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지원 생색내지 말라’는 얘기는 금강산·개성공단 같은 큰 덩어리 내놔라는 것”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사진=폴리뉴스DB]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사진=폴리뉴스DB]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13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추가 발사 가능성에 대해 “(두 번의 미사일 발사에도) 미국이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이라면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몇 방 더 쏴야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미국이) ‘신뢰는 깨지지 않았다’, ‘탄도미사일은 아니다’고 이야기하면서 UN대북제재로 끌고 가지 않겠다, 북미회담의 문은 열려 있다는 이야기하는데 (이는 미국이) 북한에게 아직은 움직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전달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4일 쏘고 9일 쏘고 5일 간격으로 쏜다고 보면 내일모레가 15일인데 미국이 저렇게 꿈쩍도 않고 있으면 미국이 움직일 수밖에 없을 때까지 저강도 도발은 계속 할 것”이라며 “물론 뒤로 우리 몰래 미국이 북한더러 협상에 나오라 하는 제스처, 신호를 보내면 조용해지겠지만...”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하는 메시지는 때때로 ‘나는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너는 네가 태도를 바꿔서 다가와’ 하는 뜻으로 말할 때 대화의 문호는 열려 있다는 표현을 쓴다”며 “그런 거 보면 (미국이) 물밑 대화를 접촉할 의사가 아직은 적은 거 아닌가. 그래서 (미사일 발사) 한 방 더 맞은 뒤에 움직일 것 같다”고 북한의 추가도발 후 북미 물밑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이에 대해 “미국은 아무것도 안 해 주면서 북한더러 모든 걸 내놓으라는 그런 식의 협상은 우리는 안 하겠다는 게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 입장”이라며 “셈법을 바꾸라는 말은 상응조치를 어느 정도 해 줄 테니까 북한도 좀 성의를 보여라는 정도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북한으로서는 ‘좋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회담해 보자’, 그다음에 실무적 협의를 개시하자 이렇게 제안을 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추가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협상판을 깰 가능성에 대해 “북미정상회담을 2번이나 한 트럼프 입장에서는 지금 판을 엎어버릴 수는 없다”며 “트럼프는 대화의 모멘텀은 유지를 해 가면서 조금씩이라도 진전을 시켜야만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니까 지금 화 안 났다고 그러고 신뢰한다고 그런다”고 예상했다.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북한이 ‘우롱하지 말라, 생색내지 말라’며 한국을 비난하는데 대해 “인도적 지원 가지고 생색내면서 그걸로 남북대화를 재개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렇게 하지 말고 하려면 개성공단 조업 재개 같은 큰 덩어리를 지고 나오라는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해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런 것을 본격적으로 지고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쌀을 안 받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주면 받겠는데 생색내려고 하면 우리도 안 받는다는 얘기”라며 “그러니까 조용히 달라는 거다. 또 그걸로 끝내려고 하지 말고 금강산, 개성공단 열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에 맞춰 미사일을 발사하고 식량지원에도 비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너무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너무했는데 북한은 그런 식으로 강하게 압박을 해야 미국이나 한국 등 상대방이 움직이더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북한을 구박하고 궁지에 몰아넣으면 더 난리를 쳐 우리 국민들이 더 불안해할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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