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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슈] 6자회담 원치 않는 남·북·미, 文대통령 중재 필요한 시점

文대통령 남·북·미 톱다운 유지에 우선 방점, ‘트럼프 메시지’가 관건

북한의 ‘6자회담 재개 카드’로 가장 곤혹스런 입장에 처한 것은 미국이다. 북·미를 기본으로 한 남·북·미 축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과거 6자회담이 열리던 상황에서도 북한의 시간끌기용으로 보며 그 실효성을 불신했다.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2007년 6자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중유 지원 합의한데 대해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재탕’이라고 반발했고 지난 1월에도 6자회담을 실패로 규정하기조차 했다.

북한이 6자회담으로 갈 경우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난처하게 할 수 있다. 톱다운 방식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협상의 실패로 남게 된다. 게다가 6자회담으로 넘어가게 되면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중국·러시아·일본 등과 공유해야 하기에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북한의 6자회담 선택은 정상회담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톱다운 방식의 남·북·미 축의 동력 상실을 의미한다. 6자회담은 6개국 차관보급 수석대표들을 대표로 해서 만나는 자리다. 따라서 각국의 이해관계에 맞춘 실무적 접촉이 중심이다. 여기에 정상회담이 끼어들 자리는 매우 협소하다. 당연히 협상의 진전도 더딜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러한 방식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북·러 정상회담 전인 4월 17일과 18일에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러시아에 보내 서로 의견을 조율했다. 제재 공조 유지에 초점을 맞춘 행보로 보이지만 북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노이 회담 후 북한은 충격을 받은 반면 미국은 북미협상에서 완전히 주도권을 장악했다고 판단한 것만은 분명했다. 그래서 ‘제재 만능론’이 더 힘을 발휘했다. 게다가 볼턴 보좌관은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빅딜 문서’를 건넸다는 말도 자랑스럽게 했다. 이는 김 위원장에게 ‘항복 문서’를 내밀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26일 tbs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카드로 사용하는 상황에 대해 “(하노이 회담 때) 빅딜 카드를 노란 봉투에 넣어서 줄 때는 존 볼턴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까지도 북한이 독 안에 든 쥐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김 위원장은) 봉투를 찢고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을 만만하게 보고, 북한 외교술에 대한 연구 없이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했던 착각의 결과”라며 “미국이 북한에 대해 공부를 해야 된다. 과거 50-60년대 중·소 분쟁시절 거대 공산대국 사이에서도 등거리 외교로 주권적 입장을 잘 유지해 왔던 성공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文대통령, ‘한미 공조’와 남·북·미 톱다운 유지에 우선 방점

미국과 북한 모두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 프로세스는 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북한과 미국이 자신의 입장을 서로에게 전달할 통로는 문 대통령이 유일하다.

문 대통령은 4월 12일 미국 백악관에서 가진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앞으로도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3차 북미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4차 남북정상회담를 조만간 개최하기로 했다. 남북미 정상이 ‘정상회담’을 통해 주도적으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문제를 헤쳐 나간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한미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 목표에 대한 인식도 공유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과 함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적인 상태, 그 비핵화의 목표에 대해 완벽하게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또 빛 샐 틈 없는 그런 공조로 완전히 문제가 끝날 때까지 공조해 나갈 것이라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중재자적 역할이 ‘한미의 전략적 목표, 최종 목표’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문 대통령의 북·미 ‘절충점 찾기’는 한미의 ‘전략적 목표’하에서 진행되는 ‘전술’이라는 의미다.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과의 ‘전략적 공조’의 토대가 불확실할 경우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힘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다음 남북정상회담에서 풀어내야 할 과제가 이 속에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절충점 찾기 중재역할’에 대한 담보를 ‘비핵화 최종목표 공조’ 토대에서 받아내는데 성공했지만 이제는 북미 양쪽을 만족시킬 만큼의 ‘절충점’, 내지 ‘굿 이너프 딜’을 만들어내야 한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중재안이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 회담에서 꺼낸 6자회담 카드를 불식시키고 남·북·미 톱다운 방식의 유지 여부를 가르는 것이 문 대통령의 중재안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간의 의견을 조율을 마치고 귀국한 후 북한의 ‘오지랖’ 발언에도 불구하고 4월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조속한 시일 내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할 것을 북한에 제안했다.

또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 당일 푸틴 대통령 최측근 니콜라이 파트루쉐프 연방안보회의 서기를 접견한 자리에서 “오늘 열린 북·러 정상회담이 북미회담 재개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촉진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도 파트루쉐프 서기가 전달한 러·중 공동행동계획에 대해선 ‘북미대화 우선’이라면서 일단 선을 그었다. 

또 같은 날 아시아뉴스네트워크(ANN) 이사진과 만나 자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모두 대화를 계속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3차 북미회담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고, 북미 대화 또한 촉진할 것”이라며 4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중재자 역할을 할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외교와 대화를 통해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6자회담 재개’보다는 기존의 남·북·미 축을 통해 비핵화-평화정착 프로세스를 추진해야한다는 것을 에둘러 말한 것이다.

‘트럼프 메시지’와 남북경협에 대한 文대통령의 입장이 북미 중재의 관건

문제는 문 대통령에게 ‘북·미’가 마주 앉아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중재안을 마련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하노이 회담 결렬에 있어 한국 정부의 책임도 일정 존재하기 때문에 더하다.

특히 북한은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그만두라고 비난한 부분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 ‘한국의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지난 3월22일 개성남북연락사무소 북측 직원을 철수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행동을 했고 북한 매체들은 한국 정부가 4.27남북정상회담, 9.19공동성명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계속 비난하고 있다. 김 위원장도 시정연설에서 남북 정상 간의 합의사항이라도 지켜야 한다고 추궁했다.

이는 ‘한미공조’라는 명분하에 미국의 ‘제재 만능론’에 한국이 동참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남북한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 모든 남북경협 현안들을 ‘한미워킹그룹’에 구속시키면서 남북 축의 동력을 훼손한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이 과연 이러한 부분을 돌파해낼 지 여부가 북·미 중재의 최대 관건이다.

다음으로 주목할 부분은 4월1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할 메시지다. 청와대는 4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전제 하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 메시지가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메시지’는 한반도 비핵화의 최종상태에 대한 한미 간의 공동인식을 바탕으로 한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빅딜(Big deal)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스몰딜(Small deal)을 여러 개를 합칠 수도 있다”고 말한 대목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북한은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대내외에 알린 만큼 지금부터 문 대통령이 제안한 정상회담에 대한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정상회담은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내용을 듣는 자리만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제재 만능론’에 동참한 한국 정부에 대한 공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북한을 다시 북·미 협상판으로 이끌어낼 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제재 만능론에 휘둘리지 않아야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또한 북한의 ‘단계적 방식’을 일정 수용하는 내용이 담겨야 가능하다.

두 가지 모두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에서 물러설 의사를 분명하게 보인 적이 없고 미국은 여전히 ‘대북 제재’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에서 한 발이라도 물러서는 것을 ‘체제 안전보장’의 문제로 바라보는 상황이다. 4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문 대통령에게 험로가 예상된다.

정찬 기자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여론조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외교-안보-통일 등의 현안을 정확하게 보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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