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손보사 요율 검증 마쳐…인상 이유는 “노동연한 연장·중고차 시세하락 보상 확대 탓”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오른쪽 세번째)이  지난 1월 16일 광화문에서 열린 2019년 손해보험협회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오른쪽 세번째)이  지난 1월 16일 광화문에서 열린 2019년 손해보험협회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삼성화재·현대해상 등 손해보험회사들이 자동차보험료 인상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자보료 인상요인을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손보사들은 지난 1월에도 자보료를 인상한 바 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 등 다수의 손해보험회사는 최근 보험개발원에 자동차 보험 기본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했다. 보험료를 올리기에 앞서 자체적으로 산정한 자보료 인상률이 적정한지 보험개발원에 검증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손보사들이 산정한 인상폭은 1.5~2.0%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험개발원은 일부 손보사의 요율 검증을 끝내고 결과를 회신한 상태다. 나머지 손보사들의 인상폭은 아직 검증 중이다.

자보료가 오르는 시점은 이르면 다음 달 부터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 5월 초부터 시행할 예정이라서다. 금감원은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육체노동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올린 대법원 판결을 고려해 차보험 표준약관에서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육체노동 가동연한은 고객이 교통사고로 숨지거나 후유장해를 입었을 때 보험사가 자동차보험의 배상항목 중 상실수익(사망·후유장해로 피해자가 얻지 못하게 된 미래수익)을 계산하는 기준이다. 이 기준이 60세에서 65세로 상향되면 보험사는 손해배상액 산정 시 숨진 고객이 60세가 아닌 65세까지 일했을 때 벌 수 있는 돈을 고려해야 한다. 즉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올리면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출도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손보사들은 금감원의 차보험 표준약관 개정 시기에 맞춰 자보료 인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보험개발원은 해당 약관 개정이 자동차 보험료 1.2% 인상 요인이 된다고 추정한 바 있다.

또한 손보사들은 교통사고가 난 차량의 중고가격 하락분에 대한 보상 기간 확대 등으로 인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자동차보험은 사고가 났을 때 수리비 외에 나중에 이 차를 팔 때 가격이 내려가게 되는 부분도 보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출고 후 2년 이하’인 사고 피해차량에 대해 시세 하락분을 보상했는데, 이달부터 그 기간이 ‘출고 후 5년 이하’로 확대됐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금 지급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다만 손보업계는 이미 지난 1월 자보료를 3~4% 인상했었다. 이번에 추가 인상이 이뤄지면 1년에 두 차례나 보험료를 올리는 셈이라, 다소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용덕 손보협회장은 올해 초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서 1월에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했다”며 “올해 한 차례 보험료를 더 인상해야하는지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자보료 인상에도 손보사들의 차보험 손해율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했다. 올해 1분기(가마감 기준) 삼성화재는 81.5%에서 85.3%로, 현대해상은 80.4%에서 85.0%, DB손해보험은 85.5%에서 86.1%로 높아졌다. KB손해보험의 손해율은 86.5%, 메리츠화재 손해율은 81.8%였다. 이는 통상 업계에서 적정하다고 보는 77∼78%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손보사들의 자보료 인상 움직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보도참고자료에서 “자보료는 원칙적으로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사항”이라면서도 “자보료 인상요인을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손보사들은) 사업비 절감 등 자구노력을 선행하여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자보료의 인상요인 뿐 아니라 인하요인도 있기 때문에 실제 보험료 인상여부와 수준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언급한 자보료 인하요인은 이달부터 시행된 ‘자동차보험 시세하락손해 및 경미사고 보상기준 개선’ 방안을 가리킨다. 이른바 ‘문콕’과 같은 경미한 손상의 경우 차보험사는 부품을 교체하는 비용 대신 복원 수리비만 지급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는 경미한 사고로 인한 차 손상은 판금·도색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한데, 관행적으로 부품을 교체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또 “실제 보험료 인상 수준이 결정되지 않은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1.5~2% 수준의 자보료 인상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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