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한 것에 반발해 당직자들과 함께 전국투어를 하던 중 광주에서 물세례를 맞고 시민단체에 항의를 받는 등 망신을 당했다. 

황 대표와 당 지도부는 3일 광주 송정역을 찾아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라는 규탄대회를 열고자 했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행사 시작 시각인 오전 10시 30분이 임박하자 규탄대회를 열기 위해 무대가 설치된 광주송정역 광장은 광주진보연대, 광주대학생진보연합 등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 1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틀면서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 ‘황교안은 물러가라’, ‘황교안은 광주를 당장 떠나라’, ‘5‧18 학살 전두환의 후예 자유한국당’, ‘학살정당 적폐정당 자유한국당 박살내자’, ‘황교안은 박근혜다’,  ‘세월호 7시간,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 황교안을 처벌하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에 황 대표와 당 지도부는 광장을 벗어나 인도에서 ‘문재인 STOP, 전남 시‧도민이 심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행사를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행사 진행도 순탄치 않았다. 황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한국당 당원 여러분, 말씀 들어주세요. 말씀 들으세요”라고 부탁해도, “물러가라”는 시민들의 고성과 항의가 지속돼 연설을 할 수 없어 조경태‧신보라 최고위원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최고위원들의 발언이 끝난 후 다시 마이크를 잡은 황 대표는 준비한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15만 명 경찰과 2만 명 검찰이 있는데 도대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왜 필요하냐”며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게 아니라 정권에 필요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총선 목표로 언급한)국회의원 300석 중 260석이 말이 되나. 그게 민주국가인가”라며 “결국 이 정부는 독단으로 국정과 국회를 운영해 독재국가를 만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민들의 항의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황 대표는 연설을 마친 후 20여 분간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움직일 수 없었다. 그를 둘러싼 시민들과 경찰 간 몸싸움도 일어났다. 한국당이 준비했던 ‘문재인 정부 규탄’이 적힌 홍보물은 땅바닥에서 나뒹굴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시민들은 황 대표에게 생수병에 담긴 물을 뿌려 황 대표의 안경에 물이 묻었다. 주변에 있던 경찰은 우산을 펼쳐 황 대표를 역사 안 역무실로 안내했다.

그는 5‧18 희생자 유가족인 오월 어머니 회원들이 역무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자, 이들을 피해 플랫폼으로 이동한 후 전주행 열차에 탑승했다.

황 대표는 광주송정역 플랫폼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한 나라인데 지역 간 갈등이 있었던 시대도 있었지만 이제는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민족이 나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광주시민들도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훨씬 많으리라고 보며, 변화하는 새로운 미래의 세계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