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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정인 “하노이 회담, 노딜이지만 실패는 아니다…북한의 전향적 태도 끌어내기 위해 중·러·일에 다각도 노력 필요”

한반도 정세 분석과 향후 전망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지난 13일 광주에서 ‘한반도 정세 분석과 향후 전망’에 대해 잇따라 특별강연 했다.

문정인 특보는 광주은행 대강당에서 열린 광주은행 임직원 대상 강연회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정상회담의 중요성이 증대됐다”며 “북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협력 강화는 물론 일본의 훼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옛 전남도청 회의실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제39주년 기념 특별강연에서는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No Deal)이라는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지만 아직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하고, 그러나 “북이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쏘면 비핵화 협상판은 끝장난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문정인 특보의 광주은행 특별강연회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내용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에 걸었던 기대

하노이 정상회담은 북핵 타결,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호재다. 하노이 회담이 성공할 경우,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 재개, 김정은 위원장 서울답방 등을 기대할 수 있었다. 또 북미, 남북, 한미관계의 선순환 구조 구축을 통해 ‘핵무기 없는 평화롭고 번영하는 한반도’를 구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불투명해졌다.

하노이 정상회담을 보는 미국의 시각은?

첫번째 빅딜(Big Deal)이다. 북한 내 모든 핵시설, 핵물질, 핵무기, 그리고 탄도미사일의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검증된 폐기를 뜻한다. 미국은 그 대가로 제재 전면해제, 관계 정상화, 평화선언 및 평화 메커니즘 착수, 북한 경제활성화를 위한 모든 조치를 하는 것으로 이는 존 볼튼이 주장한 일괄타결(All in one) 방식에 부합한다.

두번째 스몰딜(Small Deal)이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플러스 알파(강선 우라늄 농축 시설)의 검증 가능한 해체와 모든 핵물질 및 미사일의 시험·생산을 중단하면 미국이 그 대가로 부분 제재 해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해제, 이게 어려울 경우 남북경협을 예외로 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이다. 연락사무소 교환과 평화선언도 이에 포함된다. 

세번째 배드딜(Bad Deal)이다. 북한 영변 핵시설의 전면적 폐쇄(close down), 그 대가로 연락사무소 교환과 평화선언, 그리고 전면 또는 부분 제재 완화를 하는 것이다.

네번째 굿이너프딜(Good Enough Deal)은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대가로 남북경협,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딜(No Deal)인데 이는 미북 두 정상이 합의점을 못 찾고 협상 도중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는 경우이다.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은 트럼프의 빅딜과 김정은의 스몰딜 간에 접점을 못 찾고 노딜로 끝나버렸다.

하노이 정상회담, 왜 결렬됐는가?

첫번째, 트럼프 대통령의 과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의 전면 폐기 뿐 아니라 화생무기와 탄도미사일 전체를 검증가능하게 폐기하는 빅딜을 제시했다. 존 볼튼의 노란 봉투다. 그 반대급부로 북한 경제의 미래 청사진을 제공했지만 제재 완화를 포함해 구체적인 정치·군사·경제적 보장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두번째, 김정은 위원장의 과신이다. 영변 핵시설의 검증 가능한 완전 폐기라는 스몰딜로 제재완화라는 미국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과신했다. 특히 미국측은 북한이 제시한 유엔 대북제재 중 민수, 민생 부분 제재 해제를 과도한 요구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 경협 카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본다.

세번째, John Bolton 변수다. 지난 1월 스티브 비건의 스탠포드 대학 강연 이후 점진적 접근, 멀티트랙 어프로치, 그리고 협상의 로드맵 구축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비건의 점진주의 안 보다는 볼튼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일괄타결, 선 해체 후 보상’ 안을 협상과정에서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네번째, Michael Cohen 변수다. 여기에는 트럼프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헨이 미 하원의 트럼프 스캔들 청문회에서 트럼프에 대한 불리한 증언을 한 것이 변수로 작용했다고 볼 수도 있다. 코헨은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주의자·사기꾼·범죄자’로 매도했다. 이러한 워싱턴 기류로 보아 스몰딜이나 배드딜 보다는 차라리 노딜을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한국 변수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구상과 남북경협을 비판하는 한국 야당과 보수세력의 워싱턴 로비도 하노이 정상회담에 일부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여섯째, 일본 변수다. “선 핵 포기 이전에 제재완화 없다”는 아베 총리의 대 트럼프 대통령 로비도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사태를 가져오는데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특히 워싱턴의 친 일본 로비세력이 빅딜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하노이 정상회담 평가

노딜이라는 실망스러운 결과에 아쉽지만 아직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북 양측 모두 협상 가능성을 열어 두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괄타결, 선 폐기 후 보상’ 접근법을 계속 고수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기초한 단계적 동시교환 원칙을 견지한다. 단, 북한이 비핵화 행동의 구체적 성격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트럼프의 노력도 높이 살만하다.

트럼프, 폼페이오, 볼턴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듯이 이번 하노이 회담을 실패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40년 된 북핵문제를 두 번의 정상회담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타결 해법’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북한과의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래의 goal post로 환원하는 악수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딜에도 불구하고 미측이 비교적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은 북측이 과거 어느 때보다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제시했다는데 있다. 만일 재협상을 통해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플러스 알파로 나온다면 사태 반전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탑다운(Top-Down) 접근법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지만 이는 온당치 못하다. 트럼프가 나섰기 때문에 김정은이 그같이 구체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북 쌍방이 원하는 것을 이제는 실무 접촉으로 바텀업(Bottom-up) 접근이 보다 용이해 졌다고 할 수 있다.

준비가 안된 채로 협상에 임했다는 비판도 수용하기 어렵다. 미측이나 북측 모두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 그동안 축적된 준비와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가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협상의 로드맵 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노이 이후 한반도 정세

당분간 현상을 유지할 것이다. 한미가 연례 연합군사 연습훈련 축소 결정을 내린 이상 북이 핵시험이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그러나 개성 연락사무소 철수를 포함해 남북관계 경색 국면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지 않는 한 미국 역시 예방전쟁,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행동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그러나 트럼프 탄핵과 같은 악재가 구체화되면 이를 무마하기 위한 강경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그러나 또 그 역도 가능하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제재와 최대한 압박’이라는 기존 노선을 유지하며 협상 가능성을 모색할 확률이 크다. 그러나 제재에 방점을 두거나 ‘선 해체 후 보상’과 ‘일괄타결’을 계속 주장한다면 트럼프 임기내 협상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트럼프 정상회담 평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목적은 대화 동력의 유지 및 대화 궤도 이탈방지, 볼턴 개입을 의식한 탑다운(정상외교) 방식 유지, 대북제재 완화 및 인도주의 지원 협의, 포괄적 합의 점진적 이행 로드맵과 시간표 협의를 위한 것이었다.

방미 성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3차 북미회담 의지 표명, 한미-북미-남북미 정상회담 중요성 공유, 5월 또는 6월 방한 의사 우회 표명,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공감대 확보를 들 수 있다.

향후 과제와 전망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정상회담의 중요성이 증대됐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로 봐서는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의를 쉽게 수락할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부분적 대북 제재 완화 카드를 주어야 4차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5월과 6월 방일에 따른 방한 기회가 북미대화의 호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북이 지속적으로 경직된 입장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협력 강화는 물론 일본의 훼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3.1절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이 강조한 한반도 평화경제 구상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기존 제재 틀 안에서 남북협력을 활성화해야 하고, 미국의 반대를 다루는 것이 주요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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