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규제로 최소 3조에서 최대 14조 원 벌금 낼 수도
배터리·연료전지 스택, 국산화 및 양산화 필요

25일 중소기업중항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미래자동차 친환경, 자율주행차 기술 및 전략 세미나'에서 구영모 자동차부품연구원 팀장이 수소전기차 개발동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기율 기자>
▲ 25일 중소기업중항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미래자동차 친환경, 자율주행차 기술 및 전략 세미나'에서 구영모 자동차부품연구원 팀장이 수소전기차 개발동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기율 기자>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각 나라의 환경규제 강화로 탄소경제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 같은 산업 패러다임의 중심에는 자동차가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나 수소전지차 등 친환경차 생산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업계 일각에서 두 차종의 우위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비교 대상이 아닌 상호 보완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5일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는 전기차와 수소전지차의 개발동향 및 향후 전망을 다루는 ‘미래자동차 친환경, 자율주행차 기술 및 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임은영 삼성증권 팀장은 “유가와 환율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한 자동차 산업은 IT 기술의 결합으로 그 변화의 속도가 한층 더 빨라졌다”며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기 사이클을 버티기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지난 100년과는 달리, 현재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환경을 선점하지 못하면 그 파이를 다 뺏겨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와 유사한 형태의 프레임을 갖춘 내연기관자동차는 1904년에 벤츠에 의해 발명됐고, 포드에 의해 대량생산이 되면서 불과 10년 만에 대중화했다. 이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끊임없는 체질 개선으로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왔다.

그러나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어려움에 직면했다. 2015년 폭스바겐이 터트린 ‘디젤게이트’는 각 나라의 엄격해지는 환경규제와 맞물려 ‘탈 디젤’ 속도를 더욱 가속화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으로 IT 기업들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자동차는 기존의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로 진화해 소비재의 성격이 더욱 짙어졌다.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는 2021년까지 신차의 배출가스량이 95g/km를 넘지 않도록 규정했다. EU는 배출량을 2030년에는 67g/km, 2050년에는 10g/km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EU의 규제로 친환경차 전환 속도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향후 2년 안에 최소 24억 유로(약 3조 원)에서 최대 112억 유로(약 14조 원)의 벌금을 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올해부터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를 시행했다. 중국에서 자동차를 파는 완성차 업체는 차종별 판매량의 약 10%(크레디트)를 친환경차로 채우지 못하면 다른 회사로부터 크레디트를 구입해야 한다. 완성차 업체들에게 ‘친환경차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린 것이다.

임은영 팀장은 “2025년 이후 강화될 유럽연합의 환경규제는 하이브리드 차량도 준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중장기 수소 및 수소차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국내에서 연 50만 대 규모 수소차 생산체제를 구축, 글로벌 수소차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약 124곳의 주요 부품 협력사와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및 설비 확대에 누적으로 총 7조6000억 원을 신규 투입한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왜 수소차를 강조하는 걸까? 이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산업은 고용산업으로서 인력 고용과 부품업체들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모터에서 전기에너지를 바로 회전에너지로 변환해 변속기(트랜스미션)가 불필요하다. 부품 수도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에 비해 훨씬 적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변환한다면 기존 부품업체의 일감이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수소차는 연료전지 스택과 압축수소 탱크라는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아 신생업체에 불리한 면도 있지만, 에너지원을 이용해 구동한다는 점에서 내연기관차와 같아 부품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비슷하게 광범위하다. 들어가는 부품 수도 많으며 기존 내연기관차의 섀시 프레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수소차에만 집중하기에는 전기차 위주로 확대되는 친환경차 시장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전 세계에서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동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18.7% 증가한 401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 281만 대, 2018년 337만 대에서 매년 20%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친환경차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친환경차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제네바모터쇼에서는 20종에 가까운 전기차 모델이 공개됐으며, 이달 열린 상하이모터쇼에서도 160여 종에 달하는 친환경차가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2025년까지 23개 전기차를 포함해 모두 44개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소차에만 ‘올인’하고 있다는 일부의 시각과는 달리 라인업의 절반 이상이 순수 전기차인 것이다. 특히 최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모바일 기반 전기차 튠업 기술’과 2020년 출시될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을 통해 개인 맞춤형 모빌리티 전략인 ‘스타일 셋 프리’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장단점이 뚜렷한 두 차종이 경쟁과 동행을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충전 속도가 빠르고 더 긴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소는 질량당 에너지 밀도가 14.2jk/g으로 휘발유의 4배, 천연가스의 3배에 달한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바탕으로 1회 충전에 6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고 충전 시간도 3분 이내다. 다만 전기차보다 출력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충전소 설치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수소충전소는 1곳 설치에 약 30억 원이 소요된다. 전국에 2000곳이 있는 LPG충전소만큼 설치한다고 가정한다면 6조 원이 소요되는 것이다. 준주거·상업지역 내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수 없다는 규제도 존재한다. 설치가 간단해 아파트 주차장 내에도 들어설 수 있는 전기차 충전소와는 대조적이다.

임은영 팀장은 “전기차는 주행거리 제약으로 도심에서 주로 사용하는 소형차, 높은 출력으로 고급차 부문에서 점유율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면 수소차는 긴 주행거리로 중대형 승용 및 SUV, 짧은 충전시간으로 상용차 부문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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