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입찰가 약 1조4400억·손보는 약 4000억…몸값 높게 써내 하나금융 등 제쳐

롯데그룹은 3일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 롯데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JKL파트너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롯데그룹은 3일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 롯데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JKL파트너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이 사모펀드의 승리로 끝났다.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파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인력·사업 구조조정과 재매각 가능성 등 두 회사의 향후 행보에 관심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 3일 롯데그룹은 한앤컴퍼니와 JKL파트너스를 각각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입찰가격 뿐 아니라 다양한 비가격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 것”이라며 “특히 임직원 고용보장, 인수 이후 시너지와 성장성, 매수자의 경영 역량, 롯데그룹과의 협력 방안 등을 다각도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롯데카드·손보 인수한 사모펀드들, 몸값 높게 써내 금융사 제쳤다

업계에선 특히 이번 인수전에서 재무적 투자자(FI)인 사모펀드들이 전략적 투자자(SI)인 금융사들을 제친 것을 두고 의외라는 분석이 많다.

전략적 투자자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회사를 인수하는 투자자를 말한다.

반면 재무적 투자자는 기업의 경영권이나 보유기술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돈이 목적인 투자자들이다. 돈을 빌려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고 이후 기업 가치가 상승했을 때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거두는 식이다.

실제로 SI로 분류되는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0년 설립된 사모펀드다. 한라비스테온공조와 쌍용양회, 웅진식품, K카(옛 SK엔카직영) 등을 인수했거나 인수 중이다. 운용하는 자본금은 6조 원이 넘는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사위인 한상원 씨가 대표로 있다.

JKL파트너스 역시 지난 2001년 설립된 국내 토종 사모펀드다. 구조조정 전문 회사로 불리며, 부실화된 기업을 턴어라운드 시키고 되파는 전략을 구사한다. 턴어라운드란 구조조정·조직개혁 등을 통해 실적을 개선하는, 넓은 의미의 기업 회생을 뜻한다.

당초 금융권에선 롯데카드가 FI인 금융사에게 인수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다수의 사모펀드가 뛰어들었던 롯데손보 인수전과 달리, 롯데카드 인수전엔 하나금융과 우리금융·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이라는 유력 후보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회사의 인수전은 모두 사모펀드의 승리로 끝났다. 이 같은 결과의 배경은 ‘가격 차이’에 있다.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본래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의 가치를 1조5000억 원 수준으로 계산했다. 그런데 한앤컴퍼니는 롯데카드 지분의 80%를 1조44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한앤컴퍼니는 롯데카드의 가치를 롯데그룹의 계산(1조5000억 원)보다 높은 1조8000억 원 수준으로 잡고 베팅한 셈이다.

반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MBK컨소시엄은 롯데그룹이 제시한 인수 가격 수준을 맞췄던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손보를 인수하게 된 JKL파트너스도 마찬가지다. 당초 시장에선 롯데손보의 가치를 3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했지만,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지분 58.8%를 4000억 원에 사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장가 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을 제안해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다.

기업 가치 높여 되파는 사모펀드, 구조조정·재매각 가능성 거론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각에선 향후 두 회사의 구조조정이나 재매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팔고, 이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사모펀드들의 특성을 고려해서다.

실제로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인수전에 모두 뛰어들었던 업계 1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ING그룹으로부터 인수한 오렌지라이프(당시 ING생명)을 지난해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거둔 차익만 2조 원이 넘는다.

특히 MBK파트너스는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오렌지라이프 인수 1년 만에 임원 절반을 해고하고, 전체 직원 30%에겐 희망퇴직을 제안하는 식이었다.

롯데카드를 인수하게 될 한앤컴퍼니의 경우 지난 2016년 쌍용양회를 사들여 구조조정, 사업정리 등을 실시한 바 있다.

M&A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업계 1위 기업으로 거듭난 쌍용양회는 올해 하반기 정도에 매각 시장에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적으로 사모펀드들은 기업 인수 4~5년 차에 매각을 시도한다.

또 롯데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JKL파트너스는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로 출발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롯데그룹은 두 회사의 매각 과정에서 롯데카드 지분 20%를 남기로 반면, 롯데손보의 지분은 100% 매각하기로 했다. 롯데손보의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한편 M&A업계에선 앞으로 몇 년 뒤 한앤컴퍼니가 롯데카드를 되파는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재인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그룹이 이번에 롯데카드와 롯데손보를 매각한 건 지주회사로 전환함에 따라 오는 10월까지 금융계열사를 매각해야 해서다.

그러나 향후 공정거래법 완화로 금융계열사를 가질 수 있는 중간지주회사 설립 근거가 마련되면 롯데그룹도 다시 금융계열사를 거느릴 수 있게 된다.

다만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카드) 인수 계약에 우선매수권 조항이나 콜옵션이 없다”며 롯데카드 재인수 가능성을 일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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