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지원 계기로 남북 대화통로가 트이고 북미대화의 길 열 수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사진=폴리뉴스DB]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사진=폴리뉴스DB]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과 관련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지금 쌀 대북 현물지원을 치고 나가야 된다”며 이번 기회를 살려 보다 신속하고도 과감한 조치를 주문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tbs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에 대해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한 것과 관련 “(1995년 식량지원) 경험을 살려서 정부가 먼저 치고 나가야 된다. 이게 무슨 국무회의를 하고 대통령이 수보회의를 하고 할 것도 아니다. 통일부장관 이미지가 그쪽 아닌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고통을 호소하고 UN기구까지 나서서 모금해서 갖다 주겠다는데 우리가 현물로 먼저 주겠다는 식으로 치고 나갈 필요가 있다”며 “통일부가 먼저 언론에다가 터뜨리고 기사화되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일 것을 주문했다.

또 “준비 절차는 간단하다. 이미 개성공단 내에 공동연락사무소가 있다. 연락사무소 남북소장회의를 열어 원산, 남포, 청진이냐(를 두고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며 “육로로도 보낼 수 있다. 1995년에는 길이 없으니까 못 보냈지만 금강산으로 갖다 놓을 테니까 싣고 가고 개성공단 쪽으로 갖다 놓을 테니까 필요한 만큼 교통수단 동원해서 가지고 가라 이렇게 하면 된다”고 얘기했다. 

아울러 “이걸 하면 남쪽과 대화 통로가 트일 거고, 그걸 계기로 해서 또 북미 간 대화를 할 수 있는 길을 우리가 열어 줄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그게 북미 간 대화의 마중물이 있을 거라는 그런 뜻으로 문 대통령에게 쌀 지원 이야기를 꺼낸 거 아닌가? 자기들이 할 수 없는 것을 우리가 해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 전 장관은 “김영삼 대통령 때 북한이 식량이 부족하다고 UN에다가 호소했다. 그때 일본이 먼저 50만 톤 주겠다고 치고 나갔다. 그러자 김영삼 대통령이 일본하고 협의해 ‘우리 뒤로 서라. 우리가 먼저 줘야 된다. 일본이 양해하라’고 해서 100만 톤 주겠다고 했다”고 1995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국에서 협상했다”며 “그런데 농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우리 쌀을 줘야 된다!’고 해서 15만 톤밖에 못 줬다. 값 차이가 컸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우리에게 손을 안 벌릴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에 삐쳐 있지 않나. 이럴 때는 우리가 먼저 연락사무소 통해서 ‘쌀을 보내겠다’고 해야 한다”며 “우리 쌀을 보내는 게 농민들은 좋아할 것이다. 왜냐하면 금년도에 40만 톤, 50만 톤을 북한에 보내 버리면 금년도 추곡 쌀값이 올라 국내 정치적으로도 좋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김영삼 정부 때는 그냥 무상으로 줬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차관 형식으로 줬다. 차관으로 줄 때는 솔직히 나중에 그걸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준 건 아니다”며 “북한의 자존심을 살려 주기 위해서 차관 형식을 취했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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