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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슈] ‘공수처-경찰 괴물론’ 엄포, ‘괴물 검찰’ 유지 궤변

文대통령 공수처-수사권 조정에 일관된 입장, 패스트트랙 기간 본격 여론전 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타자 야당과 보수언론이 주장해온 ‘공수처 괴물론’, ‘경찰 괴물론’이 검찰과 법원 쪽으로 바람을 타고 있다. 이 ‘괴물론’이 겨냥하는 타깃은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촛불혁명’의 요구로 규정하며 국정 핵심과제로 놓고 있다. 여기엔 이른바 ‘괴물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시대정신과 결부돼 있다. 그런데 아직 탄생하지도 않은 ‘공수처’를 미리 ‘괴물’로 규정하고 수사권을 돌려받을 경찰도 ‘괴물’이 될 것이라고 미리 겁을 주는 배경이 수상쩍다.

해외 출장 중인 문 총장은 패스트트랙 지정 다음 날인 1일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며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공수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싸잡아 반(反)민주적인 법안으로 치부했다.

그러면서 “특정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며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반대하면서 “국회에서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논의를 진행하여 국민의 기본권이 더욱 보호되는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공수처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함께 뭉뚱그려 ‘반민주적’이라고 규정했고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경찰의 괴물화’를 예단한 것이다. 정보와 수사권을 함께 쥐게 될 경찰에 대한 지적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지난 30년의 ‘괴물 검찰’을 계속 유지해야한다는 궤변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검찰의 수사권 일부를 경찰에 넘겨주느냐 마느냐가 조정의 핵심인데 이에 대한 반대 의지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 총장과 다른 방향에서 ‘경찰의 괴물화’를 경고했다. 그는 패스트트랙에 오른 조정안에 대해 “국내정보업무를 전담하는 경찰이 거의 통제를 받지 않는 1차 수사권을 행사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과거 국정원에게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람직한 검경 수사권조정 방향으로 “1차 수사권은 수사기관에 주고, 중대범죄가 아닌 일반사건의 수사관할을 대폭 자치경찰로 이관”을 전제한 뒤 “국내정보 업무는 경찰이 아닌 다른 기관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검찰은 1차 수사권을 박탈하는 대신 경찰 수사의 법령위반,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 등을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사법통제권을 부여함과 아울러,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적 2차 수사권과 소추권, 공소유지권을 주는 것”이라고 아예 검찰의 1차 수사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이 애매하게 뭉뚱그린 수사권과 관련 경찰에게 전면적으로 넘겨야한다고 주장한 점에서 조 의원의 ‘경찰 괴물화’ 경고는 일정 설득력이 있다. 패스트트랙 기간 중 경찰의 정보업무 분리에 대한 신중한 논의와 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총장의 항명에 가까운 검경수사권 조정안 반대 입장표명으로 보다 주목받는 부분은 ‘공수처 괴물론’이다. 검찰 출신의 여당의 금태섭 의원도 지난달 11일 페이스북에 “공수처 설치는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드는 것이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으며, 악용될 위험성이 크다”며 공수처 괴물론을 언급했다.

이어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2일 페이스북에 “공수처에 독자적인 수사권에 기소권까지 부여할 모양인데, 이 기관은 누가 견제하고 통제하나”라고 ‘괴물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수사의 주된 대상이 고위직 경찰공무원, 검사, 법관이면 공수처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견제는 고사하고 눈 한번 흘겨볼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 판사는 특히 문 총장의 입장 발표에 대해 “(공수처 신설은) 참으로 중요한 문제인데 충분한 논의도 하지 않고 각 형사사법기관의 의사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이런 와중에 문무일 검찰총장이 그 후과가 무엇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법조의 어른으로서 보인 용기에 감사한다”고 반겼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에서 ‘공수처 괴물론’을 줄곧 주장했지만 판사가 직접 이를 들고 나온 것은 문 총장의 입장표명의 여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금의 검찰·법원·고위공무원 등에 존재하는 특권적인 관행과 유착, 비리를 손대지 말자는 주장에 다름없다.

文대통령 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에 일관된 입장, 패스트트랙 기간 본격 여론전 예고

공수처 법안과 수사권 조정법안이 패스트트랙에 탔기 때문에 이러한 저항과 방어논리인 ‘괴물론’은 앞으로 더욱더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아직 탄생하지도 않은 ‘괴물’에 대한 공포를 주입해 현존하는 ‘괴물’을 용인하자는 주장이지만 한국당 등 야당과 보수언론의 지원 속에서 ‘괴물론 공박’은 계속 확산될 소지는 있다.

야당과 보수언론은 ‘괴물론’으로 국민과 문 대통령을 압박하려 할 것이나 문 대통령의 뜻을 일관되고 단단하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때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주도했다가 당시 검찰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한 경험까지 있지만 이에 대한 의지를 계속 굳혀왔다.

2012년 대선 출마를 위해 쓴 회고록 <운명>에서 “민정수석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게 몇 가지 있다. 공수처 설치 불발과 국가보안법을 폐지 못한 일이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공약으로 공수처 설치를 내걸었다.

대통령에 취임한 첫해인 2017년 8월 28일 행정안전부·법무부·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공수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은 모두 법무부와 검찰의 권한을 내려놓는 과감한 결단과 양보가 필요한 일”이라며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당시 김부겸 행안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수처 설치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한 묶음으로 흔들림 없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15일 검경수사권 조정문제 협의를 위해 박상기 장관, 김부겸 장관, 문무일 총장, 이철성 경찰청장과 청와대에서 회동한 자리에서의 지시사항은 명확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2012년 대선 공약은 물론이고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검경수사권 조정 공약도 사실 내가 하게 만들었다”며 권력기관 개혁이 확고한 뜻임을 분명히 하면서 “검찰이든 경찰이든 다들 미흡하게 여기고 불만이 나올 텐데 구성원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잘 설득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조직적 반발은 이미 예상해왔다는 의미다.

특히 문 총장이 문제 삼은 수사권 조정에 대해 “왜 국민들이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검찰과 경찰서 두 번 조사를 받아야 하는가”라며 “똑같은 내용을 다시 확인받기 위해 검찰에서 조사를 되풀이하는 거다. 이건 국민 인권침해고 엄청난 부담이 되풀이되는 거다. 그래서 처음에는 수사권 일원화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며 분명한 문제의식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올 2월 15일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는 “입법을 통해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항구적으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며 “국정원 개혁법안, ‘공수처 신설’ 법안과 ‘수사권 조정’ 법안, 자치경찰법안이 연내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대승적으로 임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또 지난 3월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장자연, 버닝썬, 김학의 전 차관 등의 사건과 관련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최근 특권층의 불법적 행위와 외압에 의한 부실 수사, 권력의 비호, 은폐 의혹 사건들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높습니다. 공수처의 설치의 시급성이 다시 확인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의 공수처, 검경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는 조국 민정수석을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조 수석은 자신의 저서 <진보집권 플랜>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검사는 대통령과 대화할 대상이 아니라 인사 대상자일 뿐”이라는 인식을 가졌다.

따라서 ‘공수처 괴물론’과 ‘경찰 괴물론’이 문 대통령에게 먹혀들 여지는 거의 없다. 다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국민들이 ‘괴물론’에 어떠한 평가를 내리는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2월15일 전략회의에서 “권력기관 개혁의 원동력도 국민이고, 평가자도 국민”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개혁을 주문하기조차 했다.

이는 검찰 조직의 반발을 직접 부딪혀본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의 힘이 받쳐줘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패스트트랙 기간 중 본격적인 여론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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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 기자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여론조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외교-안보-통일 등의 현안을 정확하게 보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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