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공제 40% 혜택 현실화하려면 조세제한특례법 개정되야

제로페이 시범서비스 첫 날인 지난해 12월 20일 중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한 시민이 제로페이를 이용해 결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제로페이 시범서비스 첫 날인 지난해 12월 20일 중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한 시민이 제로페이를 이용해 결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서울시가 추진한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 ‘제로페이’의 일일 결제 금액이 1억 원을 돌파했다. 가맹점 수도 16만 개를 넘겼다. 도입 4개월 만에 쾌거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소비자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제로페이의 하루 평균 결제건수와 결제액은 각각 9820건, 1억945만 원을 기록했다. 하루 결제액이 1억 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의 하루 평균 결제액은 7344만 원 수준이다.

제로페이의 하루 평균 결제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첫 도입 시기인 지난해 12월엔 347건뿐이었지만 올해 1월 514건, 2월 1033건, 3월 1904건, 4월 5123건으로 껑충 뛰었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지난 2012년 도입된 IC카드의 일일 1000건 결제가 이뤄지는 데 1년이 소요된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장세”라고 설명했다.

제로페이는 QR코드를 활용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대금이 이체되도록 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다. 결제 단계를 간소화함으로써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완화했다.

소비자가 제로페이로 결제할 때 판매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연 매출 8억 원 이하 0%, 8억 원 초과부터 12억 원 이하 0.3%, 12억 원 초과 0.5%다. 기존 카드결제 수수료보다 0.1∼1.4%포인트 낮다.

제로페이는 도입 초기 ‘사용자가 없어서(제로·0) 제로페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용률이 낮았었다. 그러나 중기부는 최근 결제금액과 가맹점 수가 증가세를 보이는 만큼 연말까진 제로페이가 시장에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는 “현재 진행 중인 대국민 인증샷 공모 이벤트와 결제사업자별 이벤트 등을 통해 제로페이에 대한 지속적인 소비자 호응을 유도할 예정”이라며 “5월부터는 편의점 프랜차이즈 등에도 제로페이를 연동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제로페이 10만번 째 가맹점인 역사책방. <사진=연합뉴스>
▲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제로페이 10만번 째 가맹점인 역사책방. <사진=연합뉴스>


전국 편의점 4만여 곳에서 제로페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결제금액과 건수는 더욱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제로페이 도입을 추진한 서울시는 현재 신세계, 롯데, 현대 등 대형 쇼핑몰과도 제휴를 논의 중이다.

제로페이의 기존 결제방식과 할인처도 변경 및 확대된다. 결제방식의 경우 고객이 매장에 비치된 QR코드를 인식하는 방식(MPM)에서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QR코드를 생성하고 매장이 이를 스캐너로 인식하는 방식(CPM)으로 바뀐다. 이 경우 QR코드가 없는 매장에서도 제로페이 사용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서울시는 서울대공원, 서울식물원, 시립과학관, 한강공원 등 393개 공공시설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3∼30%를 할인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시의회에 관련 조례 개정안 17개를 발의한 상태다. 이달 30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본격적인 시행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제로페이가 성공하려면 정부와 서울시가 인위적으로 취하는 조치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 자체가 신용카드에서 제로페이로 소비 형태를 바꾸는 것이 제로페이 성공의 핵심 과제라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19일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거주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제로페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로페이를 사용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엔 그보다 낮은 5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제로페이 사용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유인책은 소득공제다. 서울시는 지난해 제로페이 서비스 도입 당시 ‘착한 서울시민, 당신에게 47만 원이 돌아옵니다’는 내용의 광고를 했다. 연봉 5000만 원 소비자가 제로페이로 2500만 원을 결제하면 연말정산 때 신용카드(47만 원)보다 많은 75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 광고의 골자다. 이는 소득공제 40% 적용을 가정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제로페이를 사용하더라도 소비자의 소득공제는 0%다. 서울시가 홍보한 소득공제 40%를 적용하려면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돼야 한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중이다. 게다가 이 의원의 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연 소득 25% 이상을 제로페이로 결제, 소상공인 점포에서만 사용 등의 조건을 갖춰야만 40%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8일 신한엘타워 디지털캠퍼스에서 열린 제로페이 간편결제 활성화 간담회에서 사회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8일 신한엘타워 디지털캠퍼스에서 열린 제로페이 간편결제 활성화 간담회에서 사회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조사 보고서에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소득공제 혜택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후불식 신용카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체크카드와 유사한 계좌이체식 제로페이로 바꾸기 쉽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제로페이가 정착되려면 소비자들이 신용카드에서 제로페이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좀 더 현실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지난 18일 서울시가 마련한 간편결제 간담회에선 세금 및 공과금 납부, 법인용 서비스 등 특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조언도 나왔다.

이날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는 “특화된 결제 영역을 발굴해 소비자의 제로페이 결제 습관을 형성해야 한다”고 했고, 윤완수 웹캐시 대표는 “법인카드 제로페이 사용분의 경비인정 한도를 확대하면 기업 고객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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