렵더라도 구민 대표기구인 구의회 의결 전 상의도 없이 가계약을 한 것은 '효율적 행정'이라는 말로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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